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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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사물> 4, 5장 후기 / 미셸조 최태람


고전주의 시대의 에피스테메에서 언어는 이성을 가진 인간의 사유를 표상(재현)한다.

언어가 지고해질 수 있는 건 그것 자체의 물질성 때문이 아니라 오직 사유를 표상하는 한에서다. 이 때에 기호는 세계와 분리된 하나의 관념을 투명하게 표상하는 것이다.

기호는 그것이 재현하는 것 외에 다른 내용, 기능, 규정도 갖지 않는다. 또  이 표상 기호들은 그 자체가 또 기호다. 예컨대 ‘△’는 지도 안에서 산을 표상하고, 또 이 표상기호는 세 개의 선이라는 기호로 표상된 것이다. ‘이중화된 재현’. “재현은 지식이자 동시에 출현이며, 대상에 대한 이해방식이자 자기 발현이기도 하다. 고전주의 시대부터 기호는 재현이 재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재현의 재현성이다.”(111)

 

 이 시기에 시각이 특권화 되었다고 했는데, 이는 언어와 사물의 긴밀한 관계성을 상실했다는 것과 연관되는 듯하다. 표징을 통해 원텍스트, 언어, 주석의 유사성을 해석해서 세계에 각인된 비의를 캐내려고 했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언어가 세계에 대한 임의적 기호체계가 아니었다. 언어는 세계의 일부로서 자연 속의 다른 사물들처럼 해독되어야 할 어떤 것이었다. 이때에 주석이란 언어 형태가 중요시됐던 건, 신성한 힘을 지닌 원텍스트가 무엇을 말하는가를 끊임없이 밝히려 했기 했기 때문이다.  “주석의 무한한 임무는 해석에 의해 언젠가는 전모가 밝혀질 실질적으로 기술된 텍스트에 대한 약속으로 다시 분명해진다.”(79) 보이는 것과 읽혀지는 것, 가시적인 것과 언표가능한 것이 끊임없이 교차된다.

반면 고전주의 시대에는 비평이 부각될 수밖에 없었던 건 말이 곧 그 사람의 사유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비평의 네 가지 형태를 보자. 1)반성의 영역에서 말에 대한 비판: ex)공인된 어휘로 과학 또는 철학을 세우는 일의 불가능성. 재현의 분명한 측면을 혼란시키는 일반적인 용어 및 여전히 통일되어 있을지 모르는 것을 분리하는 추상적 용어에 대한 비난, 완벽하게 분석적인 언어의 보고를 구성할 필요성 등으로 나타남. 2)문법 영역에서 통사론, 어순, 문장 구성의 재현 가치에 대한 분석으로 나타남. 3)수사학의 형태에 대한 검토, 즉 문채와 비유의 분석에서 확보. 4)비평은 언어와 이것이 재현하는 것 사이의 관계를 규정해야 함. 이러한 방식으로 17세기부터 종교 텍스트의 해석에 비평적 방법이 갖추어짐. 즉 말을 따라 사고방식을 보는 것. 가시적으로 드러난 걸 보는 것(어순).

언어의 담론성은 언어가 그것이 말한 것으로밖에는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즉 지고한 텍스트에 대해 어떻게 해독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말의 사용을 그 자체만 갖고 이야기되기 시작했다는 것. 언어는 모든 표상을 나타낼 수 있는 한, 보편적인 것의 조건이 되었다. 언어는 세계 전체를 말로 담아내는 것으로, 세계는 재현한 것의 전체로서 백과사전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요컨대 고전주의적 사유에서는 기호가 매우 중요하다. 기호는 세계를 일반적 질서 위에 자리 잡게 하는 핵심적 도구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기호가 인식의 수단이자 지식을 위한 실마리였을 뿐이지만, 이제는 기호가 사유와 완전히 동일한 외연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사성이 아니라 비교분석에 의한 동일성과 차이를 인식하기 시작하고 그리하여 “세계자체를 철저하게 질서화하려는” 기획, 즉 모든 것을 질서정연한 표에 대응시키고 집어넣으려 했을 때, “말, 존재물, 필요의 영역에서 일반문법, 자연사, 부의 분석이라는 질서의 과학이 출현”(100)하게 된다.

 

일반문법은 곧 일반이성문법이다.  기호가 인식의 내부에 놓인다. 기호가 오직 인식행위에 의해서만 구성된다는 말이다. 언어는 사유를 분석하고 공간의 질서에 정립하는 활동을 한다. 일반문법이란 어순을 사유와의 동시적 관계에 입각하여 연구하는 분야이다.

언어와 사고가 관계 맺는 네 가지 방식이 바로 속사, 분절, 지칭, 파생이다.

 속사(동사)는 표상과 표상을 연결하고, 언어는 사고를 분절하며, 언어는 어떤 행위를 지시하며, 파생을 통해 유한한 언어는 무한해진다. 이 네 가지는 연결되어 사변형을 이룬다. 사변형의 중앙에 있는게 바로 명사인데,  ‘명명한다’는 것은 재현의 언어적 재현을 제시함과 동시에 도표 안에 배치하는 것이었다.

 

 자연사에서 ‘분류하기’도 이와 마찬가지 기능을 한다. 명명법과 분류법은 일반문법과 자연사 영역 각각에서 재현된 사물에 합당한 이름을 부여하고, 잘 만들어진 언어의 망을 재현의 영역 전체에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고전주의 시대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생물학이 없었다. ‘생물(생명체)’만 있을 뿐 ‘생명’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연의 역사가’는 “시각에 의해 자연의 부분들을 구별하여 수, 모양, 자세, 크기에 따라 자연물의 부분들을 합당하게 묘사하고 명명”(린네)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자연사학자는 생명이 아니라 구조화된 가시적 세계와 독특한 명칭을 다루는 사람인 것. 자연사가 말의 이론과 교차하는 것이다. 자연은 명칭의 교차를 통해서만 제시되고, 명칭의 격자 속에서만 가시화된다.

 

 조 토론하면서 <말과 사물>을 읽으려면 고전주의 시대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렇게 하기가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 고전주의 시대는 인간의 사유를 언어로 투명하게 재현해낼 수 있다고, 또 이를 통해 모든 사물들이 각자 자신의 고유한 격자의 공간 속에 배열될 수 있다고 믿었던 시대였다. 참으로 순진한 발상 아닌가? 말을 보면 이성이 있는 존재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언어를 분석하면 사고의 체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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