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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불교의 세계> 세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뒷 부분에 중요한 얘기가 한 가득 있었죠. 

특히 8장 '화엄적 삶' 부분. 화엄의 세계로 진입하기도 전에, 우리는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냐'는 질문을 꺼내놓고 말았네요. 전체와 개체의 문제를 고민하라는 숙제는 결국 화엄적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와 '세계'에 대한 익숙하고 습관적인 이해를 깨는 게 우선적이어야 하기 때문이었겠죠. 


만두쌤이 후기에 쓰셨듯이, 토론 시간 동안 우리의 화두는 '자비'였습니다.  

저는 자비와 연민을 혼동했습니다. 

또 수행과 공덕의 결과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자비를 우린 마치 의지의 문제인 것처럼 여겼습니다. 

자꾸 이런 식으로 질문했습니다

자비는 꽃도 함부로 꺾지 말라는 건가? 나무젓가락 하나도 소중히 여기라는 건가? 호랑이가 나를 잡아 먹으려 해도 기꺼이 나를 내주라는 건가? 이렇게 물으니 당연히 답은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말도 안 된다..."


자비가 단지 생명을 소중히 여기라는 얘기는 아닐 거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자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우리 자신의 편견을 버리고 다르게 상상하는 일은 어려웠습니다. 상상력의 한계. 그것이 곧 생각의 한계였죠.  

불현듯 <잡아함경>에서 보았던 목건련의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저마다 자기가 지은 업으로 인해 끔찍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중생들을 보며 목건련이 지었던 미소가 말입니다.

우린 목건련의 미소에서 자비를 읽어냈었죠. 

그는 고소해서 웃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그들을 해방시켜줄 수 있다는 영웅심은 물론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도 품지 않았었죠

목건련은 다만 이런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저들은 지금 저토록 끔찍한 고통을 당하고 있구나. 그 고통이 저들을 해방하는 힘이 될 것이다. '

고통을 제거하는 것이 해탈이 아니라, 해탈은 고통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믿었던 목건련. 

그의 미소는 번뇌에 대한 믿음을 의미했습니다.

채운쌤은 이 번뇌에 대한 믿음이 자비의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번뇌에 대한 믿음이 곧 우주에 대한 믿음이라는 말씀도 하셨죠. 

나를 통해 실현되는 번뇌, 그 번뇌에 대한 믿음이 곧 空하고 緣起적인 세계에 대한 믿음이라는 겁니다. 


번뇌는 변치 않는 사랑, 영생 같은, 세상에 있지도 않은 걸 상정하고는 

최선을 다해 성주괴공()하는 세계의 실상을 보지 않으려 노력하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것일 뿐.

아무 잘못도 없는 내가 어째서 이리 나쁜 일을 '당하나', 하늘이 나를 버린 게 아닐까 하고 분노하고 억울해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우리.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있는 세계는 공한데, 그런 세계와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습관적 인식이 빚어낸 산물이 곧 번뇌라는 것.  

번뇌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空하고 緣起적인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쿡의 말처럼 우리는 진여(공, 연기) 때문에 번뇌를 갖게 되는 거죠.  

해탈은 번뇌를 없애는 게 아니라 번뇌를 가라앉히고 공한 세계를 투철하게 보는 것. 

억울해하거나 두려워할 것 없이 무상을 경험하게 되는 순간, 그러니까 무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 존재는 전환될 수 있다는 것.

목건련의 자비는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자기가 경험하고 있는 공한 세계를 투철하게 볼 수 있는 자만이 자비심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컨대 자비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도덕감도, 누군가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겠다는 오만함도 아닙니다.

자책이나 원한감정에 사로잡힌 마음 약한 이의 강박관념과도 거리가 멉니다.  

불교에서 깨달음은 누가 인도해 준다고, 교육과정을 차근차근 밟는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내 안에 있는 우주(공, 연기), 나를 통해 실현되는 세계, 나(현상)와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세계(보편)를 깨달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 아닌 모든 것들과 더불어 존재함을 아는 통찰력. 존재하는 모든 것이 비로자나불임을 아는 직관력. 

자비는 이런 것들을 빼놓고는 얘기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불성이 있는 모든 존재들에 대한 믿음, 다른 말로 번뇌를 겪는 모든 존재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그들과 더불어 함께 깨닫겠다는 발심. 이것이 바로 자비로운 보살도의 바탕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듯.


*공지


다음 주에 읽을 책은 <대화엄일승법계도주>(의상 지음, 문현) 전체 입니다.


발제는 은하쌤, 간식은 수순쌤!


공통과제 주제는 따로 없습니다. 각자의 관심사에 맞게 자유롭게 정해보시길.


이번 주 자발적 후기는 다시 한번 미영쌤?! =0= ㅋㅌㅋㅌ 그냥 넘어갈 수 없죵!  


그럼 다음주에 만나요, 제발! 현옥쌤, 미혜쌤 아셨죠?ㅎㅎ~~^^

  • 수엉 2015.04.01 07:19
    번뇌즉 깨달음, 엄청난 말인듯요/!!
    저 책 주문하려고보니 빨리도착이 아니더라고요, 도서관들에도 없고. 혹 안구하셨음 책준비 서둘러야 할듯요~,~/
  • 이현 2015.04.01 10:34

    아버지 제사 모시느라  딱 한번 빠졌는데  만년 결석생과  똑같이 불리다니 억울해요 흑흑 msn010.gif

  • 태람 2015.04.01 11:46
    ㅋㅋㅋㅋ억울한 마음 내지 마셔요. 지난 주에 빠지신 분들을 부른 것뿐이에욤! ^---^ 으흐흐흐흐
    그나저나 만년 결석생 미혜쌤은 각성하시고 이제 제발 얼굴 좀 보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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