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띳사 테라는 한 신자로부터 아주 질이 좋은 까사 한 벌을 공양받자 매우 기뻤다. 그는 마음이 부풀어 이 까사를 내일부터 입으리라 벼르고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까사를 입어보지도 못한 채 그날 밤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는 까사에 대해 너무 집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음 생에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이가 되어 자기가 남겨주고 간 품질 좋은 까사에 깃들어 살게 되었다.

  띳사 테라에게는 제자가 없었기 때문에 그가 죽자 그의 까사를 물려받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유품을 정리하던 빅쿠들은 그 까사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한 조각씩 갖기로 했다. 그러자 까사 속에 살고 있던 이(전생의 띳사)는 이것은 자기 것이니 아무도 가져가서는 안 된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부처님께서는 까사에 집착하여 우는 이의 울음을 天耳通으로 들으시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사람을 보내시어 빅쿠들이 띳사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을 중지할 것과, 그 일은 이레 뒤에 할 것을 명하시었다. 그래서 그 일은 곧 중지되었고, 여드레째가 되는 날에 까사가 분배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 빅쿠들은 부처님께 왜 그때 띳사의 까사를 나누지 못하게 하시었는지 여쭈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시었다.

  "빅쿠들이여, 띳사가 죽을 때 그는 그 까사에 대해 집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로 태어나 까사에 깃들어 살게 되었더니라. 그런데 너희가 그것을 나누어 가지려 하자 그는 괴로움을 느껴 어쩔 줄을 몰라 하였느니라. 여래는 그의 그 같은 괴로운 울음소리를 들었으며, 만약 너희가 그 까사를 나누어 갖게 되면 띳사는 너희에게 큰 반감을 가져 다음 생에는 지옥에 태어나게 되겠기에 너희의 행위를 제지하였던 것이니라. 그런데 이제 띳사를 뚜시따 천상에 태어났으며, 여래는 그것을 예측하여 여드레째 되는 날에야 까사를 나누어 갖게 한 것이니라. 빅쿠들이여, 집착은 실로 무서운 것이며, 위험한 것이니라. 그것은 마치 쇠에서 나온 녹이 쇠를 삭히듯이 사람에게서 나와 사람을 망치고 지옥에 보내느니라. 그러므로 빅쿠는 마땅히 네 가지 공양물(가사, 음식, 수도원, 약)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아니 되며, 풍족하기를 바라서도 아니 되고, 집착해서도 아니 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쇠에서 생긴 녹이 쇠를 삭히듯

  자기가 범한 악행이 자기를 무너뜨리고

  시주물을 함부로 낭비하는 자 낮은 세계로 이끌어 간다.

 

 

=====================================================================

 

  띳사 테라가 왜 생전에 제자가 없었는지 알만 하죠 ㅋㅋ 머릿니로 환생한 덕에 수명도 짧아 빅쿠들이 유품을 나누기 위해 이레만 기다리면 된다는, 깨알 디테일도 인상적입니다 ^_^

 

  오늘 읽은 어떤 것보다 이 게송이 와닿는 것은 이게 저를 비롯해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라서겠죠;;

  아무리 수행을 해도 대상을 향한 집착은 끈덕지게 남는지, 어차피 입지도 못할 것에 깃들어 살면서 울음을 터뜨린 테라의 모습에...읽으며 동정심까지 들었습니다. 한 번 내 것이라 여기고 나면 저렇게 언젠가는 마음이 부서지는군요.

  우리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도 종종 저런 태도를 취하죠. '내가 너한테 얼마나 애를 썼는데' 혹은 '나는 이 일에 대해 여기 다른 누구보다 마음을 기울였는데...!' 그 마음이 결국 스스로에게 독이 된다는 걸 이 게송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해놓고도 한 것을 잊으라는 말을 다른 경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것도 떠오르고...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이번엔 부처님이 압권. 머릿니의 그 마음 다 헤아리시고 빅쿠들에게 저리 권하시다니요. 자비란 이런 것입니까아- 

 

 

 

  • 수영 2015.06.01 17:32

    그 울음 터뜨린 부분은 정말이지... 왠지 눈에 선했던 부분이에요- 그만큼 '아 그렇지' 싶었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불경 읽는 일요일] 강독세미나 8 file 수영 2015.03.05 2862
공지 [3.2개강] 불교n / 화엄경과 에티카 29 채운 2015.02.04 2810
230 [불교n] 불교와 스피노자 시즌2 19 최태람 2014.07.15 19190
229 4번째 고원 후기올려요~ 정현 2011.10.06 15274
228 2013 봄학기 [불교n시리즈 2탄] 유식 and 베르그송 : 물질과 기억(3월 11일개강) 채운 2013.01.28 12997
227 11월 24일 공지 태람 2014.11.19 12471
226 에티카 1부 정의 공리 증명 file 인석 2014.11.17 12350
225 2012년 가을학기 [언어와 세계, 그리고 사유한다는 것 : 비트겐슈타인과 불교] 채운 2012.07.30 9521
224 11월 17일 공지~! 태람 2014.11.11 8026
223 10월 27일 공지입니다! 태람 2014.10.22 7834
222 11월 10일 공지! 태람 2014.11.05 7693
221 [8월 26일 개강] 2013년 가을학기 :불교와 진화론의 만남 9 file 채운 2013.07.10 7236
220 [2. 10 개강] 아함경 읽기 시즌 1 19 file jerry 2013.12.31 6392
219 11월 3일 공지! 태람 2014.10.29 6263
218 [공지] 2011가을 횡단철학 학교 : <천 개의 고원> 읽기 *채운 2011.08.03 6253
217 9월 15일 후기 김민교 2011.09.16 5102
216 논리철학논고 하이퍼텍스트 찾다가 .. 못찾고 찾은것 입니다. 인석 2012.10.20 5077
215 9월 1일 공지 태람 2014.08.27 4852
214 [후기] 10강렬하게되기,동물되기,지각불가능하게되기 인비 2011.11.24 4819
213 9월 15일 공지! 태람 2014.09.04 4785
212 10월 6일 공지! 1 태람 2014.10.01 4638
211 9월 29일 공지임돠~! 1 태람 2014.09.24 460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Nex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