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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뢰즈는, 푸코의 전작인 <지식의 고고학>에서는 보이지 않던 앎과 권력의 문제가 <감시와 처벌>에서 훌륭하게 분석되고 있음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학기 저희가 읽고 있는 텍스트 모두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바로 '앎과 권력'입니다.

  "권력은 새로운 앎을 필요로 한다!" 핵심은 이거겠죠. 푸코는 <사회를 보호해야한다>에서 아주 다이나믹하게 이 명제를 드러냅니다. 중세까지의 역사, 인도-유럽적인 체계는 권력 강화의 기능을 했습니다. 지금을 있게 한 영웅, 본받아야 할 범례로서의 영웅은 끊임없이 동일한 방식으로 소환되었습니다. 당시 권력의 정당성의 확보는 어떻게 그들에게 줄을 대느냐였죠. 그래서 웃기게도 유럽 모든 국가는 로마라는 동일한 기원을 갖습니다. 그런데 16세기 말~17세기 초 새로운 역사적 담론이 출현합니다. 고난과 투쟁의 역사, 히브리 성서적 형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로마에 줄을 댔던 한 인종의 담론이 인종들의 투쟁 담론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것이 로마사에 대항하는 '반역사'인 것은, 로마가 역사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대항이라는 뜻입니다. 이제 역사는 영웅들에 의해 지속되어온 역사가 아니라 종족간의 힘들의 투쟁의 역사가 됩니다. 기억을 불러오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왜? 왜 이처럼 역사를 가져오는 방식이 달라졌을까요? 권력 투쟁의 양상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역사를 가져 온 것은 귀족들이었습니다. 왕과 사법기관, 행정기관이 전유하고 있는 앎이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빼앗은 거죠. 거기에 대항하기 위해 그들은 대항적인 앎이 필요했던 겁니다. 기존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앎, 권력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말하는 역사를 어떻게 폭파시킬 것인가. 이제 새로운 역사의 주체와 주제가 등장합니다. 귀족들은 역사에 '민족'을 끌어들여 억압과 수탈과 투쟁과 저항의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국가가 가진 절대적 권위와 힘을 깨부수려 합니다. 국가 역시 가만히 있지 않죠. 다시 이 앎을 장악하려고 합니다. 재정 도서관, 헌장 보관소 등의 기관 설립이 바로 국가의 지식 독점의 욕망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앎을 둘러싼 권력 투쟁. 어떤 권력도 그것의 합리화를 위해 앎을 필요로합니다. 역사는 그런 요청에 의해 새롭게 소환되는 것입니다. 어떤 역사가 선험적으로 있어서 그것을 다른 관점으로 보자, 이런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권력 투쟁의 과정에서 새로운 앎에 대한 요청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앎, 지식, 진리는 권력 투쟁의 산물일 뿐, 순수한 진리, 중립적인 진리에 대한 환상은 버려야겠죠. 그러므로 진리 그 자체만을 놓고 봐서는 그 혁명성 여부를 판단 할 수 없습니다. 앎-권력 짝패. 언제나 분석은 이 둘의 관계를 보는 것이 되어야 할 겁니다. 종족투쟁의 담론이 혁명의 담론이 될 수도 있지만, 나치와 소비에트에 의해 변용되어 인종을 말살하고 반대세력을 숙청하는 도구도 될 수 있는 겁니다. 

  앎-권력. 두고두고 이 짝패를 잊지 말아야 할 듯 합니다. 도대체 우린 어떤 앎에 포획되어 있는 걸까요? 내 앎에 대한 의심, 곧 나에 대한 의심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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