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04 09:24

10.30 절차탁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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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 때문에’ 임상의학이 탄생했다고 말할 수가 없게 합니다. 의사들과 혁명론자, 환자, 가난한 사람들···온갖 요구들이 충돌하는 지평에서 임상의학은 우연적인 사건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요구 때문에 병원이 탄생했다는 게 아니라, 어떤 의식 없이 나타난 ‘병원’의 효과를 봐야 한다는 것. 그 지점에는 효과적 인구관리라는 어떤 사건의 ‘의도’와는 무관한 결과만 남으니 ‘~ 때문에’라는 말은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새로운 경험이 탄생하는 그 가능성의 조건을 볼 것. 즉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자명하게 생각하고 있는 ‘진리’가 출현하는 ‘과정’을 탐색하는 것입니다.


<임상의학의 탄생>은 곧 지식체계의 배치가 변화한 것을 보여줍니다. 조별토론에서 무심코 ‘~ 때문에 임상의학이 탄생했다’고 결론 내리려 해도 푸코의 텍스트는 그걸 가능하게 만들지 않았어요ㅠ0ㅠ <광기의 역사>에서도 그랬지만 어떤 것이 원래부터 있었기 때문에 후에 드디어 ‘발견’된다고 푸코는 말하지 않았죠. 다만 사물에 대한 분할선이 달라지면서 우리가 자명하게 생각하게 되는 지식이 떠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푸코는 그 분할선을 언어에서 찾습니다. 같은 단어라도 그 언표 때문에 다른 형상으로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고전주의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의사라 하면 이발사가 겸업할 수 있는 비전문인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제도적으로 구획되어 특정 사람만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던 것. 아픈 사람은 곧 의사에게 가야 한다는 의식도 희박했을뿐더러 의사에 대한 신뢰도도 그다지 높지 않았던 시대. 이때의 의학은 ‘증상’만을 문제 삼는 의학이었습니다. 어딘가 아파서 의사를 찾아오면 그때그때 그 증상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근대의 의학은 증상에서 징후를 찾아냅니다. 환자가 아무리 자기 증상을 말해줘도 그것을 가려서 듣고 조합하여 징후로 인식하는 것은 오직 의사의 몫. 이 ‘징후’를 알아내는 경험, 그 임상의학 경험이 바로 의사들에게 권위를 주고 오로지 의사의 손에 신체를 맡기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의사는 환자의 1차적인 증상에서 어떤 질병의 가능성을 보는 사람이며, 모든 증상을 질병의 징후로 지각할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가 됩니다. 의사의 지식이 신체를 지배하는 단일한 앎이 되면서 의사에게도 힘을 실어주게 된 것. 그 저변에는 임상의학이 있습니다.


한 시대는 무엇인가를 말하게 하는 반면 어떤 것은 말할 수 없게 하는 담론을 함축합니다. 담론은 물질적 구성이 언어적 표현을 획득하게 해 줍니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알고 말하는 것이 사실은 담론의 배치 속에서 말하게 하는 것만 말하고 있다는 것. 같은 병원이고 질병이라는 말을 쓰지만, 고전주의 시대와 그것과 근대의 그것은 전혀 다른 지평 위에서 말해지고 있다는 것. 분명 자명함을 의심하고 보편적 실재라는 것을 부인하는 역사가 푸코의 역사라는 것을 몇 번이고 듣고 있지만, 그 자명함이라는 것은 무섭고도 익숙해서 자꾸 놓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알고 있다면 푸코의 역사를 읽으면서 미끄러지는 일이 덜할텐데, 자꾸 그때의 병원을 지금 내가 사는 시대의 병원으로 이해하고 말면서 푸코의 텍스트는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는 것 같습니다ㅠ0ㅠ



비슷한 얘기를 몇 주동안 듣는 것 같은데...왜죠. 왜 이 역사관 따라가기가 벅찬거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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