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이 찰나에 어디까지 달려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일화네요. 더불어 자아 의식은 좋은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때도 무섭게 발동한다는 사실... 여러 모로 오늘 제 마음을 세게 후려쳤습니다그려 ^^; 



  상카락키따 테라의 여동생은 사왓티에 살고 있었는데, 결혼하여 아들을 낳자 평소 존경하던 오빠의 이름을 따서 아들의 이름을 상카락키따라고 지었다. 이 어린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어, 본인의 결심을 따라 외삼촌인 상카락키따 테라의 제자로 출가하여 빅쿠가 되었다.

  조카 상카락키따는 부처님으로부터 좌선 수행에 관한 법문을 들은 다음 수행 주제를 받아 어느 마을에 있는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그는 우기 석 달 동안 그곳에서 수행하면서 신자들로부터 까사 두 벌을 받았다. 마침 수행기간 동안 자신의 까사가 낡아 헤졌으므로 그는 그는 한 벌은 자신이 입고, 나머지 한 벌은 스승이자 외삼촌인 상카락키따 테라에게 바치기로 마음먹었다. 

  우기가 끝나자 그는 지체하지 않고 외삼촌이 계시는 수도원으로 갔다. 그는 수도원에 도착하여 청소를 하고 자리를 정돈한 마음 테라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테라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그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까지 나가 테라를 맞이했다. 그리고 나서 테라를 자리에 모셔서 앉게 해드린 다음 인사를 올리고 발을 씻어드렸다. 그 다음 그는 가지고 온 까사를 테라의 발 아래에 놓고는 청하였다.

  "존경하는 스승님, 이 까사를 받아주십시오."

  그러자 테라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미 다른 신자로부터 받은 까사가 있으니 그곳은 네가 입도록 하여라."

  그래서 조카는 당황했으나 한 번 결심한 것이므로

  "이것은 저의 처음부터의 결심이었습니다. 제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괜찮다, 상카락키따여. 내게는 이미 까사가 있으니 그것은 네가 사용하도록 하여라."

  조카인 상카락키따는 그 까사를 덕 높은 스승에게 바침으로써 자시에게 크나큰 공덕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랬으므로 아무리 스승이 자기 공양을 사양하더라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몇 번에 걸쳐 까사를 받아주십사고 스승께 청했다. 그렇지만 스승은 끝내 자기의 청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상카락키따는 스승을 옆에서 모시면서 스승에게 부채질을 해주면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조금 전의 일이 마음에 어른거려서 몸은 부채질을 하면서도 마음은 딴 데에 가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이 분의 조카이며, 또 이 분의 제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분은 내 공양을 받으려도 하시지 않는구나. 이렇듯 나와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부족하신 분과 평생을 보내기는 실로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버릴까?'

  그의 상념은 계속되었다.

  스승이 받지 않으시는 이 까사를 시장에 내가 판다면 아마도 암염소 한 마리 정도는 살 수가 있을 것이다. 그 암염소를 키우면 곧 새끼들을 낳겠지. 그러면 그 새끼들을 키워 팔아서 여러 마리의 암염소를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늘려 가다 보면 머지않아 나는 많은 염소를 키우는 부자가 되겠지. 그렇게 돈을 번 다음에 나는 결혼을 해서 아내를 맞이하자. 아내가 아들을 낳으면 나는 아들의 이름을 외삼촌의 이름을 따서 상카락키따라고 짓고, 아내와 함께 아들을 데리고 수도원에 와서 외삼촌에게 인사를 올릴 수도 있으리라. 나는 ㅅ도원에 가는 동안에 아내에게 말할 것이다.

  "여보, 아이는 내가 안고 가리다."

  그러면 아내는 

  "아니에요. 아이는 제가 안고 갈 거예요. 당신은 마차나 잘 몰도록 하세요."

  하며 아이를 꼭 껴안겠지. 그래서 실랑이를 하게 되고, 아내는 어린아이를 놓쳐 떨어진 아이 위로 수레바퀴가 지나가고 말 것이다. 그러면 나는

  "제 자식을 안고 간다면서 아이를 지키지도 못한단 말인가! 네가 나를 망쳤구나."

  하고 소리치면서 아내를 채찍으로 내리칠 것이다.

  그가 이런 상념에 젖어 있을 때 그의 손은 그의 생각을 따라 움직여 그는 들고 있던 부채로 테라의 머리를 때리고 말았다. 테라는 곧 젊은 조카가 왜 자기의 머리를 때리게 되었는지를 알아챘다. 그는 말했다.

  "너는 네 아내 대신 이 늙은 빅쿠를 때리는구나."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상카락키따는 크게 당황했다. 그는 외삼촌의 말에 공포감을 느끼고 밖으로 나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때 수도원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겨 그를 붙잡아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데리고 갔다. 부처님께서는 그간의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 나서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마음이라는 것은 가까운 것은 물론 먼 것까지도 능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수행자는 마음을 잘 다스려 멀리 떠나가지 않도록 해야만 하느니라. 수행자는 항상 열성적으로 마음의 자연적인 성품을 관찰하고 있어야만 하나니, 그리하여 그는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는 갖가지 장애에서 벗어나 해탈을 성취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마음은 끝없이 방황하고 홀로 움직이며

  물질이 아니면서도 물질 속에 숨는다.

  어느 누구든 간에 그것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염마 사자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나리.



 (*염마: 염라왕,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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