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업 시간은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성스럽게도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비롯, 마그리트와 베르메르 등의 작품들을 함께 보았지요. 볼 때는 완전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는데, 다시 떠올려보니 멘붕... 너무 소양이 없으니 아무리 좋은 걸 보고 들어도 금세 날아가버리는군요 킁.
기억나는 것 하나,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고전주의 시대 재현의 에피스테메를 보여준답니다. 그 자체로는 비가시적인 창문으로 들어오는 환한 빛이 화가의 작업 공간을 가시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가운데, 우리는 화가와 그의 모델을 볼 수 있지요. '빛'과 '언표'의 공간이 여기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작품은 근대적 에피스테메를 보여주기도. 거울 속에 있는 모델은 보여지는 자이면서 보는 자, 그가 있는 자리는 모델의 자리이면서 관람객의 자리이고 심지어 이 작품 전체를 그린 실제 화가의 자리이기도. 캔버스 안 화가의 자리는 실상 모델의 자리가 된다는. 주체와 대상 간의 이러한 자리바꿈은 근대적 에피스테메라네요. 요건 다음 시간에 확인하도록 합시다^^;
암튼... 1장을 읽을 때는 재미있었는데, 막상 조 토론을 할 때도 엄청 어렵더라고요. 푸코의 글은 정말 아름답고 멋진 건 알겠는데, 요상하게도 정리하려 들면 마구 꼬이기 시작...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버스 안에서 좀 읽었는데, 이것도 멋진데 모르겠는. 칸딘스키 나오면서는 아예 까막눈... -_- 암튼 여기 부록으로 김현 선생님의 <푸코의 미술 비평>이라는 짧은 논문이 실려 있는데, 거기 <시녀들>에 대한 푸코의 논평이 짤막하게 언급되어 있기에 여기 옮겨봅니다.
"그림은 중요한 것들이 사라지고 남은 것들을 그리고 있다. 왕과 왕비는 사라지고 그들을 방문하러 온 사람들만이 남아 있다. 그것을 푸코는 모델과 화가가 사라진 재현, 순수 재현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 재현에는 재현되는 것도 재현하는 주체도 없다. 있는 것은 재현뿐이다. 그 사라짐을 재현하는 그림뿐이다. 그 그림의 중앙에, 없는, 아니 안 보이는 모델을 방문하러 온 왕녀가 있다. 없는 모델이 그 왕녀를 바라보고 있으며, 왕녀가 그 없는 모델을 바라보고 있다. 그 시선의 엇갈림도 없으면서 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130)
====================================
다음 시간, 그러니까 다다음주 공지 나갑니다.
1월 1일 알아서 가정학습 잘 하시고, 1월 8일에 수업 진행됩니다.
이제 근대로 넘어가서 2부 7, 8장 읽고 정리해오시면 됩니다.
이때 5장과 6장을 함께 정리하며 고전주의 시대와 근대의 에피스테메를 비교해보는 걸로.
하여 공통과제 주제는--> 고전주의 시대의 에피스테메에서 근대의 에피스테메로 넘어가는 균열의 지점 을 정리하기.
아참... 지난 시간에 나눠드린 프린트도 읽어오셔야 해요. 들뢰즈 <푸코> !!
간식은 돌아온 효정, 태욱쌤, 그리고 미영쌤. 잘 부탁드려요 ㅋㅋ
자, 그럼 1월 1일 달콤한 휴가 잘 보내시고, 1월 8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