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4 21:55

늦은 9월 29일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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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늦었네요 ^^)

  모든 언어는 명령어이다. 여기서 명령어는 권력의 상하 관계에서 '상'이 '하'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는 말도 포함하지만 그것에만 예속 되는 말이 아니다. 여기서 명령어는 행위를 수반하는 언어를 뜻하며 모든 언어는 행위를 수반한다. 언어가 행위를 수반하며 물체에게 구체적 힘으로써 영향을 미친다는 말을 발화수반행위, 비물체적 변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물체적 변형의 예로 뒤샹의 변기가 있을 것이다. 변기를 '샘'이라고 이름 지으면서 그 작품 속에 물체는 화장실에 있으면 변기, 화장실에서 벗어나면 쓰레기라고 명명 되던 것에서 탈코드화 되었다. 그것은 이제 예술품이다. 의미와 몸체 이 둘은 환원 되지 않는다. 변기가 원래부터 변기이지는 않다. 그냥 그것이 화장실에 있기 때문에 변기일 뿐이다. 쓰레기가 원래부터 쓰레기이지는 않다. 그냥 그것이 휴지통에 있기 때문에, 길바닥에서 청소부 아저씨만이 데려가기 때문에 쓰레기인 것이다. 변기는 하나의 사건으로서만 예술품이 될 수 있다. 뒤샹의 '샘'은 변기라는 몸체와 작가의 사인이라는 몸체가 결합되어 예술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예술품이 되었다. 예술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게 아니라 그 상황속에서만 예술품으로써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의미와 몸체가 부딫히는 수많은 사건속에서 살고 있다. 삶은 수많은 사건이다.

 뒤샹은 변기를 소수적으로 사용해서 '샘'이라는 예술품을 만들었다. 어떤 몸체를 우리는 변기라는 언어로 다수적으로 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뒤샹은 변기라고 불리는 몸체를 '샘'이라고 이름지으면서 그것을 예술품이라는 언어로 소수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언어는 반드시 자기 내부에, 자기 내부에서 생겨난, 언어 내적인 소수파를 갖고 있다."

 변기라고 불리는 그 몸체가 '샘'이라는 예술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변기라고 불리는 그 몸체가 잠재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변기라는 몸체는 셀수 없는 무한한 씨앗이 심어진 잠재성의 몸체다. 왜냐하면 그 몸체를 가장 미세하게 나누면 분자이고, 분자라는 씨앗 하나 하나는 모든 물질적인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뒤샹은 명령어의 사형선고를 피하면서 명령어의 도주 역량을 펼친 사람이며, 예술품으로 붙들어매면서 탈주선을 그린 사람일 것이다. 누군가 뒤샹에게 변기가 예술품이 될 수 있냐고 물었을 것이다.(묻지도 않았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샘'은 처음에는 전시가 거부당했으니까.^^) 그 물음은 물음의 형식으로 이미 답하고 있다. 어떻게 변기가 예술품이냐고 답하고 있다. '샘'을 만든 뒤샹이 얼핏 선문답의 스승들과 살짝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선문답의 제자들이 스승에게 물었을때 제자는 이미 물음의 형식으로 대답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제자는 자신이 질문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스승이 제자를 때린 이유는 자기 자신이 묻고 있지만 물음의 형식으로 대답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게 하려고 한게 아닐까? 자신이 어떤 답을 물음의 형식으로 바꾸어 말하고 있는 지를 보게 하려고 한게 아닐까? 뒤샹도 예술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레디메이드'라는 몽둥이로 그전까지 예술이라고 불리던 지층, 창작 활동이라고 불리던 지층에 폭력을 가해 새로운 예술, 새로운 창작 활동이라는 지층, 장을 만든 것이 아닐까? 

(결국 물음으로 끝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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