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 읽고 공부하면서
그동안 고지식한 교훈같은 것이라며 딱히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게 흥미롭습니다.
이번 주에 언급되었던 정진과 방일, 신심과 같은 것들도요.
아함경 14권 삼법경(346)에서는
자신에게 부끄러워함이 없음(無慚무참), 남에게 부끄러워함이 없음(無愧무괴), 방일한 것(放逸방일)이 나옵니다.
세간에서 사랑할만하지 않고 생각할 만하지 않고 뜻에 맞지도 않는 세가지 법, 즉 늙음, 병듦, 죽음.
이 셋을 끊지 못하는 원흉을 추적해보니 그 끝에 무참, 무괴, 방일이 있습니다.
수업들으며 생각해 보니 자신에게 부끄러워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인 것 같았습니다.
정말로, 우리는 스스로를 지켜보지 못하니까요.
덕분에 맘껏 방일해지기도 하고, 왠지 스스로가 잘 하고 있다는 망상에 빠지기도하고.
이러니, 자신에게 부끄러워할 수 있는 사람은 방일할 수 없고. 당근,
부처님 법에서 멀어질 수도 없겠지요.
불교에서 말하는 정진이라든가 불방일은
뭘 많이 하고 적게 하고, 바쁘고 한가하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한결같이 '자기'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는가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옛 습관이나 기억, 놀라운 자의식, 탐착, 이런 것들에 대해 얼마나 한결같이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는지.
자기를 살필 줄 알고, 나나 타인에게 부끄러워할 수 있는 것은 여기서 중요한 무기일 것 같고요. 힘들지만요-.-
(방일의 영어번역어가 carelessness, 신중하지 못한 것이랬으니 역시 자기를 부끄러워할 수 있는 것과도 통하는 듯.)
아, 그런데 자기를 살핀다는 것에 대해서도 아리송합니다.
사량하고 분별하는 것은 번뇌 망상 키우고, 괴로움을 부르는 지름길! (14권 359.사량경 참고)
자기 본답시고 '자기'에 대한 상만 키우는 일도 많은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부처님 말씀에 의심없이 한결같이 머무를 수 있는 것.
부처님 가르침 열심히 배우고, 마음에 새기고, ... 말로 이렇게 생각해보면 참 별 거 없는 것 같은데요.
신심을 내고 한결같이 법에 머무르는 것보다는 역시 욕심이 세고 자의식이 세긴 셉니다.^;
별 것 아닌 것도 같건만, 정진이나 불방일과 같은 법을 왜 그토록 중하게 말씀하셨는지...
우리 심신의 관성(?)이 그만큼 대단해서는 아닐까 싶었습니다.
오늘 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들 한 주 잘 보내시기고요. 밥도 맛나게 드시고요-
다음 주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