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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쿡의 <화엄불교의 세계> 첫번째 시간. 

'꽃 한 송이가 꺾이면 전 우주가 진동한다'는 책 뒷 표지에 적힌 문구 덕분인지 

감동받은 채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술술 잘 읽히긴 했지요. 

그런데 막상 쿡이 쓰는 용어들,

예컨대 '총체성', '우주적 생태학', '개체와 전체', '흐름' 등을 정리하려니 

이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구요. 

다만 '부분들이 상호작용하는 우주', '살아 있는 몸'으로 비유된 총체적 세계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 저는 그냥 느낌으로 알맞는 비유같다, 그럴듯하다, 라고 생각해버리고 말았지요.

덮어놓고 쿡의 해설에 화엄경의 내용을 짜맞추는 지경이 될지도 모를만큼, 

잘 이해되지는 않지만 읽는 내내 그가 사용하는 용어들을 절대시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공통과제를 쓰면서 꽂혔던 건 "우주적 생태학"이라는 용어였습니다. 

쿡은 이렇게 말했더랬죠. 

"이 책은...넓고 복잡한 의미에서, 생태학이라고 불리어질 수 있는 자연, 인간 그리고 이들의 관계에 대한 견해를 제시한다. 우리는 이러한 의미에서 화엄을 ‘우주적 생태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p.24)" 

오호~~자연, 인간, 이들의 넓고 복잡한 관계에 대한 책이라! 이거다 싶었습니다. 

'인드라망의 보석' 비유, 즉 서로가 서로를 의존해 있는 존재 방식에 대한 얘기는

여기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지요.  

이건 제가 원래 알고 있던 얘기, 습관적으로 옳다고 생각되는 얘기였던 게 분명한 듯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만 눈에 보이는 걸 보면 책을 읽으면서도 

저는 계속 '我'를 발견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자꾸 비슷한 구절에 꽂히고 마는 건지. 

수업 시간에 채운쌤은 우리의 인식은 지금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기억을 현재화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셨죠. 

제가 이 말이 인상적이었던 건 새로운 책을 읽어도 언제나 제가 원래 알고 있는 걸 

재발견하려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我'를 강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제 모습을 또 한번 봤달까요.


불교에서 말하는 知는 어떤 개념이나 용어들을 많이 기억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나의 앎으로 구성되었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하죠. 메타적 인식. 

습관적으로 축적해놓은 인과로 세상을 보는 좁은 틀을 벗어나 

조금 더 넒고 복잡한 차원에서 세계의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바로 수행(공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쿡이 말하는 총체적 세계, 우주적 생태학이란 용어도 그런 의미로 쓰인 건가 싶습니다. 

채운쌤은 '생태학' 혹은 '유기체'란 용어는 어폐가 있다고 하셨는데, 

이는 수많은 세포가 모여 하나의 몸을 이룬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나는 전체요, 전체는 나다'라는 식으로 화엄을 이해하면 전체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엄은 개체 차원의 발생이 전체와 무관하지 않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강조할 뿐 

전체와 나를 그냥 동일시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동일시는 위험하다는 것!

그런데 제가 꽂혔다는 '우주적 생태학'을 이해하는 방식이 바로 나와 전체 혹은 나와 다른 개체를 동일시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넓고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상호의존하고 있는 존재 방식을 강조하는 화엄은 

내가 다른 것과 직접적으로 영향관계를 주고 받는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또 상호의존해 있기 때문에 내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어떤 행위를 해야 한다는 걸 

강요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닌 것이 아닌건가? (-.-;) 으메~~)

생각해보면 공장에서 고통스럽게 살다 비참하게 죽는 소, 돼지, 닭을 내가 먹기 때문에, 

그렇게 살다간 존재들이 내 세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분 나쁘고 괴로운 게 아니지요. 

그들이 겪는 고통이 나도 느껴지니까 괴로운 거죠. 

또 공장식 사육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괴로운 거죠. 

화엄의 세계에서는 지금 우리가 하는 행위가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돌아올 지는 알 수 없는 거잖아요. 넓고 복잡한 관계망에 얽혀있기 때문에요. 


불교에서 수행과 윤리가 필요한 이유는 

내(우리)가 노력하면 나도 행복해지고 좋은 세상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기 보다

번뇌의 씨앗을 조금이라도 덜 남기기 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뭔가 중언부언...(ㅡㅡ;)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주에는, <화엄불교의 세계> 4, 5장 읽어오시면 됩니다. 

-발제는 수영, 간식은 완수쌤! 

-공통과제 주제 = "개체와 전체"를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해오기!(숙제방에 올려주시와욥!)


다음주에 만나요! 제발~~~(은하쌤, 미영쌤, 미혜쌤 아셨죠?!) ^^


  • 만두 2015.03.18 10:54

     바른 기억을 현재화하게 해주는 꼼꼼한 후기 감사합니다.

  • 동하 2015.03.22 14:20
    태람쌤 후기가 정신을 번쩍 깨게 하네요.감사!!
  • 태람 2015.03.22 23:05
    ㅎㅎ 내일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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