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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 결석을, 그것도 무단(!)으로 결석을 하는 만행을 부린 죄로

이렇게 그 벌을 달게 받고 있는 진영입니다.

천개의 고원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지만, 남은 기간 묵묵히 죄값을 치르며

공부하겠다는 다짐을 갖고, 후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장 리토르넬로는 음악으로 '-되기'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리토르넬로의 사전적 의미는 중세 음악 용어로서, 반복되는 후렴구를 의미합니다. 이것 뿐만이 아니라 중세의 시에서 반복되는 후렴 등 이 외에도 몇 가지의 의미를 더 가지고 있으나, 이는 모두 반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반복이라고 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읽어온 천의 고원에서 부정적으로 쓰인 영토화나 코드화가 가장 처음 떠오릅니다. 하지만, 들뢰즈는 이 리토르넬로를 단순한 반복으로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리토르넬로는 음악에서 후렴마다 항상 똑같은 멜로디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며, 그 상황과 인물에 맞게 변주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늘 예를 들어주신것 처럼, 오페라에서 어떠한 인물이 등장할 때 마다 나오는 배경음은 일률적으로 언제나 그 음악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이 정적과 만났을 때는 기본 멜로디에서 좀 더 박진감 있고 스피디하게 나온다면, 또 연인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기본 멜로디를 부드럽고 야릇하게(;) 변형하여 연주가 됩니다. 이는 들뢰즈가 말하고 있는 탈영토화, 그리고 그 중에서도 차이와 반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뒤에서 좀 더 자세하게 언급하겠습니다)

 

채운 선생님은 오늘 강의의 시작에서, '리토르넬로가 왜 천의 고원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이 천개의 고원이라는 책이 순차적으로 읽어야만 하는 것이 아닌 특성을 말씀하셨습니다. 1장에서 나오고 있는 나무뿌리와 리좀뿌리가 3장에서는 지층으로, 그리고 5장에서는 언어의 분석으로, 또 이번 장에서는 음악으로 변형되어 나타나고 있는데, 이렇게 같은 개념을 여러가지 주제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것은 들뢰즈가 자신의 책에서 스스로 글쓰기를 '리토르넬로', 또 다른 말로는 '리좀 뿌리', 또또 다른 말로는 '탈지층'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계속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데 저는 아직도 들뢰즈가 하고픈 말을 이해하지 못할까요; 아마 무단 결석을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11장의 처음에는 세 가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이 리토르넬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카오스에서

하나의 코드를 만들고, 또 이 코드는 카오스모스를 향해 열리는 것. 이 세 가지 작용이 순차적이 아닌, 다양한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 그것이 바로 리토르넬로의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빠진 아이가 웅얼거리는 소리들을 자신의 노래로 담아 내 지르는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카오스에서 지층이 형성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 하는 카오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혼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언가 코드화 되기 전의 다양한 것들, 다른 장에서 말하는 고른 판, 그러니까 질서를 가지는 것에 선행하는 단계, 이런 것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하나의 코드로 묶이지 않은 채 흐르고 있는 수 많은 질료들인 카오스는 '차이와 반복'에 의해서 하나의 코드로 자리잡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규정되지 않은 소리들이 어떤 악보나 형태를 통해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어지고, 의미 없는 소리들이 문법 규칙을 통해 언어로 만들어집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개념인 '차이와 반복'이 등장하는데, 하나의 코드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가 항상 필요합니다. 무규정적인 소리들이 다른 소리들과 차이를 가질 때, '안녕' 이라는 소리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만 가지고는 하나의 코드를 형성할 수가 없습니다. '안녕'이 다음에는 '언녕'으로, '은능'으로 제각기 소리 낼 때마다 다르게 난다면, 이것은 한국어의 인삿말로 하나의 코드가 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속적으로 '안녕'이라 말해서, 이 단어를 말하는 소리가 한국어에서의 인사 기능을 가지게 될 때만이 코드로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반복이 고름의 평면이 되는 것이고 다짐이 되는 것입니다. 어떠한 소리도 이런 반복을 통해 다져지지 않으면 음악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소리 벽이라는 것이 형성되는데, 이는 하나의 코드로서 자리잡은 음악을 나타냅니다. 차이와 반복을 통한 다짐으로 특정한 코드를 형성할 때, 여기에는 한 코드와 카오스 사이에 경계선이 생기게 됩니다. 이 경계선 내에서 코드는 자신의 기능을 수행하며 작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코드는 또 한 번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세 번째 이야기의 문을 여는 행위이자, 탈코드의 방법, 다른 말로는 리좀 등등 들뢰즈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입니다. 이번 장에서는 카오스모스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3장에서 지층이 곁지층과 겉지층 등 한 지층의 경계선에서 들어오는 외부의 것들을 받아들이듯이, 리토르넬로 역시 한 쪽의 문을 열어두어 다른 음악으로 변주할 수 있게 하는 탈코드의 방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영토화와 탈영토화의 힘이 공존하는 것이며, 위에서 말한 카오스, 코드, 그리고 카오스모스 이 세 가지가 공존하는 상황이 들뢰즈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새로운 개념으로 환경과 리듬, 그리고 박자가 있습니다. 카오스 속에서 주기적인 반복으로 형성되는 시공간적 블록이 환경이며, 카오스는 항상 반복으로 규정되고 있는 이 환경을 항상 소진시키기 위해 공격합니다. 여기의 상황에서 환경이 카오스에 맞서는 것이 리듬입니다. 들뢰즈는 이렇게 리듬이 나오는 것을 카오스모스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사이의 개념입니다. 형성된 코드를 해체하기 위해 움직이는 카오스와, 코드를 지키고자 만들어내는 리듬은 쉽게 말하면, 카오스가 리듬을 만들지만, 그 리듬을 통해 또 카오스가 변화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탈코드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박자라는 변하지 않는 코드가 아닌, 코드를 변화할 수 있는 리듬은 카오스의 무규정적 요소들과 만나 새로운 코드를 형성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사이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며, 다른 의미로는 3장에서 말하는 지층의 경계점 등과 같은 뜻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리토르넬로의 개념들로 들뢰즈는 예술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잔의 유명한 말을 통해, 리토르넬로의 세 가지를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주는 것만이 예술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특정한 것을 포착하여 표현하되, 단순한 묘사나 자신의 기억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 하나의 영토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탈주의 선을 열어두고 새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들뢰즈가 말하는 예술입니다. 그렇다고, 흰 도화지에 물감을 발로 칠해 마구 뛰어다니는 이런 류의 작품은 들뢰즈의 견해로서는 너무 나가버린, 다시 말해, 차이와 반복이 형성되지 않은 그러한 예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들뢰즈는, 이어서 고전주의, 낭만주의, 그리고 근대 미술을 설명하며, 이것을 리토르넬로로 분석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이해한 이번 리토르넬로의 고원입니다. 강의를 듣고,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읽어보면 좀 더 많은 것이 보일 것 같습니다. 다음 주의 학술제로 한 주의 여유가 생겼는데, 다시 한 번 리토르넬로를 읽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뢰즈가 말하는 탈영토의 여덟 가지 법칙을 되새기며,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1. 혼자서 탈영토화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 탈영토화가 빠르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 강도와 속도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3. 가장 탈영토화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탈영토화 된 것 위에서 재영토화한다.

4. 추상기계는 전체의 범위에 걸쳐있다.

5. 탈영토화는 제3의 항을 산출하는, 이중적 구조를 가진다.

6. 힘은 비대칭적이며, 다시 말해, 하나가 탈영토화 되었다고 다른 것도 탈영토화 된 것이 아니다.

7. 탈영토화 하는 것은 표현이며, 탈영토화 된 것이 내용이다.

8. 탈영토의 힘과 속도는 모두 다르며, 하나의 방법만이 있는 게 아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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