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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을 읽을 때, 

선정에 든 석가모니 붓다를 끔찍하게 괴롭혔던 마왕 파순의 네 딸들을 기억하십니까?

我痴, 我見, 我慢, 我愛. 

붓다는 이 네가지 번뇌를 악마의 딸로 형상화하여 설했습니다. 

자아의식을 일으키고 좋고 나쁨을 판단(사량분별)하는 마음 작용으로, 아치, 아견, 아만, 아애와 함께 일어나는 말나식(末那識)은 아뢰야식에 저장된 종자를 이끌어 인식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끊임없이 생각이 일어나도록 하는 마음 작용이라고 합니다.  

자아의식을 일으키는 마음이라... 이 마음이 뭘까요?


<화엄불교의 세계> 5장 말미에서 프란시스 쿡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만물의 상호의존성과 동일성을 지각하기 위해서는 개념화하고 범주화하고 기호화하는 인간의 일상적인 의식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혁되어야 하기 때문에 해인삼매는 심오한 선정의 상태로 이해된다."(146쪽)

토론시간에도 일상적 의식구조를 바꾸라는 게 뭔가? 라는 질문이 나왔었고, 

이에 대해선 空한 세계를 사실 그대로 보라는 게 아닐까, 

(같은 말이긴 하지만) 연기조건을 관찰하는 게 아닐까라는 답변들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번에 읽은 5장까지, 일단 화엄의 견해를 통해 우리의 낡은 의식구조를 변혁하고, 

관점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라고 훈훈하게 정리하려 했지요. 

그런데 의식의 변혁은 뭐고, 선정 상태를 통해 의식이 어떻게 변혁된다는 건지 통 이해가 되지 않았죠. 내가 기존에 생각하던 것들을 조금 다르게 비틀어보자, 라는 건가? (이런 생각 너무 안일합니다..) 싶었지요.


수업 시간에 채운쌤이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인식은 자아에 기대고 있다. 그러므로 인식의 전환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의 인식은 곧 자아(의 산물)이므로 이 자아관념조차 공하다는 걸 지켜보는 지관수행이 꼭 필요하다! 

어랏! ... 생각해보니 "의식의 전환"은 창의력을 강조하는 CEO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이고, 

자기계발서에서 쉴 새 없이 반복되는 말이며, 심지어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의식의 전환이 이런 안일한 말과 같은 것이라면

어렵게 불교 공부를 할 필요가 없겠지요.


채운쌤에 따르면, 불교에서 말하는 의식의 전환이란 의식 A를 의식 B로 바꾸는 문제가 아닙니다. 또 자아관념이 만들어내는 '나'의 인식을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의식의 전환은 아뢰야식의 저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는 자아관념이 실상 '空'하다는 걸 깨닫는 것을 말하며, 이는  곧 의식을 포함한 무의식적 차원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저는 무의식적  차원의 전환이라 하면 뭔가 어마어마한 차원의 일인 것 같고 

범부들은 꿈도 못 꿀 일인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화엄경>에서 다마키 고시로는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비로자나불의 세계란 특별한 부처님의 세계가 아니라 사실은 우리 자신의 세계를 말한다."

화엄종의 3조(祖) 법장은 三性論에서 삼성이 실은 다른 게 아님을 분명히 함으로써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는 한계적 세계가 이미 비로자나불의 세계임을 밝힙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의타기한 세계를 변계소집해서 그걸 진실이라 믿고 있을 뿐입니다. 

원성실성은 지고한 무엇이 아니라 변계소집성이 의타기한 세계를 언어적으로 분별한 결과일 뿐임을 깨닫는 것을 말합니다. 

의타기적인 세계를 분별하여 집착하는 게 변계소집성이고, 내가 사는 세계가 의타기한 세계임을 아는 게 원성실성이라는 거죠. 셋은 같은 것의 다른 버전.

이 모든 게 마음(心)의 작용이라고 하죠.  

여기서 주의할 점! 불교에서 말하는 心(마음)은 변덕스런 나의 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근원적 무의식의 지평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내 마음에도 무한이 들어있다고 하는데...


"말로 할 수 없는 여러 세계가 / 부처님의 한 털 끝에 모두 모여도 / 비좁거나 눌리지 않는다"고 표현되는 화엄의 세계, 空의 세계, 다른 말로 重重無盡의 세계는 솔직히 막연합니다. 먼지 하나에 담겨 있는 겹겹의 우주라. 내 마음에 들어있는 무한의 세계라. 이게 뭘까요 대체. 


채운쌤은 불교가 어려운 이유는 '나'라는 경험적 존재가 경험적 지평을 넘어서는 문제를 얘기하기 때문이라고 하셨지요. 불교에서 말하는 시공간을 단박에 이해하긴 힘들겠지요.

 

어쨌든 이번 시간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불교에서 말하는 무한한 세계는  우리의 경험세계를벗어나지 않는다는 것. 

다시 말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세계 자체가 이미 중중무진의 세계이고, 깨닫지 못했을 뿐 우린 이미 부처라는 것! (이 비약을 어찌할꼬 ㅡ,.ㅡ;) 


“시방(十方) 세계의 ‘바다’는 갖가지 모양으로 장엄되어 있어서 광대무변하다. 중생의 숙업(宿業)의 ‘바다’는 넓어서 가이 없으며 그때그때 변화해가지만, 그 밑바닥의 밑바닥까지 여러 부처님의 능력에 의해 장엄되어 있는 것이다.”(盧舍那品) 


이런 세계에서 상즉(相卽)의 원리와 상입(相入)의 원리, 理와 事가 상호원인이자 상호결과로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 전체와 개체도 마찬가지라지요. 여기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부분이나 그 부분들을 포괄하는 전체는 없습니다. 우리 몸을 떠올려보면 그렇잖아요. 

내 몸을 흐르는 피가 몸 전체의 부분인가요? 전체와 개체의 구분이 가능하긴 한 걸까요?

딱딱 구별되는 전체와 개체의 관념은 우리의 언어작용이 만들어 낸 분별일 뿐이죠.


연기와 한몸인 空을 이해하는 게 불교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선정에 드는 게 중요한 이유도 공성을 깨닫기 위해서라고 하지요.

마음을 관찰함으로써 우리가 마음 속에서 이 세상을 짓고 부수고 있다는 것, 그렇게 생기고 사라지는 세계의 空함을 깨닫기 위해 선정에 드는 것이라고요. 

空의 차원에서 이번 주 공통과제의 주제였던 '전체와 개체'의 문제를 

다시 한번 해명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다음 주의 공통과제 주제 또한 '전체와 개체(부분)'입니다.

전체와 개체에  대한 기존의 우리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피고, 화엄사상을 통해 전체와 개체를 새롭게 정의해 보도록 하고, 그 둘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더 고민해오시면 됩니다.  


다음 주 읽을 범위 : 

<화엄불교의 세계> 끝까지! & 나눠드린 프린트물(안 오신 분들은 <<화엄철학>> (까르마 C.C.츠앙 , 경서원)에서  pp.123~129, pp.190~231을 찾아 보시면 됩니다.


발제는 만두쌤, 간식은 은하쌤. 

그리고 이번 주 자발적 후기는 미영쌤이!^^


**<잡아함경> 프로젝트 기억하시죠? 

지난 학기에 참여하셨던 분들은 모두 다음주까지 

<잡아함경> 전체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경 5개를 선정하시고,

 각각의 주제를 뽑아오세요.    


다음주에 만나요! (수순쌤 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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