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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장엄 세계해가 / 법계 같아 차별 없고 / 장엄들도 깨끗하게 / 허공중에 머물렀네.

이 세계해 가운데는 / 세계종이 부가사의 / 하나하나 자재하고 / 잡란하지 아니하다. (……)

비유하면 심왕 보배 / 마음 따라 빛 보나니 / 중생 마음 깨끗하면 / 청정 세계 보게 되고,

비유하면 큰 용왕이 / 구름 내어 허공 덮듯 / 부처님의 원력으로 / 모든 국토 생겨나고,

요술쟁이 주문으로 / 모든 일을 지어내듯 / 중생들의 업력으로 / 국토들이 불가사의,

가지각색 그림들을 / 환장이가 그리듯이 / 이러하온 온갖 세계 / 마음 화백[心畵師] 그려내고,

중생들의 각각 몸이 / 마음 따라 차별하듯 / 이와 같이 종종 세계 / 업을 따라 생겨나고,

비유하면 보는 이들 / 각색 빛깔 다르나니 / 중생 맘과 행을 따라 / 세계 봄도 그와 같네.

 

이번 주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입니다

세계해의 세계종들이 자재(自在)하지만 잡란(雜亂)하지 않는다는 것

또 다종다양한 세계는 중생들의 업력에 따른 心畵師(마음화백)’의 작품이라는 것.


세계가 자재하면서도 잡란하지 않다는 말은 더 좋고 나쁜 세계라는 위계를 설정하지 않는 세계의 존재방식이라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세계를 천국과 지옥으로 이분화하지 않습니다. 화엄에서 말하는 아름다운 세계는 지옥과 반대되는 천국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중생의 업력에 따라 우리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많은 차별적 세계들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아름답다는 말은 티끌 하나에도 무수히 많은 세계가 무한히 중첩되어 있는, 자재하면서도 잡란하지 않는 중중무진한 이 세계의 신묘한 존재방식을 표현한 말이라고 합니다. 은하쌤 말씀처럼 화엄불교에서는 무한한 차별성을 아름답다고 표현한 것이지요. 우리의 번뇌 망상은 세계가 무한한 차별성으로 공존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할 때, 나 자신 또한 중중무진한 인연의 장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때 극대화됩니다. ‘저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하지?’라며 상대방을 비방하고 그에게 책임을 물으며 자기는 마치 조건과 무관한 사람인 것처럼 여겨 버리죠. 또 사회 구조가 바뀌면, 모든 문제가 사라지면 내 삶도 바뀔 것처럼 생각하지요.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이지 노답..ㅎㅎ 그런데 지금 우리가 그렇잖아요. 내가 알고 있는 알음알이로 화엄경을 이해하려 하고(그것 또한 방편이겠지만), 알쏭달쏭하니 다른 나라 이야기로 그냥 흘려듣고 말죠. 아니면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는 거리감 땜에 계속 자학 아닌 자학을 하게 되죠.


채운쌤은 모든 게 분별되어 있지만 분별이 없는 세계, 자재하면서 잡란하지 않는 세계, 시작도 끝도 없는 세계를 이해하는 게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방식, 존재하는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의 이해를 요구하니까요. 소걀 린포체는 자기 생각에 대해 자비로워지라고 말합니다. 찰나로 사라져 버릴 생각이 일어나는 것 자체는 번뇌가 아니지만 생각 생각을 상속(念念相續)하는 게 번뇌라는 것생각을 생각하지 않는 게 바로 자비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 생각에 자비로워지라는 말은 자책하지 말라는 의미도 포함됩니다. 그러지 않을 수 있는데 못하고 있다는 식의 자책은 자만과 마찬가지로 비교에서 나온다는 것. 마음에 새겨야 할 말!


또 시공간은 나와 무관하게 미리 주어진 것이 아니라, 心畵師(마음화백)가 그려낸 것이라는 사실도 참으로 인상적이었죠. 천국과 지옥이 저승에 있는 게 아니라, 번뇌가 만들어낸 여기가 지옥이고, 잔잔한 마음이 만들어낸 여기가 바로 천국이라는 것. 우린 각자의 업력(여기서 업이란 사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식을 말하는 거겠죠)에 따라 각자의 마음이 빚어낸 세계를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관점이 다른 채로 존재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화엄경에서 부처님의 명호가 한량없는 건 사바세계의 중생들이 저마다 제각각의 입장에서 여래를 알고 보기 때문이라고. 관점이 다른 게 문제가 될 때는 다른 관점을 충돌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스피노자도 화엄경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마음은 외계대상을 원인으로 갖지 않으며 마음이 만들어낸 질서가 있다. (자연)이 유일한 원인! 관념이 관념을 낳는 것도 자연이고, 신체가 신체를 낳는 것도 자연이다! 신은 구체적 양태로 변용되는 한에서 자신을 드러냅니다. 관념, 신체는 모두 실체의 변용 찰나멸하며 떠올랐다 사라지는 관념과, 온갖 형태의 신체들은 신(자연) 아닌 게 없다는 것. 때문에 그 자체로 좋고 나쁜 건 없고 존재 사이에는 어떤 위계도 없다는 것. 그것들은 제각기 고유하게 차별 없이 신의 역량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유는 신체(물질)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사유는 사유의 질서를 갖기 때문에 생각이 생각을 낳으면서 念念相續하면서 번뇌 망상을 일으키고 업을 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알았던 스피노자와 부처의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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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의 수업 방식이 조금 바뀝니다. 

아무래도 <화엄경><에티카>가 만만치 않은 텍스트들이다 보니

일단 6월 중순까지 <화엄경>을 읽을 수 있을 만큼 집중적으로 읽고 

6월 중순부터 7월 말까지 에티카 2부를 집중적으로 읽을 예정입니다.


그래서 다음주에는 <화엄경>만 읽어오시면 됩니다.

읽을 범위는 12권과 13<광명각품>까지입니다.


간식은 완수쌤께서 준비해주세요.


*벌써 에세이 압박이 들어왔습니다. ㅡ,.ㅡ; (채운쌤은 너무 놀라지 마시라고 미리 알려주신다고는 하는데...) 어쨌든 에세이는 스피노자의 사유로써 화엄경을 해석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단 그냥 알고들 계세요. 

 

*담주까지 법성게 암송해오시는 거 잊지 마세요! ^^ 


그럼 다음주에 뵈어요! 

 

  • 이현 2015.05.18 09:57

    늘 느끼는 거지만,  반장님 후기는 정말 짱이예요!!  수업이 생생하게 정리가 되네요!

  • 태람 2015.05.18 15:02
    앗, 감사합니다~~쌤도 자발적 후기 한번 쓰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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