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최종후기도 제가 썼었는데 이번 시즌 3 도 제가 쓰게 되어 ...... 영광입니다ㅠ (진짜)
후기 쓰기 전에 잠깐 2년전의 제가 어땠나 궁금해서 시즌1 후기를 찾아 읽어보았습니다.
오글, 민망, 뻘쭘, 부끄. 네 대충 이런 감상이 몰려왔구요. 재미있었던건 제가 그 글에서 밝혔던 걱정이었습니다.
'어려운 책 많이 읽고 열심히 쓴 것도 같은데 막상 하나도 남아있는게 없는것 같다'는 걱정. 그 글에서는 마무리 짓는답시고 감당도 되지 않을 의지를 불태우면서 끝냈는데 사실 그냥 걱정으로 끝이었던거 같애요. 세미나가 끝나고 뭐가 남아 있는거지. 내가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있기는 한 건가. 남아있는 지식이 없다면 이 4개월 간의 공부가 다 무용한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빠져 세미나를 끝냈습니다.
그렇게 두려움으로 불교 N 시즌 1을 끝낸 저를 바라보는 시즌 3의 저는 안쓰럽기도하고 막막하기도 합니다. 저 두려움, 그리고 걱정 모두 고스란히 이번 시즌에도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에 스피노자와 불경을 같이 읽으면서 난 뭘 배웠던 걸까요. 그리고 그 배움은 세미나가 끝난지금 내게 남아있는 것일까요.
두려움의 표현은 같지만 그 두려움을 바라보는 제 시선엔 조금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 두려움 속에는 공부로 유형의 성과를 쌓고 싶다는 욕망과 배운 것을 부여잡아 말이든 글이든 드러내고 싶다는 욕망이 깔려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 욕망은 제가 공부를 하고 싶어하고 눈독을 들이게 하는 동력이기도 합니다.
그 욕망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있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철저하게 실패중입니다. 책읽기는 달리기하다 숨이 턱에 까지 차오르는 순간만큼 고역스럽고 내가 쓰는 글과 내놓는 말들은 스스로가 봐도 유치하고 재미없습니다. 공부는 들여다 볼 수록 거대한 산입니다. 세미나 2년차에 들은 풍월은 많은지, 눈에 밟히는 책은 많은데 하나 더듬어 가기도 힘듭니다. 도대체 채운샘은 저 많은 책을 다 읽어가면서 4~5개의 세미나를 동시에 이끌어 가는 건지 미스테리합니다. (정말 의문..)
그 좌절된 욕망을 달래는 대신 우리가 배웠던 스피노자와 붓다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스피노자와 붓다가 정확히 뭐라고 말했고 뭐가 핵심인지 깔끔하게 정리해보라고 한다면,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듭니다. 그들은 적어도 자기가 알고 생각하는 대로 적고, 사람들에게 전했으며 그대로 살았던 인물이었다는 느낌입니다. 스피노자의 글쓰기든, 붓다의 설법이든 그 시대에 책쓰고 강연해서 돈 좀 벌고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겠다는 욕망으로 할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목숨을 내놓고 동시대인들의 위협을 감수해야 할 만큼 거친 행보였습니다.
다시 돌이켜 보건데, 붓다와 스피노자의 말과 글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어려움만 느꼈던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던 같습니다. 그들이 죽음도 무릅쓰고 글쓰고 말하고자했던 욕망과 그들의 결과물을 읽어들어가려했던 내 욕망은 잘못 끼워진 열쇠처럼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입니다. 흡사 참고서를 보며 지식을 채워가듯이 붓다와 스피노자를 읽으려고 했던 나의 시도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제가 해야할 공부는 지능이나 센스의 문제이거나 책읽는 시간 따위의 문제가 아님을 봅니다. 동시대의 파문을 무릅쓰면서 글로 자신의 삶을 남기고자 했던 위대한 이들의 욕망을 짐작하지도 못하는 한, 어렵고 지루한 책은 앞으로도 읽히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유익한 것이었을까요. 남아있는 것은 충분할까요. 앞서 한 이야기로 답은 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것, 없습니다. 스피노자고 붓다고 아직 막막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 배운것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스피노자와 붓다 덕분에, 그리고 같이 공부하고 지적하고 생각을 나눈 선생님들 덕분에 단단히 감춰져 있는 내 욕망과 두려움의 결을 흘끔흘끔 엿보게 됩니다. 살아있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잔뜩 도취된 자의식에 휩싸여 스스로 괴로움에 쳐박히지만 가끔 위대한 인물들의 책을 읽다가, 세미나에 나가 영혼까지 탈탈 털리다가 내가 서있는 위태로운 기반을 내려다 보는 순간이 있습니다. 불편하고 거북한 순간이지만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순간만이 나의 맨얼굴과 직면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 순간을 평온하게 그리고 꾸준히 직시하고 싶습니다. 자뻑과 두려움을 얼굴에 발라 화장 떡칠하듯이 평생을 가면 쓰고 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지지부진한 공부지만 분명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뷸교는 무슨 교냐?? ㅊㅊㅊ 글고, 다른 건 됐고, 제발 맞춤법이나 좀 맞게, 한 문장을 써도 제발 성실하게 썼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