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어떠셨어요?
입말로 정리된 경전이라그런지 저는 읽는 내내 입에 착착 달라붙는 느낌이었습니다.
붓다의 대기설법은 읽을 때마다 놀랍습니다.
질문하는 자가 출가자인지 재가자인지에 따라,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 다르게 말씀하시는 붓다. 출가자들에게는 열심히 수행해서 다시 태어나지 말라고,
재가자들에게는 열심히 보시하고 계율 잘 지켜서 부디 하늘에서 태어나라고 하십니다.
재가자들에게 술 마시고 히히 거리지 말고, 젊은 여자에게 눈 돌리지 말고, 늙은 부모 버리지 말고, 모임이 있으면 어디든 쫓아다니지 말고, 대접 받고 인사도 없이 가버린다거나 정직하게 벌어서 재산을 탕진하는 일은 하지 말고, 쥐뿔도 없으면서 욕심 부리지 말라는 등.
그 당시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돈으로 인한 소송도 굉장히 많았던 것 같고.
붓다의 가르침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만 봐도 경전이 굉장히 구체적 현실에 발 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붓다는 비천함과 고귀함에 대한 기존의 표상을 뒤집어 버립니다.
출신성분이 아니라 자기 “행위”에 의해 귀하거나 비천한 사람이 된다는 붓다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야겠습니다.
인상적인 비유들도 참 많았죠.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 인식의 미망을 벗어나라고, 물에 젖지 않는 연꽃처럼 세속에 살아도 오염되지는 말라고, 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굳건하고 단호하게 제 갈 길을 가라고.
너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한 최고의 지배자가 되라는 붓다의 말씀에서 자기 절제를 통해 평정심을 유지하고 지고한 행복을 누리라고 말하는 헬레니즘 철학이 연상됐습니다.
고대적 사유에는 동양이든 서양이든 겹쳐지는 지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스피노자의 <에티카>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기하학적 방법론에 대한 맛을 봤습니다.
기하학적 방법론은 1)원인에 대한 인식을 그 바탕으로 한다는 것,
2)수학은 인간이 실재에 대한 참된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뛰어난 모델이라고 보았다는 것.
3)실재의(자연적) 질서와 사유의(관념) 질서를 동일한 것으로 보았다는 것. 둘 중 어느 것 하나가 우월한 게 아닙니다.
다음 주에도 스피노자 철학으로 들어가기 위한 워밍업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숫타니파타》가 생소하신 분들은 구모이 쇼젠의 책, <붓다와의 대화>를 추천합니다!
*다음 주 간식은 최미혜쌤~~
*읽을 범위는 숫타니파타, 3품! , <데카르트 철학의 원리>(책세상) 서문!
그럼 다음주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