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4 18:15

짜발적 후기

조회 수 400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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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에 대한 논의를 두 번째 하게 되었는데 완수샘의 “자비는 의지의 행위보다는 명상. 앎을 통해서보다는 집착을 벗어난 곳에서 자비”라는 문장에 꽂혀서 많은 논의가 오갔지요. 우리가 여태 알고 있었던 언어적 분별인 자비스러움이라는 자비가 의지로 베푸는 도덕적 행위나 이타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 나보다 약한자를 돕는다는 마음같은? 우리 존재가 ‘의지’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조건화되어 분출된 존재이므로 그 조건을 잘 관찰하는 것이 지관- 지혜를 쌓는 길이며 그것이 수행이며 바로 자비라는 채운샘의 말씀. 지혜와 수행으로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것으로 무지에 기반한 도덕과는 달라서 자비심에는 동정이나 연민이 들어설 수가 없다고.  니체가 경멸했던 도덕이 연결되네요.

동일성과 상호의존성으로 이루어지는  화엄의 세계에서 나의 심호흡 한 번이 세계의 흔들림과 연결 되어 있음을 안다는 사실은 바로 삶의 자세에도 능동성을 요구하는 듯한데 그것이 무엇을 노력하자라는 의지적 차원이 아니라 공(空)과 연기(緣起)에 대한 깨달음의 차원이라는 점이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공유하면서 모두 한숨과 고개를 저었지요.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이  특수인식능력을 어떻게 한다?? 인식의 전환 인식A-->인식B가 아닌, 인식의 토대가 되는 무의식차원의 인식을 어떻게 알며 변화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씨앗을 뿌리는 수행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공부를  할수록 요원해지는 듯하는데..

불교n의 뉴-스타 수순쌤의 실천수행경험과 관련된 명상에 대한 말씀에 모두 귀를 쫑긋하고 들었는데 새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습니다.흑백의 글자로만 공부하다가 왠지 향내 나는 말씀이라.(자주 말씀해주시길 요청이요!) 우리 공부도 수행 못지않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많이 찔렸습니다.

채운샘이 강의에서 육상행을 설명하시며 왜 화엄에서 존재론의 구성을 이렇게 해놓았는지 의미를 한 번 정리해 보라고 하셨지요. 흙탕물(별상)이 모래가 가라앉아 맑은 물(총상)이 되는 현상은 혼돈에서 번뇌가 걷히면 진여(眞如)-정말로 그러함- 의 세계를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번뇌 속에 진여의 세계가 있다는 것. 번뇌가 깨달음의 자리로 전환되는 순간, 즉 현상, 경험, 분별의 세계인 사법(事法)계에서의 번뇌가 이법(理法)을 얻는 순간 이사무애(理事無礙)를 깨닫게 되며 그것은 또 모든 사물에 불성이 있음을 알고 현상과 현상 사이에 아무 걸림이 없는 완전한 긍정의 세계 사사무애(事事無礙)의 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군요. 상입상즉, 상호침투, 상호투영으로 이 모든 것이 동시성을 갖는다는 것! 원인이 결과와 다르지 않고, 부분이 전체와 다르지 않다. 정말 놀랍고도 심오한 논리인 것은 알겠는데 참 어렵습니다. 사유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험으로 살아가기 때문일까요.  시간의 지속성에 익숙하여 현재화된 모습을 부여잡고사는 우린들은 총체성을 담보하고 있는 순간을 사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동시성이란게  참으로 낯섭니다.

깨달음을 일생일대의 엄청 대단한 것으로 표상하는 것도 일종의 망상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 내가 뭐라고, 아니 내 존재가 어때서. 분열하는 저를 보며 부분이 전체이며 전체가 부분이라는 화엄의 세계가 갖는 의미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바로 아는 것이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니 일상의 경험 자체 나의 말, 나의 발걸음 하나가 세계에 부딪치며 걸어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새길 뿐입니다.

  • 수경 2015.04.04 19:22

    사사무애 사사무애... 아직 잘 이해되지 않지만(그럼에도 충격적이지만) 이해 안 되면 일단 외우기라도 해야겠지요 사사무애 사사무애... ㅡ.,ㅡ

  • 태람 2015.04.05 21:38

    깨달아야 할 대단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니라는데, 어렵기만 하네요. ㅎㅎㅎ

  • 이현 2015.04.06 05:23

    와우,  수업에 빠진 저도  수업내용이 확 감잡히는  멋진 후기입니다요! 

    이렇게  잘 정리해주신걸 보니  깨달음이  오신 듯! 

  • 태람 2015.04.06 10:58

    '짜발적 후기' 굿!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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