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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개인적으로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읽는 것 보다 저희 조가 써내는 공통과제 읽는 것을 더 재밌어했습니다.똑같은 텍스트를 읽고 이렇게도 다르게 이해하고 이렇게도 다르게 구성하여 쓸 수가 있구나 신기했더랬죠. 그리고 토론 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서로 머리를 굴려서 정리를 하고 난 후 수업을 들으며 우리는 서로를 보고 파안대소 하곤 했습니다. 푸하! 우리 완전 잘못 이해했네~ 아, 저게 저런 뜻이었구나~ 이야, 우리가 이해한 게 맞은 것도 있다~ 뭐 이러면서요. ㅋㅋ 어려운 텍스트를 읽으며 이런 소소한 재미를 느끼면서 꾸역꾸역 가고 있습니다만, 지난 시간은 글쎄요, 왜 끝으로 갈수록 더 모르겠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조 엄청 헤맸거든요. 개인적으로도 참 힘들다 이런 생각을 했구요.

 

 고전주의 시대 광기는-물론 우리가 이렇게 부르고 인식하는 '광기'란 말도 없었고 그게 뭔지도 몰랐던 시대였습니다-자기 이름도 자기 얼굴도 자기 언어도 없었습니다. 비이성이라는 이름으로 아주 넓디 넓은 배제의 울타리 안에 속해 있었습니다. 물론 광기가 먼저 있고 그들에 대한 어떤 실천이 취해졌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어떤 실천을 통해 광기가 드러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구요. 고전주의 시대 '수용'이라는 실천으로 어떤 사람들이 우루루 드러났고 광기는 그 일부였죠. 그 시대 이성이, 뭔가 이상한 사람들, 우리랑 다른 사람들이라고 배제한 인물들은 바로 이성이 아닌, 이성을 상실한,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질서를 무너뜨리는, 도덕을 파괴하는 뭐 이런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미친사람들처럼 정신병원에 보내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식은 없었습니다. 그저 배제의 대상, 교정의 대상 속에 광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전주의 시대 말, 18세기 말이 되면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광기'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다시 한 번 꼭꼭 잊지 말아야 할 것. 도대체 '광기'가 무엇이냐? 미쳤다는 것이 무엇이냐? 지금 우리 시대에, 우리가 미친 사람이라고 하는 일련의 사람들 역시도 이 시대의 맥락 안에서 구성된 것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광기는 실체가 없다!' 푸코는 역사를 초월한 무엇이 있어서 시대마다 그것을 다르게 인식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시대 어떤 실천 속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죠. 이게 참 어려워서 자꾸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매번 토론 때 서로에게 그런 지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대상이 먼저 있고 사람들이 그 대상을 이렇게 저렇게 다룬 것이 아니지 않느냐, 뭐 이렇게요. 

  18세기 말 '공포'라는 이미지로 '광기'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번도 공포와 광기는 짝을 이룬 적이 없었습니다. 저들은 무질서한 사람들, 비도덕한 사람들! 그들은 무서운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위협이 되었고 공포가 되었습니다. 부패한 정신, 부패한 신체. 파리를 휩쓴 전염병은 가장 더러운 것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그리고 그런 병의 이미지가 공포가 됩니다. 수용이라는 실천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시대가 변하여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노동 가능한 이들은 모두 사회로 돌려보내지는 상황 속에서 노동을 할 수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없는 처치곤란한 인물들 즉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광인'이 수용시설에 남게 됩니다. 질병도 가난도 사적인 것으로 내몰린 시대에 광인은 배제와 구호라는 논리로 공적인 것으로 출현한 것입니다. (물론 배제의 논리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광인의 광포함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

 고전주의 시대, 그 많은 광기의 원인들을 기억하시겠죠. 거의 모든 것이 광기의 원인으로 지목되었었죠. 이제  '광기'는 문명과 연결됩니다. 인간의 진보와 발전 이면의 광기. 광기는 인간이 만든 문명, 바로 그 문명에 의해 생기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생깁니다. 드디어 광기가 역사성을 갖게 됩니다. 문명과 함께 태동하여 문명이 발달하면 발달할 수록 광기 역시도 그 괘를 같이 합니다. 자기 소외! 분열! 이제 광기는 사회와 반사회의 분할이 아니라 내적 분할이라는군요. 내 안에 들어온 광기. 미쳤다는 것은 이제 본인이 제일 잘 압니다. 그리고 죄의식! 남들과 같지 않다는 죄책감. 그리고 그들과 같아져야 한다고 제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욕망해야 합니다. 

 공포라는 이미지와 문명의 산물이라는 인식. 이제야 조금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광기'와 비슷해 보이네요. 고전주의 시대 수용과는 다른 배제의 공간에 치료라는 기능이 더해집니다. 배제의 공간이 치료의 공간으로 재탄생된 것이 아님을 주의해야 합니다. 배제와 치료가 한 공간에서 이루어 진 것 뿐. '수용된 자유' 기억나시죠? 수용 안에서 광인들에게 제한된 자유를 허용했던 것. 이제 수갑도 쇠고랑도 없습니다. 그 속에서 광기는 본질을 드러내고 치유됩니다. 아, 문제의 피넬과 튜크. 저희들은 토론하면서 그들이 한 행동이 광인의 해방이다 아니다 뭐 이러고 떠들었었죠. 그들의 의도가 뭐든, 원래 진실이 뭐든 어떻게 알 수 있으며 그게 또 중요하지도 않다고 합니다. 푸코가 보고자 했던 것은 그런 실천의 효과라는 거죠. 튜크의 '은거처', 피넬의 '보호시설', 즉 지금 우리가 말하는 '정신병원'-광인만이 따로 수용되어 광기를 병으로 보고 치료를 하는 장소-에서 중요한 것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재구축된 것이라고 합니다. 고전주의 시대 의사에게는 지금과 같은 지위도 자격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은 권위를 갖게 된 것입니다. 의사의 신격화! 피넬이 행했던 치료행위를 기억하신다면 이제 의사는 광인으로 하여금 자기의 미친 상태를 받아들이고 제정신을 차리도록 하게끔 도와주고 명령하는 자가 됩니다. 의사에게 광인의 치유란 그들을 정신을 차리게 하여 사회로 되돌리려는 노력입니다.

 그러니까 정신병원이라는 건 배제의 공간에 치유가 결합된 형식이며, 그 속에서 행해진 치유라는 것은 그곳에 수용된 광인을 제정신으로 돌려서 현실로 사회로 다시 되돌리는 것이었다는 겁니다. 그곳에서 광인은 스스로가 자신이 미쳤음을 자각하고 고치려고 노력해야 했고 의사는 그런 자신을 돕는자, 바꿔줄 수 있는 자로 절대시 됩니다. 의사의 권력은 이렇게 탄생합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 잘 모르겠네요. 여기저기 구멍들이... 좀 더 생각하면서 메워야 할 듯. ^^;; 암튼, 푸코를 읽는 것은 천길 낭떠러지 위에서 외줄타는 기분이랄까요. 뭐, 매번 그 밑으로 떨어지고 있지만요. 그만큼 푸코의 사유, "모든 것은 역사적 형성물이다." " 우리가 굳건하게 무엇이라고 믿고 있는 그것은 그 시대의 여러 맥락 안에서 출현한 것일 뿐이다."라는 사고가 참으로 익숙하지 않은 것이겠죠. 여전히 말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반푸코적으로 말하고 있거든요.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너무 어렵다 어렵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구요. 그래도 조원들과 열심히 같이 헤매는 것이 큰 즐거움이면서 위안이면서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서로 열심히 지적질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되구요. 이제 '광기의 역사'가 끝이 났습니다. 아직 한 번의 정리의 시간이 남았고, 이제 정말 각자가 찬찬히 정리해 봐야 할 때입니다. 머리에 쥐나게 생각해 보아요~~ ^^ 

 푸코조 힘냅시다요!! 미셸조! 당신들도 힘내시오!! 그리고 강의 들으시는 여러분도 힘내시와요!! 제가 제일 힘을 많이 내야겠지만...^^;;  

  • 수경 2013.10.14 12:10

    네 힘낼게요 힘내시길 ㅋ

  • jerry 2013.10.14 23:10

    결국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에 다다르는거 같은데.. 이게 젤 쥐난다는...역사를 스토리로 감상하라는게 아니라서.. 역사를 경험한다는게.. 음음.. 우리 같이 헤매보아...헤매다 보면 길 나오겠지...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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