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는 유럽의 중세 말기에 자신이 믿고 싶은 세계관을, 죄와 징벌과 회개와 사랑과 구원의 개념을 자신이 살던 시대의 토스카나어가 허용해주는 한계 안에서 생각하고 표현하여 <신곡>을 썼다. 그것을 한국어로 번역한다는 것은 중세의 토스카나어를 다시 한국어로 이해하고 바꾸는 일을 넘어서서, 그 세계관과 언어가 단테의 정신 속에서 만났던 일련의 과정을 한국어로 다시 체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번역자의 이 체현을 통해 <신곡>이 현대 한국어에서 다시 발생한다. 한국어는 한 유럽 중세인의 세계관과 그 표현 역량을 포괄하는 언어가 되고 <신곡>은 그 생명의 보편성을 한국어를 통해 다시 시험한다. -- <번역의 가능성과 시의 보편성>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