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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의 거처하시는 궁전과 누각은 넓고 아름답고 엄숙하고 화려한 것이 사방에 가득하여 가지각색 마니보배로 이루어졌으며, 여러 가지 훌륭한 꽃으로 장시하였고, 모든 장엄에서는 찬란한 광명이 구름같이 흘러나왔다.”(p.8)

『대방광불화엄경』그 첫 번째 시간. 드디어 경전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붓다는 正覺을 이루고 난 후 본 장엄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묘사합니다. 
깨달은 세계를 이렇게 이미지로 그려놓은 경전은 『화엄경』밖에 없다고 하지요. 
무명의 어둠이 거두어지고 눈앞에 펼쳐진 광명의 세계. 
그것은 모든 번뇌가 사라진 무념무상의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그 자체로 이미 깨달음의 세계라는 걸 알았을 때 고타마 싯다르타는 붓다가 되었습니다.
붓다는 자기가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모든 것들, 
하늘, 땅, 물, 바람, 벌레, 풀, 나무 등이 원래부터 비로자나불이었음을, 
우리의 몸과 마음이 모두 연기의 법칙 속에서 나고 죽는다는 걸 앎으로써 세계의 실상을 보게 됩니다. 
緣起的이고 空한 세계.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하나에 사로잡히지 않는 세계. 
스피노자가 그러했듯 붓다는 해인삼매 속에 세계의 모든 존재가 평등하게 자기의 역량만큼 온전히 빛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을 신이라 표현합니다. 
그리스 서사시에서 고대인들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모든 것을 ‘신’이라 표현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삼라만상이 그 진상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 보이는 세계, 
『화엄경』은 이렇게 깨달은 이가 본 세계에 대한 묘사로 시작합니다. 
저는 이걸 감당 못하고 책을 읽는 내내 이리저리 헤맸습니다. 어마어마해 보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쌤 말씀처럼 <세주묘엄품> 1,2권을 읽는 내내 깨달음의 세계가 망망해 보였다면, 
그건 제가 가진 깨달음의 세계에 대한 표상 때문이겠죠. 

설법을 결심한 붓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하지요. 
“내 이제 甘露의 문을 여나니, 귀 있는 이는 들으라. 낡은 믿음 버리고.” 
낡은 믿음은 곧 자아의식의 산물들, 다시 말해 습관적 기억이 만들어내는 세계에 대한 표상을 가리킵니다. 
주의할 점은 내가 바뀌어야 해, 달라져야 해, 변신할거야, 이렇게 쉴 새 없이 다짐하고 외치는 것조차 자아의식의 산물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버려야 한다는 마음조차 아상의 산물이라고. 내가 바라는 나, 내가 바라는 너. 
세상에 그런 건 없고, 그렇게 될 수도 없죠. 
우리는 저마다의 깜냥으로 이렇다 저렇다 분별하고 확신하면서 
바뀌어야 할 ‘나’라는 게 따로 있다고 여기지만 그것만큼 어리석은 생각은 없다는 것이겠죠. 
상대에 대한 규정도 마찬가지. 상대에 대한 규정을 버리면 나에 대한 규정도 버리게 된다는데, 
그런 규정을 깨는 것으로부터 세계가 그 자체로 깨달음의 세계임을 보는 일이 시작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노, 기쁨, 슬픔에 휘둘리고 생로병사의 번뇌로 들끓는 불편한 지금 여기의 세계가 곧 깨달음의 세계임을 알라는 붓다를 믿고, 『화엄경』을 다 읽는 그날까지 같이 가 보시렵니까?^^ 


*다음 주 읽을 범위 
: 『대방광불화엄경』1 <세주묘엄품> 제3권~제5권까지.(pp.67~184)

& 다음 주부터『에티카』 2부 강독도 시작할 예정이니 책 가져 오세요.  
책이 없으신 분들은 비홍출판사에서 나온 황태연 번역본으로 사시면 됩니다.

간식은 미영쌤! 맛난 간식 기대하겠슴돠~~ㅎㅎ^^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 하네요.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특히 만두쌤! 컨디션 어서 회복하시길. 
만두쌤의 스피디한 후기 기다리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럼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
  • 만두 2015.04.15 16:41

    다시 읽자, 세주묘엄경.


    지난 주 익숙하지 않은 세주묘엄경의 서술방식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고 사심에 흔들리고 말았습니다만.

    어쩜 세주묘엄경은 지루하고 반복되는 것으로 보이는,

    실은 새롭게 생성되는 세상의 묘사,  무한의 장엄 속에서

    그런 흔들리는 자신을 보라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돌이켜봅니다.

    수순샘께서 호흡을 바라보라고 권하신 것처럼 이 서문도 화엄경에 들어가기 전에

    생각을 모으고 책을 읽을 힘을 키우라고 하는 듯 합니다.

    다시 보는 중에 얼마나 많은 삿된 생각에 빠지는지 한편으로 크게 놀랐습니다.


    한 책에서 '서문'의 중요성은 귀에 못 박힐 정도입니다.

    이 대방광불화엄경이라고 예외는 아닐터이고.

    서문 격인  '세주묘엄경'은 말로 할 수 없는 믿음을 내게 하는 어떤 기재가 작용할지도 모릅니다.

    가능한 꼼꼼히 마음을 내면서 피상적인 독서가 아니게

    다시 읽어보렵니다. 

  • 태람 2015.04.16 13:59
    오~~다음 시간에 다시 읽은 느낌&생각 말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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