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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탁마 / 광기의 역사 마지막 후기 / 2013.10.21 / 최태람

 

 

 지난 시간은 광기와 글쓰기, 광기와 문학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광기와 글쓰기, 문학은 어떤 관계에 있는 걸까. 이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우리는 두 가지 질문을 붙들어야 합니다. 하나는 역사는 어떻게 ‘현재의 역사’가 될 수 있는가. 또 하나는 이성은 어떻게 합리적이고 자명한 것이 되었는가. 질문 자체가 모순적으로 보입니다. 역사 자체가 과거의 사실들의 나열 혹은 특정한 방향으로 진보․발전해 나가는 것이라 여기는 우리에게 푸코는 역사가 얼마나 우연적 힘들과 외부적 상황들에 따라 끊임없이 변전하는 것인지 보여줍니다. 광기의 경험을 중심으로 말이죠. 푸코는 지금의 삶이 특정한 결론을 향해 나아가고, 동일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명백한 기원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도 아님을 보여줍니다. 또 이성을 합리성과 동일시하는 우리의 인식 구조를 혼란에 빠뜨리죠. 이성은 광기와의 관계를 통해서만, 즉 광기를 대상화하고 배제함으로써만 자신의 우위를 점유할 수 있었습니다. 푸코는 어쩌면 그런 이성이야말로 착란적인 게 아닐까, 라고 질문하고 있습니다.

 푸코에게 역사는 지금을 수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심하기 위해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도구였던 듯합니다. 우리를 ‘정신착란’의 상태로 빠뜨렸던 푸코의 글쓰기가 실은 역사에 대해, 근대적 이성에 대한 전복적 질문이자 나름의 답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고전주의 시대에 수용으로 인한 소외는 피수용자를 국외자 혹은 짐승으로 인정할 뿐인 사람들에게 바깥에만 실재할 뿐이었던 반면, 근대의 실증 정신에 의해 대상화된 광기는 소외를 내면화하게 되죠. 이제 광인은 자신이 미쳤다는 걸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자 스스로 치료(사회로의 편입)를 원한다고 말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자기에 대한 국외자, 정신병자가 된 광인. 그들, 아니 광기가 보편화된 근대에 광인은 완전히 자유롭고 또 자유로부터 완전히 배제된 채 스스로의 내면에 유폐된 고독한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문학은 실증적 시선 아래 놓이게 된 비자유의 인간이 누구도 도달할 수 없는 내적 진실성을 서정적 경험으로써 폭발한 사건을 의미합니다. 동질적 사유 공간을 찢고 자신의 진실 속으로 난입하게 만드는 사건. 근대적 합리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비이성의 경험이 문학의 공간을 만들어냈던 거죠. 그래서 문학은 근대의 산물이지만 근대를 넘어서는 폭발적 힘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요컨대 광기와 글쓰기, 광기와 문학이 만날 수 있는 건 그것이 ‘주체 없는 경험들’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마다 매번 막막해지고,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내가 글을 쓰는지, 글이 나를 쓰는지 모르겠는 경험을 합니다. 우리는 한 페이지짜리 요약문을 쓰더라도 그것이 내 한계를 보는 과정이자 동시에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임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어가 붙드는 건 사유의 시체라는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는 나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찢고 나로부터 벗어나는 경험, 그리하여 주체를 파열시키는, 주체 없는 경험인거죠. 역사가 현재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듯 글쓰기는 나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게 아니라, 오히려 나를 부수고 낯선 나를 만나기 위한 체험인 듯합니다. 그래서 매번 쓸 때마다 두렵고도 이상한 희열을 경험하게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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