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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광불화엄경> 두 번째 시간. 우리는 꽃으로 장식된(화엄) 해인삼매의 장엄한 바다에 젖어들기는커녕...끊임없이 "어찌해야 합니까~~"를 외쳤습니다. <세주묘엄품>은 특히 깨달은 이가 본 빛나는 세계를 묘사한 것이기에 막막했습니다. 이런 지경인지라 <화엄경>을 다 읽은 후, 마지막에 <세주묘엄품>을 다시 읽으면 느낌이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지기도 했지요. 어쨌거나 이러저러하게, 요리조리, 제각각 얼마나 다르게 막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책읽기였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완수쌤의 말씀처럼, <세주묘엄품>이 차라리 기쁨이 아니라 번뇌를 나열하고 있다면 좀 더 편했을 것 같습니다. <잡아함경>에서 신통제일 목건련이 보았던 중생들, 예컨대 온몸이 곪아 터져 더럽고 냄새나는 중생, 뜨거운 쇠로 만들어진 땅을 밟고 가는 중생, 온갖 벌레들에게 파먹히고, 온몸 구석구석이 불에 타고, 짐승들에게 내장이 파먹히는 등 골수에까지 사무치는 고통을 겪는 중생들의 형상을 보았을 때가 오히려  마음이 더 편했던 것 같습니다. 이상해요. 어리석은 걸까요? 정말 기쁨보다 괴로움에 익숙해진 것일까요? 괴로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어떤 표상 때문일까요? 괴로움을 없애야 한다,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그런 게 공부에도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한편으론 어떤 문제 앞에서 충분히 괴로워하지 않는 게(고민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채운쌤은 우리가 번뇌에 사로잡힐 수 있지만, 그것의 무상함을 관찰함으로써 번뇌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는 걸 믿는 마음이 바로 신심(信心)이라고 하셨습니다. 불교는 번뇌 없는 세계를 꿈꾸는 게 아니라, 번뇌를 깨달음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사유하는 종교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될 듯.  


수영이 말처럼, 바람결에도 해탈에 들 수 있는 것임에도 우린 깨달음을 저 멀리, 우주 밖에 있는 무언가로 여긴 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뭔가 탁!  정신이 맑아지면서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온몸으로 퍼지는 걸 느낀 적은 많지만 그게 다음 순간에 바로 사라져 버린다는 거...인식의 한계, 의혹이 꽃으로 장식된 장엄한 세계를 보지 못하게 막는 가리개로 작동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알겠어요. 전 지금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거든요.ㅎㅎ 법비는 믿지 않는 대중에게도 차별 없이 내리는데, 각기 자기 그릇에 따라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을 뿐이라면, 그것도 그런대로 장엄한 세계의 오묘한 조화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제각각 듣고 제각각 해탈문을 얻는" 이 오묘한 세계. 모두가 깨달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겹겹의 인연에 의해 해탈문이 열리는 것이므로 이 세계는 깨달음조차 내 의지의 산물이라거나 내가 잘나서 획득할 수 있는 게 아님을 가르쳐 주고 있네요.    

 


오랫만에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꺼내들었습니다. <2부. 정신의 본성 및 기원에 대하여>의 첫 번째 시간.

진도는 딱 1장, 정리와 공리까지 나갔습니다. 그래도 품고 있는 내용이 어마어마하네요. ㅎㅎ

데카르트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 정신을 신체(물질)보다 우위로 보았다 하지요. 그래서 신체는 유한하지만 정신은 무한하다는 중세적 사유를 그대로 따랐다고. 허나 스피노자는 정신도 자연의 질서를 따른다고 보았습니다. 우리가 2부를 읽는 내내 기억해야 할, 정리 7에서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관념들의 질서 및 연결은 사물들의 질서 및 연결과 동일하다." 그러니까 관념의 질서와 사물의 질서는 각각 자연의 질서를 따른다는 말입니다. 대상이 있으므로 내 관념이 생겨나는 게 아니라, 관념은 관념의 질서와 연결에 의해, 사물은 사물의 질서와 연결에 의해 생겨남을 아는 게 바로 참다운 관념(적합한 인식)이라고 정리하죠. 비슷하게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게 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고, 단정할 만한 마음은 없다, 마음은 외계의 실체적 대상과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니다, 라는 말을 하는 것이라 합니다. 

기억해야 할 건 신체와 정신의 평행론! 이게 이번 장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책 읽어 오시길.  

 

*다음 주 읽을 범위 : 

<대방광불화엄경> 6, 7권 / <에티카> 2부 정리12까지 / 보조자료 : <화엄사상>(경서원) 중 다마키 코오시로오의 <화엄경에서의 불타관> 

->공통과제는 <~화엄경>으로 써오시면 되고요, <에티카>는 막힌 부분을 체크해오시면 돼요.

*간식은 수영! 


& 다음주에 만나요~!!

  • 반장 2015.04.22 09:16

    앗, 그리고 은하쌤, 미영쌤의 자발적 벌칙 후기 기대하겠슴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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