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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의학의 탄생>은 폼과 벨의 비교로부터 시작됩니다. 폼의 치료란 말도 안돼 보입니다. 반나절 동안 목욕을 시키는 것이 치료라니요. 우리에겐 아무래도 석연치 않습니다. 차라리 우리가 알아먹을 수 없는 의학용어를 쓰면서(의사는 언어, 앎을 장악한 자) 첨단장비로 우리 몸을 투시하고 수술하는, 과학적 방법을 쓰는 의사와 병원을 신뢰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현재의 의학적 방법이 더 진보한 것이고 합리적인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푸코의 스승인 깡길렘과 깡길렘의 스승인 바슐라르는 1960년대, 과학사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과학사가 하나의 축을 기준으로 계속 진보해간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늘이 돈다고 말한 것은 단지 과거의 오류에 지나지 않으며, 지구가 돈다는 사실만이 과학적 진리로 밝혀진 것일까? 바슐라르는 그렇지 않다고, 각각 합리성을 인식하는 구조가 달랐던 것이고, 그 사이에 인식론적 단절이 있다고 말합니다. 깡길렘은 관찰을 해석해내는 틀인 ‘개념’이 시대마다, 또 동시대 안에서도 다양한 배치 안에 있음을 주목합니다. 과학의 객관성, 실증성은 언제나 자명한 것이 아니라 특수한 배치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

 인간에 대한 과학의 하나로서의 의학. 푸코는 스승들의 통찰을 이어서, 아픈 이를 향해 당연히 “병원에 가보라” 말하는 우리의 단순한 반응 배후의 역사를 추적합니다. 고전주의시대에서 근대로 가며 질병, 치료에 관한 의학적 담론이 무엇을 가시화했고, 또 언어화했는지 살핍니다.

 그리고 푸코가 가진 더 근본적인 의문은, 근대의 과학이 우리 인간의 신체를 다루게 되면서 근대의 주체에게 벌어진 일이란 뭔가. 그렇게 신체를, 질병을 경험하는 자로서 출현하는 근대 주체란 뭔가. 하는 것입니다. <광기의 역사>에서 푸코는 어디에, 무엇이 광기로 출현하는가와 동시에 제정신인 인간, 이성적 인간이 성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광기의 역사>에서 인간의 내면 안에서 벌어진 소외를 봤다면, <임상의학의 탄생>에선 신체를 소외시키는 사건을 본다 말할 수 있을까요. 거리에 다종다양한 병원이 즐비한 우리 시대, 병원이란 공간에서 질병을 가진 환자와 질병을 진단하는 의사로 구성된 이 임상의학의 경험은 근대 주체의 어떤 특성을 보여주는 걸까.

 이번 읽은 부분에서, 푸코는 고전주의 시대에 이루어진 질병에 대한 세 가지 공간화를 이야기합니다. 먼저 일차적 공간화. 린네의 식물분류표처럼, 자연의 산물인 질병은 분류표라는 공간 안에 위치하게 됩니다. <광기의 역사>에서 ‘광기’를 ‘광인’ 안에서 찾지 않았던 것처럼, 이때는 아픔을 겪는 육체와 질병에 대한 개념이 서로 무관하게 여겨졌다고 합니다. 이 둘이 연결되는 것은 두 번째 공간화. 비로소 인간 신체의 어느 부위에, 어떤 방식으로 분류표상의 질병이 드러나는지를 관찰하게 됩니다. 그리고 세 번째 공간화. 질병은 사회라는 공간 안에서 출현하는 것이 됩니다. 첫 번째 분류표 속 자연적 모습 그대로 순수한 질병과는 달리 사회 안에서 변형되는 무엇. 이 세 번째 공간화에서, 질병은 사회적 가치들과 섞이게 됩니다. 질병의 상대항은 건강이 아니라 ‘정상’. 의학의 실질은 아픔의 치유가 아니라, 사회적 규범으로서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됩니다. 의학적 경험이 ‘정상’이 아닌 ‘질병’을 관리하는 사회, 국가의 제도 안에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은 이때부터. 

다음 인용은 광기의 역사 강의안에 있던 건데, 광기의 역사 관련된 대담인 것 같지만 <임상의학의 탄생>과도 통하는 이야기인 듯 해요. 생각해보면서 남은 부분을 읽어야..할 시간입니다! 곧 또 화요일!


“나의 흥미를 끈 것은 인간 주체에 의해 그 자신에게 적용된 합리성의 형식이었습니다. 프랑스의 과학사가들이 어떻게 하나의 과학의 대상이 구성되는가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제 스스로 물었던 것은 이런 질문입니다. 어떻게 인간 주체가 그 자신을 가능한 지식의 대상으로 삼게 되는가? 어떠한 합리성의 형식을 통해 그리고 어떠한 역사적 조건에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떠한 대가를 치르면서 그러한 지식이 가능해지는가? 이것이 저의 질문입니다.” (롤레와의 대담)

  • 수경 2013.10.27 12:44

    인용 직전 문장에서 진짜 네 목소리가 들려와 ㅋㅋ

  • 2013.10.27 16:24
    그리 콕 찝어주시다니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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