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30 17:24

0129 수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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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눈을 끄는 점 하나, 푸코는 전작 <광기의 역사> <임상의학의 탄생> <말과 사물>에서 하나의 ‘위기’를 보고, 기꺼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카타스트로프의 점을 지납니다. 이의 산물이 <지식의 고고학>이죠. 그의 진단에 따르면 앞선 저작들은 고고학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구조주의에 보다 근접한 것처럼 보였답니다. 이제 푸코는 그의 방법론이었던 고고학을 보다 개념적이고 정교한 논리로 설명하면서, 동시에 줄기차게 그의 연구 주제였던 ‘인간 주체’의 문제를 사유하고자 한다네요.

 

  이 책 서론에서 그는 매우 분명하게(물론 문장은 난해하게) 이번 연구의 주제와 목표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일단 자신이 빚지고 있는, 동시대의 새로운 연구 경향을 죽 언급하지요. 브로델을 위시한 아날 학파(그의 제자들로 구성된 3세대 아님)가 있고요, 과학사가(이렇게만 설명되기에는 너무 드넓은 영역에서 노니는 학자입니다만) 바슐라르와 개념사가 캉길렘 등의 인식론, 그리고 세르, 마샬 게루, 알튀세 등이 있지요. 이들의 공통점? 불연속에 대한 숙고입니다. 과학적 인식을 사유함에 있어 총체성(totality)이 아니라 국지성으로 접근한 바슐라르, ‘장기지속’이라는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개념을 통해 매번 다른 방식으로 역사의 문을 열어젖히면서 시간의 문제를 사유한(어떻게 역사의 과정을 복수화할 것인가?) 브로델 등은 모두 역사 인식에서 불연속을 적극적으로 도입 — 아니, 불연속을 아예 연구의 시작점이자 대상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전통적 방식의 역사 연구에 대해 이렇게 힐문합니다. 연속성과 총체성 하에 형성된 역사란 곧 인간학적 정당화를 위한 것이 아닌가? 그것은 주체를 정초하고 수호하기 위한 요새가 아닌가? 헤겔과 루카치 등 역사의 절대적 주체로서의 인간을 문제시하는 모든 시도에 대해 분노하는 사유가 아닌가?

 

  푸코가 고찰하고자 하는 고고학적 기획은 여기에 맞닿아 있습니다. 파편화된 기억으로서의 모뉴먼트를 다큐먼트화하는 역사적 시도에 맞서 고고학은 “문서를 기념비로 변환시키는 작업”(27)이라고 그는 주장하지요. 객관적 자료를 통해 총체적 역사를 구축한다? 불가능한 소립니다. 들뢰즈의 말마따나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은 투명하고 자명한 역사적 사실들이 아니라 장막과 그 위에 펼쳐진 실루엣뿐입니다. 이 같은 한계이자 대상을 수용하면서 고고학은 배후와 심연의 진리가 아니라, ‘실증적으로’ 나타난 것들을 보고 설명하고자 한다는 겁니다. 이런 고고학이 가져올 네 가지 효과가 비교적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지요. 하나, 아날 학파의 ‘장기지속’과 인식론의 ‘비약’의 성과를 종합한다. 둘, 불연속을 탐구의 도구이자 대상으로 삼는다. 이제 불연속은 무시되어야 할 장애물이나 여백이 아니라 그 자체가 실천이다. 셋, 전체사가 아니라 일반사의 대두. 일반(general)이란 단어에는 ‘모호함’이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네요. 전체(global)이 하나로 묶는 것이라면 general에는 그런 총체화하려는 기획이 들어 있지 않답니다. 마지막으로, 방법론적 문제들이 있는데 이는 앞으로 구조주의 이론을 보면서 좀 이해해보도록 합시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고고학은 불연속을 적극적으로 사유함으로써 총체적 담론에 저항하고, 주체 철학에 저항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기획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지식’ ‘앎’에 대한 사유로 우리를 이끈다고 하니, 앞으로 두고두고 이 키워드를 놓치지 않고서 책을 읽어나가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덧붙이는 말: 마지막 문장, 역시 멋졌지요? 나는 무슨무슨 주의자가 아니고, 나는 스스로를 총체화시킬 어떤 얼굴도 가지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러고자 한다. 이것이 내가 글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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