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1 11:10

5번째 고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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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표작용적 체제는 기호를 말하는 전제군주와, 기호를 해석하여 기표로 만드는 사제(관료)들과, 해석한 기호를 믿고사는 민중들이 있다. 이 체제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존재, 이 체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존재는 바로 기호를 해석하는 사제들이다. 기표작용적 체제는 해석이 없으면 전달을 할 수 조차 없다. 그렇기에 이 체제는 보편적 기만의 체제이며, 편집증적 체제이다. 이 체제에서 군주는 거의 중요하지 않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 군주, 신이 기호를 말한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기호를 말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이 기호를 말하고 있던, 말하지 않고 있던 그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기호를 말하고 있지 않다 해도 사제, 관료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것이며, 그 어떤 정답도 없는 것에서 정답을 생산하여 민중에게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제들은 의미가 없으면 받아들일 수 없는 기호에 의미를 붙여주는 친절한(?) 존재들인 것이다. 이 체제에서 민중은 사제들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존재, 의미가 부여된 기표를 실천하는 존재가 된다. 민중은, 주체는 전제군주의 말을 믿고 산다. 어쩌면 무한히 기호를 해석하는 사제들을 믿고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체제는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이 체제는 해석하는 사제를 따라야 하고, 전제군주의 말을 받들어야 한다. 해석하는 사제로부터 탈주하려는 힘, 전제군주의 말로부터 도주하려는 힘들을 억압해야 한다. 그리고 이 체제가 추상적인 기계 이기에 모든 기계는 공통적으로 탈주하는 힘, 도주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추상적인 기계인 기표작용적 체제에서도 당연히 탈주선을 그리는, 도주선을 그리는 기계들이 있을 것이다. 전제 군주는 기표작용적 체제를 도주하려는 힘들을 처형, 희생양을 통해 막아야 했다. 처형장에 사형수는 자신이 가진 모든 탈주의 선을 빼앗긴 자들이다. 모든 탈주, 도주의 선을 빼앗긴 존재는 기표작용적 체제를 유지시키는 힘, 탈주, 도주의 힘을 막는 힘이다. 

 나는 기표작용적 체제의 지층에 놓여있다. 하지만 나는 기표작용적 체제에만 놓여 있는게 아니라 전 기표작용적 체제, 반 기표작용적 체제, 후 기표작용적 체제, 탈 기표작용적 체제와도 함께 놓여 있으며 이 다섯가지 체제들은 동시에 작동하지만 중심을 이루는 체제가 달라지고 있을 뿐이다.

 후 기표작용적 체제에서는 주체화가 발생된다. 이 체제는 해석하는 사제들을 대신해 이제는 개체가 스스로 해석을 한다. 해석을 더 이상 사제, 관료의 해석을 따르는 것을 벗어나 스스로가 해석을 하고 스스로가 의미를 생성한다. 후 기표작용체제의 핵심은 나는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체제에서는 개체가 스스로 생각을 한다. 이 체제에서는 자기가 어떤 생각을 말할 수 있다. 자기가 생각하고 주체화 된다는게 이제 권력으로부터 탈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체화는 두가지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주체화는 이중적이었다. 하나는 주체적인것, 자립하는것, 생각하는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주체적인 것과는 전혀 반대 된다고 생각했던 복종, 권력의 내면화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권력의 내면화는 정념의 문제이지 이성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이성적으로 권력을 내면화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 의해서 강제로 권력을 내면화 하는 것도 아니다. 권력의 내면화는 몸과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것이 주체화의 무서움이다. 나는 나 스스로를 호명하는, 주체화하는 동시에 나는 호명된다. 내가 스스로를 주체화 하고 정체성을 규정함으로써 정체성을 규정하는 권력을 유지시킨다. '밀실권력'의 존재여부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밀실권력이 있어도, 없어도 그 권력을 유지시키는 것은 곧 나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모든 사람안에 권력을 내면화 하기에 더욱 무섭다.

 주체 자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고정된 주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의미체계 속에서 주체가 만들어진다. 나의 주체를 고정 시키는 것이 정체성을 규정시키는 권력을 유지시킨다. 이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서 무주체 되기가 필요한 것이다. 무주체 되기는 주체가 없으라는게 아니다. 주체가 없으면 우리는 그 어떤 기호도 받아들일 수 없다. 의미화 해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무주체 되기는 끊임 없이 변할 수 있는 주체, 주체라는 추상적 기계가 갖고 있는 탈주하는 힘, 도주하는 힘을 발화시킬수 있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주체화를 가능케 하는 것은 배치이다. 내 안에서 끊임 없이 배치의 전환을 실험하는 것이 무주체 되기인 것 같다. 배치의 전환을 통해서 후기표작용적 체제가 내면화하는 권력을 어떻게 더 견고히 하지 않을 것인가? 기호작용틀을 깨면서 스스로 자기의 의미망을 만들 것인가? 후기를 쓰고 나면 항상 질문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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