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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송 367. 첫 수확을 공양하는 농부 이야기

 

 

 

다섯 가지 방법으로 자기가 지은 농사의 첫 수확을 공양 올리는 농부가 있었다. 그 다섯 가지 방법이란

 

첫째, 벼가 익어 베어 낼 때 첫 번째 것

둘째, 타작할 때 첫 번째 것

셋째, 타작한 곡식을 창고에 넣을 때 첫 번째 것

넷째, 밥을 지어서 주걱으로 퍼낼 때 첫 번째 것

다섯째, 밥그릇에 담은 밥을 수저로 풀 때 첫 번째 것

 

을 가리킨다. 그는 이 같은 공양을 관례로서 지켜왔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다섯 가지 방법으로 수확한 첫 번째 것을 공양 올리는 사람>이라고 불리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지혜의 눈으로 시방 세계를 살펴보시다가 그 농부와 그의 아내가 부처님과 인연이 있음을 아시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식사 시간에 맞추어 그의 집 앞에 가서 서 계시었다. 이때 그 농부는 얼굴을 집 안 쪽으로 향하고 밥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자기 집 앞에 와 계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 농부의 아내는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 남편은 다섯 가지 방법으로 그 첫 수확을 공양 올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저기 부처님이 서 계신다. 남편이 이 사실을 알면 그는 자기가 먹고 있는 음식까지 모두 저분에게 바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새로 밥을 지어야 할 텐데 그것은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다.'

 

그래서 그녀는 짐짓 남편의 시야를 가리고 서서 남편으로 하여금 부처님께서 문 밖에 와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게 했다. 그런 한편 부처님께서 가셨는지 안 가셨는지 실눈을 뜨고 살펴보곤 했다. 그렇지만 부처님께서는 꿈쩍도 않고 서 계시었고, 마침내 그녀는 부처님께 다가가서 남편이 듣지 못할 정도의 조그만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 오늘은 그냥 지나가주세요."

 

그렇지만 부처님께서는 머리를 가로 저으시었다. 그러자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신 부처님께서 머리를 가로 저으시는 모습을 처음 본 농부의 아내는 너무나 우스운 나머지 그만 크게 웃고 말았다.

 

바로 이 때 부처님께서는 광명을 놓으시어 집 안에 빛이 가득하게 하시었다. 그래서 밥을 먹던 브라흐민은 자기 아내의 웃음소리와 함께 광명이 비쳐드는 것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게 되어 문 밖에 부처님께서 서 계신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곧 일이 어ㄸ허게 된 것인지를 알아냈고, 자기 아내를 심하게 나무랐다.

 

"여보, 당신은 나를 망칠 셈이요? 이분은 왕자님이시고, 또 인류의 대스승이시오. 부처님께서 내 집 문앞에 와 계신 것을 알았으면 당연히 내게 그걸 말했어야 할 게 아니오? 당신은 참으로 큰 잘못을 저지른 거요!"

 

그는 곧 자기가 먹던 음식을 가지고 부처님께 다가가 이렇게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금년에 지은 곡식을 다섯 가지 방법으로 공양 올리고 나서 이제 막 밥을 먹던 중이었습니다. 이것은 제 아내가 저를 위해 담아내온 두 몫의 밥 가운데 한 몫입니다. 이렇게 제가 먹다 남은 것을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만, 이것이라도 받으시겠습니까?"

 

"브라흐민이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여래께서는 그 첫 번째 몫도, 두 번째 몫도 다 합당하니라. 브라흐민이여, 우리들 수행자는 마치 남들이 주는 음식을 먹고 살아가는 귀신들과 같기 때문이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이런 게송을 읊으시었다.

 

음식의 윗 부분이든 중간 부분이든 마지막 남은 부분이든 간에

다른 사람이 주는 음식에 의해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사람은

설사 주먹밥을 받았다 하더라도 열등하다고 말하지 않으며

또한 칭찬하지도 않나니, 그는 현명한 사람,

그는 곧 성자이니라.

 

농부는 부처님의 게송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아아, 이 얼마나 훌륭한 왕자님이신가! 저 분은 세상의 지배자이시면서 '나는 네가 먹다 남은 것을 먹지 않겠다.'고 말씀하시지 않고, 이같이 말씀하신 것이다!"

 

그는 아직도 문 밖에 서 계시는 부처님께 다음과 같이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부처님의 제자들을 가리켜 빅쿠라고 부르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무엇이 빅쿠를 빅쿠이게 하는 것입니까?"

 

이 같은 질문을 받고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대답하면 이 농부가 담마를 잘 이해하게 될 것인지 반조해 보시었다. 그 결과 부처님께서는 이런 결론에 도달하시었다.

 

'이들 부부는 과거 까싸빠 부처님 당시에 물질(색)과 비 물질(명)에 대한 법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니 여래는 이들에게 그에 관한 법문을 하리라.'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브라흐민이여, 빅쿠란 물질과 비물질에 집착되어 있지 않으며, 그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을 일컫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몸과 마음의 현상에 대해

<나>, <나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집착됨 없이

그런 것이 진실로 존재치 않음을 슬퍼하지 않는

그런 사람을 진정 빅쿠라 부른다.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브라흐민 농부와 그의 아내는 아나가미 팔라를 성취하였다.

 

 

 

 

 

--------

 

현옥샘께서 '왠지 정말 좋다'면서 낭랑한 목소리로 실감나게 자진 낭송하였던 게송입니다.

셈나 끝나고 저에게도 이 게송이 '왠지 아름답다'고 기억에 남았는데요.

왜 그런가 생각을 하던 중, 어제 불교n 수업에서 들었던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이 확 와닿았습니다.

(이런 것이 꼭 결정적 순간이 아닌가!)

 

저한테는, 욕심내지 않고 작은 살림살이 알콩달콩 꾸리던 농부부부의 덕성이 드디어 발굴(?)되는 것만 같아 일단 좋았습니다. 물론 저 농부부부가 평소 누가 알아주길 바라 그동안 정성스럽게 첫 수확을 공양 올려왔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가만 읽고 있으면 왠지 농부부부의 마음이 천지의 좋은 인연을 불러오지 않을 수 없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ㅎㅎㅎ 또, 농부 부부가 부처님께 게송을 받고 깨닫기 까지의 일련의 과정들도 정말 재미집니다. - 식사하는 농부 부부의 집에 찾아와 말 없이 서 계시는 부처님, 그 부처님을 자기 남편이 보지 못하게 하려고 작은 수를 부려보는 농부의 아내, 그리고 그 부인이 터뜨린 웃음과 부처님 광명으로 결국 부처님께 자기 먹던 밥을 공양하게 된 농부... - 이 모든 장면들이 멋지게 어우러져 왠지 기분을 좋게하는 게송이었습니다.

 

 

---------

 

다음 시간에도 <법구경2>를 마저 읽습니다~!

  • 태람 2015.06.17 09:09

    좋네~~농부 아내가 웃는 장면에서 나도 빵 터졌다. 흐흐흐흐^-^

  • 이현 2015.06.18 05:51

    왠지 모르게  좋았던게 아니라  저는 내가   왜  저 게송이 좋은지 알아요!^^

     

  • 수엉 2015.06.18 07:59
    ㅋㅋㅋㅋ 고롬 담에 야기해주셔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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