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
영글지 않고 두서없는 질문에 당황하셨죠?
믿음의 문제는 개인적으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쌓여온 오래된 숙제입니다.
“왜 나는 믿지 못하는가?”
스피노자를 풀어내는데 막혀 있는 숙제와도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느닷없이 이해되었다고 생각하다가 또 어느 순간 그 자리를 잊고 다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여시, 응낙하고 받아들이는 마음.
곧 믿음이야말로 불법의 첫걸음이라 하시는데 믿음이 없으니 오죽 갑갑하겠습니까?
“믿음은 불도의 근본이요 공덕의 어머니이다. 모든 선을 증진시키고 모든 의혹을 없애고 애욕의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여 마침내 열반의 세계의 문을 열어 젖힌다.” (현수보살품)
참으로 믿음을 얻고 싶은데,
이 믿음이 자꾸 ‘나‘라는 주체적 인식에서 벗어나지를 못합니다.
고시로의 말대로 믿음은 실제로 “처음부터 신뢰·청정·희열·만족·이해 따위 갖가지 뜻을 혼연히 갖추고 있는데”
이 믿음의 특성들은 어떤 외부의 대상의 특성들은 아니지만 나라는 주체가 가지는 특성으로 보입니다.
결국 믿음의 출발점은 나의 어떤 상태를 기점으로 삼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나의 어떤 상태를 기점으로 삼아서는 부동의 신심을 획득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말이 안 됩니다.
나를 넘어선, 내가 지워진 상태로서의 믿음이 무엇일까요?
“세계가 세계 자신은 인식한다.” 고시로가 전하는 화엄의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이번 학기에 한 번 매달려 보렵니다.
저를 비롯해서 모두 비슷한 고민일 겁니다. 열심히 매달려서, 생각이 깨지든 머리가 깨지든 뭐든 한번 깨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