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1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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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버렸습니다^^;;


 한 시대의 에피스테메가 변화한다는 것. 아직은 낯설고 이게 무슨 차원인건가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에피스테메란 “인식을 위한 가능 조건”, “한 주어진 시대에 있어서, 과학들 사이에서, 그들의 담론적 형성 수준에서 분석할 때 발견할 수 있는 관계들의 집합”이라는데... 대체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그리고 인식과 언어의 관계는? 이번 학기 푸코를 읽으면서 이런 질문들과 만나보자!


 16세기의 르네상스 사람들이 앎을 구성하는 조건은 ‘유사성’이었다. 르네상스 시기의 사람들의 인식이란 예를 이런 방식이다. 세계 안의 사물A는 B와 닮은꼴이다. 인간의 살은 흙이고, 인간의 뼈는 암석이고, 인간의 혈관은 커다란 강이고, 인간의 방광은 바다이고.. 그저 시적인 비유가 아니라, 우리에게 과학적 앎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듯 그들에겐 저러한 앎들이 진리였다. 외부세계(대우주)와 인체(소우주)는 상응하고 있다는 사고를 바탕으로 의술을 펼쳤던 파라켈수스에 의하면 세계는 근본적으로 이중적인 쌍둥이다. 외부세계의 사물과 또 다른 사물이 혹은 사물과 인간, 그리고 사물과 기호가 닮아 있다. 닮음은 알 수 있는 가시적 지표로 드러나 있다. 세계는 해독해야하는 한 권의 책이며, 인식한다는 건 해석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시기엔, 무엇이 무엇과 어떻게 닮았는지 누구나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이때는 언어기호 역시도 불투명하다. 이 시기의 언어는 사물을 명명하는 투명한 도구가 아니다. 언어는 세계에 대한 의미 관계가 아니라, 유비관계다. 언어 역시 유사성의 표징을 다른 사물과 매치시켜야하는 하나의 자연물인 것! 인상적인 예로, 모세(물론 모세가 르네상스인은 아니지만)가 신에게서 받은 율법이 쓰인 석판을 떠올려보자. 내용만 알면 될 것을, 왜 낑낑거리고 석판 자체를 이고 다니나? 석판에 쓰인 언어기호가 석판과 분리되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돌 + 돌에 적힌 내용이 아니라 돌에 쓰인 글자까지 통째로 하나의 사물이자 기호였던 셈.

 언어활동 중에서도 눈에 안보이고 기록되지 않는 말이 아니라, 유사성의 표징을 확실히 알아챌 수 있는 문자, 어딘가에 새겨진 물질로서의 문자가 특권을 갖는다. 이때의 지식활동은 세계에서 기호를 해석해내듯이, 성경과 같은 최초의 말씀에 대한 해석, 주석활동이 주를 이룬다. 르네상스 시대까지의 기호 체계는 3원적이다. 기호와 기호가 가리키는 내용, 유사성이 그 둘을 연결해준다.


 그런데 17세기 고전주의, 이 에페스테메에 불연속이 발생한다. 유사성을 바탕으로 앎을 구성하는 것은 돈키호테와 같이 인식상의 오류를 범하는 일이다. 세상을 단순히 무엇과 무엇의 닮음을 통해서 파악하는 일은 너무 엉성하게 아는 것이다. 이 시대에 안다는 일이란? 인간의 이성능력으로 추론을 통해서 마냥 유사한 게 아니라 전체 체제 속에서 무엇이 동일하고 차이 나는가를 분석해낼 줄 아는 것이다.

 르네상스에서 인간이 무엇을 안다는 것은 신이 배치한 사물들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비밀들을 밝혀내는 것. 기호의 의미는 사물 자체가 가지고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유사성을 알아내면서 세상을 읽어내야 한다. 인식은 디비나티오(불가사의하고 열려 있으며 신성한 기호의 공간으로 인식이 편입하는 현상)다. 반면, 고전주의 시대의 기호의 의미는 인간의 인식에 의해서 구성된다. 데카트르가 묻고 물어 마지막까지 그 존재의 확실성을 회의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생각하고 있는 자신, 이성적 주체였다. 이제는 인간의 표상질서에 의해서 세계의 질서도 구축된다. 기호는 더 이상 세계의 무엇과 닮은꼴이 아니라 세계를 표상화한 것이다. 세계는 인간 이성의 추론능력에 의해 모두 표상화할 수 있고 ‘도표’로 공간화할 수 있다.

 이제 언어는 사물을 표상=재현해내는 기호이며 언어의 공간은 인간의 인식 내부, 관념 속에 자리한다. 의미되는 것과 의미하는 것의 관계는 인간의 인식 내부에서, 한 사물과 또 다른 사물의 관념 사이에 맺어지는 것이다. 이제 표시되는 것과 표시하는 것을 연결하는 ‘유사성’은 불필요하다. 기호는 스스로 기호로서 재현되면서 동시에, 어떤 내용을 재현한다. <포르루아얄의 논리>에서 지도나 그림 같은 도안을 예로 드는데, 우리조가 주구장창 얘기했던 지도 속 산 기호. △ 우린 이걸 기호로서 읽는 동시에, 그것이 산이라는 관념을 재현했다는 걸 해석한다. 고전주의의 인식을 구성하는 기호의 체계는 인식 대상과 그리고 그 인식 대상을 재현/표상하는 기호, 이 두 항으로 구성된다.



기호와 인식과...패닉이 되어.. 일단은 이렇게 마무리하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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