예술은 일종의 사회적 현상에 불과하므로 시대의 인생 기록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인류가 만일 진보하게 되면 그가 외표를 썼든 내심을 썼든 간에 결국은 낡아지며 나아가서는 사멸에 이르고 맙니다. 그런데 요즘 비평가들은 사멸이란 이 두 글자를 매우 두려워하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문학에서 신선이 되려고 하는 듯합니다.

각종 주의란 명칭의 발흥도 역시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세상에서는 때때로 혁명이 일어나고 있으니 자연히 혁명문학이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민중은 퍽 각성하였습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지만, 권력을 쥔 사람이 더러 있으므로 자연히 민중문학도 있을 것입니다. -좀더 철저하게 말해서 제4계급의 문학입니다.

중국 비평계의 추세가 어떠한지 나는 잘 모르며 또 신경을 쓰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보고 들은 바에 의하면 여러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기준이 매우 많고, 영국과 미국의 기준, 독일의 기준, 러시아의 기준, 일본의 기준이 있으며, 물론 중국의 기준도 있고, 여러 가지 기준을 겸해 쓰는 분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진실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투쟁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시대를 초월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남의 뛰에 숨어서 몇 마디 야유를 간략하게 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은 문예비평가의 허세를 부리면서 다른 사람이 창작을 고취하는 것을 증오하고 있습니다. 만일 창작이 없다면 무엇이 비평할 작정인지? 이것이 내가 그의 심사를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다른 것은 지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오늘날 혁명문학가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투쟁을 부르짖으며 이른바 시대를 초월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은 사실상 도피를 의미합니다. 현실을 올바르게 바라볼 용기가 없으면서 혁명이란 간판을 내걸자니,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필연적으로 그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몸은 이 세상에 있으면서 어떻게 그곳을 떠날 수 있단 말입니까?...

투쟁하는 것은 옳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사람이 압박을 받으면서 왜 투쟁하지 말아야 한단 말입니까? 정인군자 따위들은 이것을 매우 두려워하며 '과격함'이 가증스럽다고 욕을 퍼붓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마땅히 서로 사랑해야 하는데 지금 나쁜 무리들이 잘못 가르쳐서 사람들을 망쳤다고 인정합니다. 그들 배부른 자들은 혹시 배곯는 사람들을 사랑할는지 몰라도 배곯는 사람들은 배부른 자들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 삼한집, [문예와 혁명]


:시대를 초월하려는 나머지 지나치게 순수성만 강조하는 측과 혁명의 본뜻보다는 과격함만을 문제삼는 '배부른' 측의 닮은점을, 루쉰은 정확히 집어낸다.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이상만 좇는 도피와, 현실에 대해 욕을 퍼붓는 경멸은 사실상 같은 모습으로 드러난다. 즉 현실에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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