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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고고학>2장_2014.02.05 후기_최태람

  먼저, 이번 장에서는 푸코의 질문들을 따라가기 바빴다. 자신의 앎(지식)에 대해 쉼 없이 질문하고 있는 푸코의 글이 낯설었다. 그는 끊임없이 물었다. 우리의 앎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어떤 조건 하에서? 어떤 것들과의 관련 속에서? 사실 이런 질문은 『광기의 역사』에서부터 계속되었던 것이다. 광기는 특정한 실체가 있는 게 아니었다. 법적, 의학적, 종교적 언설들의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광인이라는 대상이 시대마다 매번 다르게 출현했을 뿐이다. 중요한 건 광인이라는 실체를 규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광인을 출현시키는 관계망을 기술하는 것이다.

『지식의 고고학』은 『광기의 역사』, 『임상의학의 탄생』, 『말과 사물』을 쓰고 난 후에 푸코가 자신의 작업을 개념화시키기 위해 쓰였다. 자기 작업에 대한 메타적 인식 과정의 산물인 것. 학자들 중에 자기의 작업을 되새김질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지 않을까. 가방끈이 길든 짧든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알고 있는 대로 하나의 세상을 구축하고 그것이 전부인줄 알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아닐까. 그런 사람들에게 “지금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걸 의심해보라!”고 말한다면 그 말이 먹히겠는가. 상식으로 똘똘 뭉친 사람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제정신으로 보이겠는가. 자기 지반을 보는 것도 힘들지만 자기 지반을 벗어나면서 새로운 기반을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은, 그것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어떤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이번에 푸코의 글에서 내가 느낀 건 그런 감동이었다.

  푸코는 1장에서 고고학은 역사를 연속적 ‧ 총체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기존의 역사기술방식을 버리고 역사에 불연속과 파열을 도입하는 것이라 했다. 이를 위해 ‘인간’, ‘의식’, ‘시원’, ‘주체’ 등을 따져 묻겠다고 했다. 이런 시도는 2장에서 본격화된다.

서두에서 푸코는 우선 부정적 작업을 수행하겠다면서, 역사를 연속적으로 파악하게 만드는 언설들을 짚고 넘어간다. 전통, 영향, 발전과 진화, 정신, 의식구조 개념들이 그것. 이것들을 통해 우리는 어떤 사건을 특정한 인과 관계에 종속시키고, 작품을 고유한 영향 관계의 산물로 보며, 역사를 필연적 발전 과정의 산물로 파악한다. 푸코는 이렇게 기존의 언설을 구성하는 단위들을 의심하라고 말한다. 우린 언설이 등장하게 된 조건들, 그 복잡한 관계망을 고려하지 않고 그것들을 무반성적으로 받아들인다. “우리는 또한 우리가 현재 친숙해져 있는 분절들과 분류들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언설을 이루는 단위들 중 특히 검토해보아야 할 것은 “저자(주체)”의 개념이다. 푸코에게 저자는 복수적 개념이다. 『지식의 고고학』에서 모든 문장의 주어가 ‘나’가 아니라 ‘우리’라는 것만을 봐도 알 수 있다. 푸코가 저자 개념에 주목한 이유는 그것이 언설적 장을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베케트 왈, “누가 말하는가는 상관없다, 누군가가 말을 했다, 누가 말하는가는 상관없다.” 푸코는 여기서 하나의 도덕적 원칙을 발견한다. 무심無心의 원리. 푸코에게 무심은 언설을 주체에 귀속시키지 않고 하나의 실천으로 파악하는 원리이다. “언설의 복잡한 장” 속에서 저자는 특권을 부여받은 존재가 아니라 텍스트의 의미를 형성시키는 여러 구성요소들 중 하나일 뿐이다. 저자는 텍스트 속에서 일정한 기능을 한다. (‘저자-기능’) 예컨대 우린 셰익스피어의 이름 아래 텍스트들을 모으고, 한정하고, 추려내고, 다른 저자의 작품들과 비교‧대조하며 작품들 사이의 상호 관계를 수립할 수 있다. 한 언설이 저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 언설이 어떤 양식에 의거해서 받아들여져야 할 말, 주어진 문화 속에서 어떤 위치position를 차지해야 할 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저자의 기능은 한 사회 내부에서 어떤 담론들이 존재하고 순환하고 기능하는 방식을 특징짓는 것”이다.

푸코가 플로베르, 프루스트, 카프카에게서 본 것은 글 쓰는 주체의 소멸이었다. 그들에게 글 쓰는 행위는 자신을 죽이는 행위, 사라지게 만드는 행위였다. 저자의 실종. 푸코가 볼 때 “문제는 글 쓰는 주체가 끊임없이 사라지는 공간의 열림”이다.

  푸코에게 언설의 장은 주체가 모든 걸 통제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건들이 무더기로 존재하는 분산의 장이다. 무언가 일어나고 영향 받고 사라지기를 끝없이 반복하는 장. 푸코는 역사를 일관되고 연속적인 체계로 파악하는 대신 분산들의 체계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분산(dispersion)이란 말에는 ‘흩어져 있는’이란 의미가 담겨져 있다. 여기엔 중심이 없다. 언설의 장은 흩어진 체계 속에서 매번 중심이 하나의 사건처럼 형성되는 불연속적인 세계이다. 그 속에서 언설들은 ‘순간적인 놀이’로 존재한다. 순간들의 놀이 속에는 보편타당한 법칙 대신 그것들이 실천되는 장마다 다르게 형성되는 규칙들의 집합이 존재할 뿐. 그 장에서만 통용되는 규칙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 규칙들은 권위 있는 주체에 의해 일방적으로 통제되지 않는다. 복잡한 관계망의 산물인 언설이 역시 관계의 산물인 “누군가”에 의해 말해질 수 있을 뿐이다. 언설의 장에서 중요한 건 순간적 놀이를 가능케 하는, 언설의 규칙성을 만들어내는 관계에 대한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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