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수업이 끝나고 제 머리를 맴도는 것은 <자육경>입니다.
(음식을 먹을 때, 험난한 광야를 건너다 다른 도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자식을 죽여 그 살을 먹는 부부와 같이 관찰하라고./ '그 부부는 아들의 살을 함께 먹으면서, 과연 그 맛을 취하고 그 맛의 좋음과 즐거움을 탐하며 맛보겠느냐?')
완수샘이 공통과제에 '일상의 마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했었는데요.
정말, 그만큼 불경의 구절들이 우리의 평소 감각들을 위기에 빠뜨리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불교에는 절충같은 것은 없는건가 싶습니다.
'무명경'(권10, 256)을 읽으며 채운샘이 말해주셨죠.
무명아니면 명인거지, 그 사이에 '이 정도 무명, 이 정도 명'이런 건 없다고.
'이런 공부' 좀 한다고 '조금 덜 무명'이라거나 하는 건 아니라고.
'밝음'이 아닌 이상 우리는 그냥 다 무명입니다.
그리고 이 무명 역시 스스로 '성취한' 것이라고.
(이렇게, 핑계할 자리를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색이 좋고, 식이 좋고, 일단 오늘은, 어쩔 수 없지만 이건..., 하다보면
맨날 무명을 성취하는 인생으로 쭉 가는가 봅니다.
이 무명을 어떻게 뚫고갈 것인가, 발심하고 자기 나름의 방도로 한결같이 하지 않으면 도리가 없답니다.
그리고 마트롱의 책, <스피노자 철학에서 개인과 공동체>!
이 두꺼운 책은 결국 당분간 미뤄두게 되었지만, 여튼 엄청 중요한 책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계속 조금씩 언급됐지만, 마트롱이 주목하고 있는 것도 정념과 공동체의 문제라고 합니다.
공동체가 지탱되고 또 깨지고 하는 데에 감정의 역학이 핵심적이라는 것.
의아할 수도 있지만 엄청나게 솔직한 통찰인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에게 대중은 정념적인데, 그렇다고 대중을 배제한다거나, 함께 살아감에 있어서 정념을 단순히 억제해야 할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 놀라운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정념적 연대같은 건 아니겠지만요.
사실 대중, 국가 등등 뭘 많이 들었는데,,, 쏙쏙 빠져나간 것 같군요(~...~)
음. 여하간, 스피노자에게는 대중을 '어떤 존재'라면서 미리 실체화하지 않고 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네그리에게 대중은 일종의 혁명적 주체였지만,
스피노자는 대중의 일종의 '양가성'을 인정한다고.
<스피노자와 정치> 용어해설에 따르면, '"존재론적"으로 토대의 위치에 있기는 하지만 수동적인 집단'이기도 하다는 것. 이건 대중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있어서 갈등과 적대가 어쩔 수 없는 요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정치를 '변혁 운동'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지점이라고 합니다.
갈등과 적대는 공동체 보존을 위협하는 핵심적 요인이지만, 그 덕분에 공동체는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할 수도 있다는 이 아이러니하고 위험스러운 사실??
어쨌거나 계속 따라가 보지요//
아, 그리고 이번 주는 효진언니, 인석이, 그리고 아픈 미영샘까지(ㅠㅠ) 결석이었습니다.
모두들 한 주 잘 보내시고 담 주에 만나요~
쏙쏙 빠져나간 것들이 있지만, 두서도 없고 정신도 없던 초기 후기에 비해 초큼씩 나아지고 있도다. 부처님의 힘이런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