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베스트는 단연 “세간을 사유하지 말라”는 부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사후세계, 전생, 부와 권력, 여자, 전쟁, 옷, 음식 등 온갖 세간의 일들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는 비구들에게 가셔서 그 것들은 이치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바른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들도 아니니, 부디 사유하지 말라고 당부하십니다.
진리를 구하겠다고 출가한 이들이 모여 앉아 기껏 하는 얘기가 시주받은 음식이 거칠어서 못 먹겠다는 둥,
걸식 나가서 어여쁜 여인을 보고 싶다는 둥,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는 둥 하고 있으니,
부처님이 보기에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싶기도 하구요.
부처님은 욕망을 부정하지는 않으십니다. 욕망의 질이 중요할 뿐.
그러니까 보지도, 듣지도, 먹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고, 듣고, 먹고, 말하는가를 문제 삼고 있는 거죠.
시주받은 음식이 거칠고 맛없는 음식이라고 해서 시주한 사람을 미워하는 비구들을 데리고,
부처님은 무상하기 때문에 거칠건 그렇지 않건 나의 피와 살이 될 수 있는 거고,
그것을 통해 나의 생명이 유지된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는 걸 알라고 말씀하셨겠죠.
상한 음식을 먹고 속에 탈이 나서 돌아가시게 되었을 때에도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음식을 준 이를 나무라지 말라고 당부하십니다.
자기 몸이 상한 음식을 먹어도 견디지 못할 만큼 노쇠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식중독에 걸린 것이 단지 음식을 준 이의 잘못은 아니라는 거죠. 이것도 무상.
무상을 깨달았기 때문에 부처님은 욕망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탐욕에 물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겠죠.
저한테 아라한은 너무 크고, 부처님의 마음을 먼지만큼이라도 따를 수 있으면
이번 생은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는 <지성교정론> 서두에서
세간의 욕망은 모두 부, 명예, 감각적 쾌락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중에서도 부와 명예, 특히 명예를 추구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봅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항상 선이라고 생각하면서 후회할 줄 모르기 때문이라죠.
스피노자는 인간의 정념passion의 양가성에 주목합니다.
‘암비시오(명성, 명예...)’는 정념의 양가성을 설명하기 위한 가장 좋은 예였습니다.
타인이 기뻐하는 것을 봤을 때 우린 기쁨을 느낍니다.
그런데 나로 인해서만 타인이 기뻐했으면 좋겠다는 독점욕으로 전도되는 순간, 그건 폭력이 되는 거죠.
슬픔을 느끼는 것은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위대한 능력이 될 수도 있지만,
슬픔의 원인이 대상에게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 슬픔의 정념이 증오로 바뀌게 되고,
이때부터는 문제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거죠.
정념... 정념은 감염되잖아요. 서로의 감정을 모방하고, 자신을 동일화시키고...
그건 인간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한계이기도 하다는 것.
그래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중요한 건 본성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정념의 양가성을 어떻게 사유하고 조직할 것이냐의 문제라는 것. 이것이 스피노자 정치학의 핵심!
스피노자와 붓다, 너무너무 어렵지만 점점 흥미진진하네요.
얼마 남지 않은 이번 학기엔 <에티카>를 위한 준비 운동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읽어 올 텍스트!
-<지성교정론>, 다시 꼼꼼하게 읽어오기!
-들뢰즈, <스피노자의 철학> 중에서 2장 "윤리학과 도덕의 차이에 관하여"
(****책이 없으신 분들을 위해 곧 스캔해서 올려드릴게요.)
-<잡아함경>17권&12권
*발제는 인석, 간식은 효진언니!
그럼 다음주에 만나요!!
<지성교정론>을 <신학정치론>으로 잘못 올렸네요...^^;;;; 스캔 자료는 내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