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5 17:32

10월 13일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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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스쿠터 개인용달 업체로 선정된(;;) 진영입니다. (태람 조교님, 필요하실 때 연락주세요)

다음 주가 학교 시험기간이라 미리미리 후기를 쓰고 있는데, 왠지 조금 쑥쓰럽고 부끄럽습니다.

원래 후기 올리는 날이 수요일이 아니었는데, 바쁘다는(사실 그렇지도 않지만) 핑계로 미루는게 벌써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 제게 필요한 것은 저번 시간에 배운 '기관 없는 몸체(CsO)'가 아닐까 합니다.

이번 후기는 6장 - 기관 없는 몸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에 대해 이해한 만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CsO는 욕망의 내재성의 장이며, 욕망에 고유한 고른판이다.

 

들뢰즈는 CsO가 관념이 아닌 실천들의 집합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CsO는 정신분석이 보여주는 것과 같은 환상, 의미생성, 그리고 주체화같은 것들을 모두 제거한 후에도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CsO는 2장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사용되는 개념이지만, 우리에게 쉽게 잘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여기에 대해서 저번 강의에 선생님께서는 道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해도 좋을거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마조히스트도 CsO이고, 파시스트도, 그리고 자본마저 CsO라고 하는 들뢰즈의 말은 도대체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조차 저에게는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책을 좀 읽으면 CsO는 지향해야 할 점이고 좋은 것인 듯 한데, 가끔씩 예를 들어주는 부분에서는 또 아닌 듯하고 하는 가운데, 道의 개념으로 이해해도 좋다는 말씀은 무언가를 와닿게 했습니다. 道가 그렇듯이, CsO 역시 이 자체로는 좋고 나쁨을 가리지 못합니다. 仁과 禮의 道가 있는 반면, 覇道도 존재합니다. 道의 원래 뜻처럼, 이것은 그저 하나의 '길'에 지나지 않습니다. CsO도 이와 같이 하나의 길, 하나의 흐름이라고 생각듭니다. 선택한 길을 걷다가 다른 길로 바꾸어 갈 수 있는 상태, 그것이 CsO가 아닐까 합니다. 바뀐 길이 SM일수도, 파시즘일수도 있지만 자본에서 탈피하는 길이 될 수도 있듯이 말입니다.

이러한 CsO를 들뢰즈는 '욕망과 내재성'으로 설명합니다. 우선, 욕망은 끝이 없고 항상 결핍을 채우고자 한다는 '욕망의 정의'를 들뢰즈는 새롭게 내리고 있습니다. 그는 그러한 결핍이 아닌, 욕망은 그 자체로 생산이며 삶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마조히스트의 예를 들면서 설명하는데, 마조히스트는 고통에서 쾌락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고통을 이용하여 자신의 몸을 변화시켜 나가는 CsO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마조히스트의 욕망은 삶 속에서 무언가 부족함을 채우려는 쾌락이 아니라, CsO로서의 하나의 생산입니다. 마조히스트는 CsO가 되어 새로운 생산관계를 맺고 새로운 사람이 되는데, 여기에 마조히스트가 CsO라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CsO가 되게 해 주는 것들은 나의 내부에 있지도 않고 또 나와 동떨어진 밖에 존재하는 것들도 아닙니다. 들뢰즈는 이 점을 '더 높은 일반성이나 더 커다란 연장의 이름으로서가 아니라 더 이상 인격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독자성'으로 설명합니다. 지층의 내부도 외부도 아닌 밑지층과 같이, 그리고 기표가 되지 않은 기호들과 같이 이 CsO를 만드는 것들은 내부-외부를 가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코드화되지 않고 그저 흘러다니는 이것들은 다른 어떤 대표성이나 총체성을 띄지 않기에 그 자체로 '내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은 각자들 간에 어떠한 관계도 가지지 않고 consistency의 상태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CsO은 '내재성의 장'이며 '고른판'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2. 세 가지 CsO와 신중함의 기예

 

아까 위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CsO는 마치 道처럼 특정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상태를 설명하는 단어입니다. 이런 CsO를 들뢰즈는 '충만한 CsO', '텅 빈 CsO', 그리고 '암적임 CsO'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본래의 코드에서 탈코드화해 다른 코드로 재코드화 되는 모든 것을 CsO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 코드의 탈-재코드의 상태에 따라서 CsO를 분류할 수 있는데, '충만한 CsO'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CsO와 같이, 하나의 코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탈코드와 재코드를 반복할 수 있는 CsO를 말합니다. 이 '충만한 CsO'는 어떤 코드를 만들던지 그 속에 '내재성의 장'과 '고른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CsO 속에서 수 많은 요소들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것들 중 코드의 경계로 흘러가는 점을 따라가 언제든지 새롭게 탈영토화하고 재영토화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텅 빈 CsO'는 CsO가 되어 재영토화 했지만, 그 속에서는 아무 것도 흘러가지 않아 다시 CsO를 만들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맞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본이나 마조히스트 같은 경우가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 번 자본의 논리로 CsO된 한 개인의 몸 속에는 더 이상 내재적이고 고른판을 가지지 못합니다. 흘러가는 모든 것들은 자본이라는 더 포괄적인 의미 아래에 종속되며, 개별적인 consistancy를 가지지도 못합니다. 마조히스트(일반적으로 보여지는 마조히스트들) 역시 CsO의 모든 것은 '고통'과 관련된 의미 속에서 파악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파시즘과 같은 '암적인 CsO'가 있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지층을 제외한 모든 지층을 파괴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이외의 생각의 흐름을 혐오하는 '암적인 CsO'는, 암이 좋은 것 나쁜 것 가리지 않고 모두 암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과 같이 모든 유기체를 암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이런 점에서 '암적인 CsO'는 다른 두 가지 CsO의 형태보다 더욱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들뢰즈는 '암적인 CsO'와 '텅 빈 CsO'가 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신중함의 기예'라고 말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CsO를 형성해 재영토화 하는 부분에 있어서, 이것이 스스로 속한 지층 이외의 모든 것을 파괴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혹은 아무 것도 흐를 수 없는 형태가 되는 것은 아닌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저 지층을 파괴하고 새로이 만드는 것이 아닌, 유기체를 해체할 수 있는 지점을 끈기있게 신중하게 찾아가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속한 지층이 제공하는 탈지층의 기회를 찬찬히 실험해보고, 시험하며 그러한 흐름들의 접합접속을 확립해야 합니다. 코드의 기계적, 언표적 배치를 파악하고 그 코드의 가장자리에 있는 고른판으로 이동하는 것. 이것이 들뢰즈가 말하는 '충만한 CsO'를 만들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게 정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원을 하나하나 지나갈수록 조금 더 CsO를 알아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힘들지만 조금씩 재미도 느끼는 것 같고요. 어서 일곱 번째 고원을 걸으러 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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