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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간, 다마키 고시로의 <화엄경>을 읽었습니다.

얇고 작은 책이지만 화엄사상의 핵심과 더불어

다마키 고시로 나름의 해석이 덧붙여져 있는 문제적 책이었습니다.

경전을 읽기 전에 미리 알아둬야 할, 핵심 개념들도 대거 등장했습니다.   

화엄경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공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msn038.gifmsn009.gifmsn010.gif

어쨌든 이번 주에 읽은 책은 수업 시간에는 굳이 가져오지 않으셔도 되지만, 

경전을 읽는 내내 옆에 두고 계속 들춰보십시오.  

그래야 이게 그 말이었구나,하며 조금 감이 오는 구절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화엄사상은 형이상학적인 문제와 윤리적·실천적 문제가 하나로 꿰어지는 사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어렵게 다가오는 것인 듯해요.

어떻게 개체와 전체/우주적 삼매와 개인의 일상적 경험이 표리일체를 이루며

나를 아는 문제가 확대되어 세계를 알고, 세계 속에서 실천하고, 

나아가 세계가 세계 자신을 인식하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일까요. 

당최 이해되지 않았던 내용들을 떠올려볼까요.  

信, 慧, 海印三昧-華嚴三昧, 비로자나불(Vairocana)-보살(bodhisattva), '세계가 세계 자신을 인식하는 일',  自利行-利他行, 무차별, … 대략 이런 것들이었죠.  


제가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를 대략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믿음(信)의 문제. 불법의 첫걸음은 “대승의 가르침을 믿는 일"이라고 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믿음은 결코 특정한 대상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라는 게 아닙니다.

여기서 믿음은 판단하고 분별하는 '자기'를 내려놓는 것이라 하지요. 

내가 만들어 낸 참과 거짓, 진실의 동굴에서 벗어나겠다는 마음, 의식을 전환하겠다는 마음을 내는 게

바로 믿음이라고 합니다.

그건 다른 말로 자기를 내려놓는 것(無我)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믿음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나가르주나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불법에 대해서 믿음으로써 들어가고 지혜로써 건넌다.”

지혜. 선정(禪定)에 들어도 지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정병에 걸리고 만다고 합니다. 

"선정이 없는 지혜는 분별지(分別智)에 떨어지며, 지혜가 없는 선정은 맹목적인 것이 될 터"(17)

믿음과 지혜, 선정과 지혜는 한쌍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혜는 선악을 판별하는 능력도 아니고 머리를 굴리는 능력도 아닙니다.    

채운쌤의 말처럼, "나 자신의 분별체계가 만든 연기조건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체득해야 할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를 내려놓으며 믿음을 내라는 게 분별 없이, 판단하지 않으며 살라는 말이 아니라, 

분별하되 그걸 실체화하지 않고, 판단하되 맹신하지 않는 게 지혜롭게 산다는 말의 의미이겠지요.


그런데 지혜의 눈으로 보면 나의 의식도 나의 의식이 아니라 

무시이래 인류의 진화과정 속에서 형성되고 축적된 업의 작용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 이미 '주체'라는 게 새겨져 있다는 것. 그러나 그것이 꿈, 허깨비일 뿐임을 알고

그 꿈과 허깨비조차 이미 비로자나불(대광명, 대자비, 큰부처님)의 세계 속에 있는 것임을 아는 게 

바로 지혜라는 것.  지혜의 관점에서 보면 번뇌도 내가 번뇌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내 마음 속에 일어난 번뇌조차 비로자나불이 번뇌하고 있는 것이라는 겁니다.   


비로자나불. 화엄경에서는 비로자나불의 세계를 망망대해에 비유합니다. 海印(해인사의 그 해인! ^^). 

산스크리트어에서는 '인의 바다'라는 뜻이라는데요. 법장스님은 해인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해인이란 진여본각(眞如本覺)이다. 망상이 다하고 마음이 밝아지매 만상(萬象)이 함께 나타남이니, 

대해는 바람에 의해 물결을 일으키되 만약 바람이 자면 맑아져서 현상의 나타나지 않음이 없음과 같다."(28)

우주적 차원의 삼매(해인삼매)와 인간 차원의 삼매(독서, 작업, 수면 등)가 다른 게 아니고

"바람이 그쳐서 해면이 고요해지면 어지러운 마음이 가라앉아 우주 자체의 대선정에 동화되는 일" 그 자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경험이 우주의 드넓은 바다에 표(印)해지고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내 경험과 우주의 경험이 표리일체를 이룬다는 것인데...

아, 굉장히 단순한 말인 것 같은데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막연하게 나와 우주는 하나라는 말일까요?      

제가 예전에 요가를 끝내고 '송장자세'를 하면서 쉴 때면 

우주 한 가운데 둥둥 떠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럴 때면 온 몸이 편안해지면서 자는 것도 아니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닌 상태가 되거든요. 이것이 대선정에 동화되는 경험? &*@#*$ msn013.gifmsn038.gifmsn030.gif#$%(..


아무튼 "해인삼매란 요컨대 우리의 모든 일상 경험이 그대로 

비로자나불(우주 자체)이라는 크나큰 바다위에 비치고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화엄 삼매는 뭘까요.  

화엄은 꽃으로 꾸민다는 뜻이라고 하지요. 

꽃으로 꾸민다는 것은 보살의 만행으로 행하고 완성시켜간다는 의미입니다.    

보살(bodhisattva)은 bodhi(지혜)와 sattva(실천)이 결합되어 있는 자로서,

깨달음을 구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이 비로자나불의 세계를 한없이 사회적으로 실천해 가는 일을 하고, 

그 일들을 가리켜 화엄삼매라 부릅니다. 

다마키는 해인삼매와 화엄삼매도 표리일체를 이룬다고 말합니다. 

그 자체로 형체 없고 소리 없는 비로자나불은 

언제나 보살들의 삶과 행동을 통해 현현하기 때문이라는데요, 

여기서 신 안에 있는 양태와 속성이 신을 표현한다고 말하는 스피노자를 연상하게 됩니다.   

비로자나불의 세계 안에 있는 우리의 모든 일상 경험이 결국 비로자나불을 표현하는 것이며 

내가 비로자나불의 현현임을 의식하는 것, 그리하여 나는 이미 비로자나불의 품에서 해방된 존재라는 것..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경전을 읽으며 차근차근 생각해보도록 해요. 

 

뭔가 제대로 이해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는 찝찝함이 남지만, 계속 고민해 보는 걸로. 


*오늘의 문장

"이를테면 자기의 사소한 번뇌 한 조각을 깨물어 보면, 

그 한 티끌 속에서 무수한 부처님들의 설법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p.64) 

 

이 문장을 각자 에세이에서 풀어내 보라는 숙제를 일찌감치 내주셨습니다. 기억하시길! 



*다음 주에 읽어 오실 책은 프란시스 쿡의 <화엄불교의 세계>(불교시대사)1~3장입니다.

모두 공통과제 써오세요!

발제는 완소 완수쌤, 간식은 10미터..은하쌤(^^)이 준비해주셔요!  


이상! 


  

  • 수영 2015.03.12 10:19

    롱- 후기! ㅎㅎ 저는 화엄경은 잡아함경과는 또 다른 것 같아, 것부터가 뭔가 신기했어요. 잡아함경서는 부처님이 중생들 상태에 딱 맞춰 가르침을 펴고 했던 것 같은데... 화엄경은 어떤 방식일지. '미학적'이라고 표현하는 건 어떤 것일지도 궁금해용.ㅋㅋㅋ 암튼 담 시간은 쿡 님의 책을 잘 읽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당!^.^ 

  • 태람 2015.03.12 13:44
    그치, 잡아함경과는 사뭇 다른 것 같더구나. 쿡님 책 잘 읽어보도록 하자꾸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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