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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업은 문학 및 글쓰기에 대한 푸코의 태도와 문제의식을 <광기의 역사>와 결부지어 생각해본, 여러 모로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제게 있어 지난 수업의 주제는, 광기와 글쓰기는 모두 ‘주체 없는 경험들’의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광기의 역사> 3부 말미에 다다르면서 한 가지 이야기가 반복 변주되고 있는데, 이를 요약하자면 근대의 광기는 자유로워지면서 더불어 유폐되어 외로워진 존재라는 것이었죠. 빈민과 범죄자들 사이에서 쇠고랑에 매인 채 살던 광인들이 그들만을 위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어슬렁거리게 됨과 동시에 그들은 실증적(의학적) 시선 아래서 드디어 ‘대상’으로서 식별,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거죠. 그 시선은 외부의 시선이면서 동시에 광인 자신이 저 스스로를 보는 시선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자기 광기를 자기가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의 시간으로 돌입한 거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의사의 앞에서이므로 동시에 비자유가 되는 이 역설! (푸코는 천재예요 >.<) 광인 앞에 놓인 선택지는 단 두 개입니다. 광기를 극복해 사회로 돌아갈 것인가, 광기의 동일성을 반복하며 괴로운 시간을 보낼 것인가. 하지만 이쯤해서 드는 질문, 그가 자기 광기를 극복하고 사회로 돌아가면 그의 괴로움은 정말 사라지는 것인가. 킁.

실상 푸코가 <광기의 역사>를 통해 보려던 것이 광기의 역사가 아님을 우리는 이제 압니다. 장장 800페이지에 걸쳐 그가 다소 ‘착란적으로’ 고찰한 것은 우리 사회, 근대처럼 보이죠. 그는 광기를 배제하고 대상화하는, 그것을 ‘바깥’으로 관리하는 근대의 이성, 그 이상한 주체에게로 우리의 시선을 돌리려 애씁니다. 이성의 획책에 의해 내몰린 광기를 가지고, 합리성과 이성으로 대변되는 근대를 되묻는 것이죠. 한 번도 읽은 적 없지만 이번에 저를 소름 돋게 한 작가 레이몽 룻셀의 글쓰기가 이와 연결되는 것일 테죠. 그의 이상한 글쓰기는 근본이라든가 진리를 무색하게 하고, 저자의 의도랄까 이야기의 기원 같은 것을 무화시켜버린 뒤, 뭔가 다른 요상한 경험의 지평을 보여줍니다. 그걸 뭐라 부르면 좋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요즘 블랑쇼를 야금야금 읽고 있는데, 그게 이와 연관된다는 건 알겠지만, 이 역시도 뭐라 정리해 말하기 난감합니다. 블랑쇼의 글은, 문학은 비주체의 산물이며, 바깥과 밤의 경험이라 말하고 있어요. 언어가 어떤 진실도 전할 수 없음을 보여주려 하는데, 그가 쓰는 이 언어 역시 그러한 붙잡히지 않는 언어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그 언어로 보여주는, 그래서 독자는 그런 요상한 언어 앞에서 난감해질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는 그런 책이 블랑쇼의 책인 것 같습니다. 블랑쇼도 루셀도 공통적으로 글 쓰는 주체를 인정하지 않죠. 광기를 대상화하는 주체로서의 ‘나’에 대한 믿음을 찢어내고, 사유하고 글 쓰는 건 바로 나라는 인식 또한 전복시켜버립니다. 그럼 뭐가 남는단 말인가? 우리가 전제로 삼는 진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의미가 사라지고 공백이 남습니다. 그 공백이 광기를 보여준다는데… 글쎄요, 저는 저의 삶 속에서 보고 싶은 것이 광기인지, 아니면 붙잡을 수 있는 확실성인지 잘 모르겠네요^^; 이성복 시인은 진실은 다 거짓이고, 그렇기에 진실은 우리 삶을 보호한다고 말하던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보호받길 원하지 않을까요?

<임상의학의 역사>의 첫 페이지를 열어봤더니 전체 글이 이 문장으로 시작되더군요. “이 책은 공간과 언어와 죽음의 문제에 관한 책이다.” 공간과 언어와 죽음이라……. <광기의 역사>에서 풀리지 않았던 것, 계속 반복되던 이야기들을 화두처럼 들고 이 책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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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마지막후기.hwp

  • 채운 2013.10.20 13:00

    흥미로운 후기였음! 자신의 문제의식을 더!더! 밀고나가길. 그리하면 수경의 글도 주체없는 공간, 그러나 새로운 주체화의 시간 속으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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