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03 04:48

4월 30일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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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권력은 금지와 억압의 형태로 드러날 때조차 무언가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주체와 대상, 정상성과 비정상성, 가족모델 등. 권력은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에게 일방적으로 의무나 금지의 형태로 행사되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은 제도적·물질적 그물망 전체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의 소유물도 아닙니다. 권력은 우리의 앎, 무의식, 욕망의 문제라고 푸코는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폭압적 권력에 예속당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예속적 주체’가 되는 사람들. 열심히 자기계발해서 국가의 인적자원으로 소비되어 버리는 사람들.

 푸코는 근대 권력은 “감시받고 훈련받고 교정 받는 사람들, 광인, 유아, 초등학생, 피식민자, 어떤 생산기구에 묶여 살아 있는 동안 계속 감시당하는 사람들, 그러한 모든 사람들에게 행사되는 것”(감시와 처벌, p.61)이라고 말합니다. 사회 전체가 감옥이 된 세계. 그것이 근대적 주체가 탄생하게 된 조건이었습니다. 근대적 주체는 “권력-지식의 상관관계 속에서 복종화 결과로 탄생한 산물이며, 이런 주체야말로 “정치적 해부술의 성과이자 도구이며, 또한 신체의 감옥이다.”(p.62)

  권력은 늘 지식-권력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앎의 봉기’는 예속된 주체에 반하는 새로운 주체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입니다. 푸코는 모든 게 주체로부터 출발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것이지, 주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오히려 새로운 주체의 탄생을 위해 앎과 권력을 문제 삼고 있는 거죠.

  <비정상인들>에서는 규율권력과 근대적 주체의 탄생 배경을 구체적으로 추적해 들어갑니다. 근대의 정신의학적 앎은 우연한 계기, 즉 코르니에 사건을 계기로 그 입지를 굳히게 되었죠. 어떻게? 정신의학은 사법장치가 찾을 수 없었던 살인의 동기를 살인자의 본능, 충동을 그 원인으로 명명하면서 그것을 이해 가능한 사건으로 만듭니다. 사건의 원인을 병리학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함으로써 정신의학은 사법장치가 가진 힘을 능가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정신의학적 앎을 기반으로 인간들의 삶 곳곳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는 근대의 규율 권력이 탄생하게 되지요.

 푸코는 이런 근대 권력을 사목 권력과도 연관 짓습니다. 목자가 양떼의 영혼을 관리 감독하는 사목권력. 교회는 영혼을 관리하는 기술들을 개발해왔는데, 고백 장치가 그 중 하나였죠. 이제 욕망하고 쾌락을 느끼는 몸이 고해성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 자백담론&수치담론&성적담론&교정담론이 결합된 고백의 테크닉. 그런데 교회 내부인들 사이에서 벌어진 ‘신들림’은 이런 고백 메커니즘이 지닌 내재적 위험성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고백 메커니즘에 대한 ‘살(감각하는 신체)’의 저항으로서의 경련. 

 가정은 권력이 교두보로 삼는 곳입니다. 대가족은 어떻게 핵가족으로 바뀌었는가? 부르주아 가정은 국가의 인적 자원을 생산하는 장소입니다. 아이들을 잘 관리해서 일정한 나이가 되었을 때 학교로 보내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전략. 이를 위해 부르주아 부모들에게 부여되는 의무들이 마구 생겨나게 되는 거죠. 사악한(?) 하녀에게 아이를 맡기지 말고, 직접 관리감독하도록 하게 만들죠. 이렇게 이행하게 된 원인으로는 부르주아와 하층계급 사이의 어떤 권력다툼도 있었던 것 같고, 대가족보다 세포핵 같이 작고, 단단하고, 정서적으로 밀착되어 있는 가정이 다루기 유용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중요한 건 가정이 의학권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당시에 의학에서 모든 병의 근원이 된다는 자위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부모는 아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됩니다. 부모가 감시자가 되는 셈이죠. 자위행위를 막기 위해 온갖 장치들을 사용하고, 더욱더 세심한 관찰을 위해 아이와 함께 침대를 사용하게 된 부모. 그렇게 약 100년의 시간이 흐른 뒤 떠오른 건 근친상간 담론입니다. 아이들에게는 근친상간 욕망이 있다는 것.(-_-)...어쨌든 부모들은 아이의 욕망의 대상이 바로 자신들이라고 여겼고(실은 그 반대겠죠), 그러면서 자위행위에 대한 감시는 조금 느슨해집니다. 푸코는 인식 지향으로서의 근친상간, 접촉과 시선 및 감시의 근친상간이야말로 근대 가족의 기초였다고 말합니다. 분명한 건 가족 공간에 투입된 의학이 근대의 가족을 특정하게 구성해냈고 길들여왔다는 것 같아요. 근대 권력은 부모-자식 관계의 의학화를 통해 “의학적 통제의 형태를 띤 권력을 어린이와 개인, 몸과 행위에까지 끌고 들어” 왔던 거죠. 그런데 어린이의 섹슈얼리티를 통해 형성된 핵가족을 미끼 심아 권력은 가정에서 어린아이들을 빼내었습니다. 교육받기 위해 학교로 가야만 했던 거죠. 푸코는 소아 성욕의 통제를 통해 아이를 부모의 품에 안겨주는 듯했지만, 부모들이 소유하게 된 권한은 사실상 허구의 권한이었다고 말합니다.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 끄트머리에서부터 분석하고 있는 푸코. 어떻게 이런 분석을 할 수 있었는지 경이로울 뿐입니다.^^

 흥미진진하던 <비정상인들>을 다 읽고 <성의역사>를 시작합니다. 규율권력과 예속된 주체, 지식-권력에 대한 푸코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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