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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첫 번째 권을 끝내고, 두 번째 권을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오리무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화엄경을 읽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스스로에게 응원을 보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경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처음 접하는 불경이 하필 화엄경이라니.^^ 무모하고도 대단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시길. ㅎㅎ

 

이번 주 수업에서 저는 제가 두 번째 화살을 계속 맞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수업 중에 채운샘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 수 있는데 또 그를 미워하는 나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을 내는 것, 다시 말해 마음 자체는 如如하지만 그 마음을 이중 삼중으로 붙들고 있는 게 바로 노예적 사고며 자기 부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마음이 일어나는지 자기 스스로를 지켜보는 힘이라고 했죠

정신이 번뜩 들더군요. 온갖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되 자기를 괴롭히지 않는 방식으로 그것을 행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제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나의 수준, 내가 느끼는 것들을 부정하며 정신줄 놓고 있는 게 바로 방일함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채운샘이 짐정리 중에 옛 노트를 발견한 후 느끼셨다는 그 섬뜩함을 저는 수업 시간에 느꼈던 거죠. 일주일 동안 저 자신에 대한 자괴감에 빠져 게으르고 안일한 마음 상태로 멍 때리고 있었거든요. 수행, 수행 말만 하면 뭐 하는지. 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어 하고 있는데요. 


현옥샘 말씀처럼 무엇보다 에게 집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더 나은 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기 마음자리에서 자기 문제를 봐야한다는 거죠. 수영이 말처럼 문제가 되는 것은 마음의 동요를 멈추려는 욕망과 집착이라는 걸 명심해야겠습니다. 동요를 지켜보는 것과 스스로를 능동적으로(기쁨의 정서) 만들고, 동요를 멈추려는 욕망은 스스로를 수동적으로(슬픔의 정서) 만들 뿐이라는 것. 그 태도의 차이가 내 삶의 전부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의 세계를 들여다보라고 주문하는 불교는 최고의 심리학이라는 쌤의 말씀에 한 표!

 

또 저는 수업 중 부처님이 쓰는 ()’이 현장에서 피는 꽃 같은 느낌이 든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말이 피어났던 그 자리가 없어져도, 말의 꽃이 피었다 져도 우리는 설법의 생생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읽는 사람이 말 자체에 붙들리는 순간, 뜻이 아니라 말에 의지하는 순간 병폐가 생긴다는 거죠. 그래서 불교에서는법에 의지해야지 사람에 의지하면 안 되고, 뜻에 의지해야지 말에 의지하면 안 되고, (체득된 앎)에 의지해야지 에 의지하면 안 되고, 了義經(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경전)에 의지해야지 不了義經에 의지하면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부처님을 인격신으로 모시고, 부처가 남긴 말을 맹신하며 매달리면 안 되는 거죠. 허깨비, 환술이란 표현이 왜 계속 나오는지 생각해야 하는 거죠. 화엄경에서 말하는 비로자나불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것은 如如한 우주 대자연을 가리키죠.

또 역사적으로 불교에서는 부처님에 대한 생각도 계속 달라졌다고 합니다. 석가모니 한 분을 부처님이라고 생각했다가, 석가모니 부처님이 돌아가시고 나니까 부처님은 안 계시다고 생각했다죠. 그러다 부처님이 남기신 말씀이 부처님이라는 생각이 생기고, 육신으로 존재하던 부처님과 말씀으로 남은 부처님을 나누어 전자를 生身 혹은 色身이라고 하고 말씀으로 남은 부처님을 法身이라고 했다네요. 이렇게 부처를 두 가지 몸으로 생각하는 사고는 후에 마음이 부처라는 식으로, 부처의 몸은 法身, 報身, 化身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는 삼신(三身)사상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부처는 인격자가 아니라는 것, 부처에 대한 생각도 역사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는 사실만이라도 기억합시다


그러면 "성불(成佛)하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無礙, 곧 마찰, 대립, 걸림, 그런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갈등 같은 것이 없다는 말이에요. 이 말은 누구하고나 다 원만하게 좋은 인연 관계를 맺는다는 뜻입니다. 누구에게나 좋은 친구, 누구에게나 좋은 역할을 해 주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 도움을 주면서도 그런 티를 내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하는 것, 그 사람만 오면 믿을 만하고, 마음이 놓이고, 같이 있어서 참 행복한 사람이 되어 주는 것. 그것이 여래입니다.”(이기영, <불교개론 강의>, p.122)

 

여기서 좋은게 뭔지는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사람만 오면 믿을 만하고, 마음이 놓이고, 같이 있어서 참 행복한 사람이 되어 주는 것이란 부분을 읽을 때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구요. ,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이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 이런 사람이 바로 여래라니!!! 순간 새삼스럽게 이건 뭐지? 싶었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불교 공부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불교에 대한 많은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아니겠죠.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태도로 살 것인지를 배우기 위해서겠죠. 

 

*다음 시간까지 <대방광불화엄경>을 읽겠습니다. 17, 18권을 읽어오세요

다음 시간엔 초발심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합니다.


간식은 미영샘이 준비해주십시오!


다음 시간에 만나요!  ^=^

  • 태람 2015.06.11 09:23

    다음 시간에 복사비 3000원씩 준비해 주세요! 

  • 수영 2015.06.11 11:41

    잘 읽다가 댓글보고 빵터짐요ㅋㅋ 저는 법에 의지한다, 뜻에 의지한다 말고도 요의경에 의지한다는 것이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외도들의 가르침이 많아서 생긴 말인지 어쩐지 잘 모르지만, 암튼 불요의에 의지하고 싶어지는 마음같은 걸 알 것도 같았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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