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10 16:15

1015 수업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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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첫번째 저작 <비극의 탄생> 함께 읽었습니다. 푸코와는 또 다른 멘붕 경험... (반전은 이게 아직까지는 그나마 나은 거라는...) 아마 자진해서 후기를 맡아준 효진씨가 내일중으로 친절한 후기를 올려줄 겁니다. 모두들 기대하셔요 ㅎ


  공지 올리는 김에 걍 거칠게 지난 시간 정리를 해보자면요, 뭐니뭐니해도 키워드는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로적인 것'. ...여기 이의가 있으시진 않겠죠. 


  니체가 왜 여기 꽂혔느냐... 그건 자기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답니다. 당시의 근대성, 독일적인 것, 민주주의, 기독교 문화... 대략 이런 것들로부터 그가 본 것은 실존(=삶)을 사유하고 긍정하는 것에 대한 무능력. 일단 한 번 태어난 이상 인간은 죽기 전까지 수많은 고통들을 경험하게 되죠. 우리네 삶이란 원래부터 걍 이렇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삶의 본질을 인정하고 싶지도 직시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이 상상하고 발명해낸 것이 소위 '피안의 구원' 등과 같이 자신의 고통을 망각케 하는 마취제입니다. 이를 두고 니체는 '데카당'이라 평하지요. 퇴폐,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이 세상을 지극히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약자들의 징후라는군요.


  하여 니체가 훅- 하고 날아간 것은 (푸코도 그랬습니다만)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소위 '그리스의 명랑성'이라 부르는 그 그리스 문화로부터 니체가 본 것은, 그러나 당시의 파워라이터인 학자 빈켈만의 견해(=그리스 문화는 곧 아폴로적인 것, 조화와 안정, 통일성을 추구하는 고요함의 문화)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고대 그리스, 특히 그 핵을 이루는 아티카 비극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결합이라는 것. 비극, 그것은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아폴로적 현상화에 다름 아니라는 것.


  자, 그러니 여기서 관건이 되는 것은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되겠지요. 대체 이게 뭔가. 우리들의 상식 속에서 디오니소스는 주신축제 속의 바로 그 신이죠. 소위 바커스라고도 불리는. 주변에는 사튀로스랑 막 그런 것들이 취해서 뛰어다니고요. 그러니까 이 디오니소스는, 빛과 이성의 신 아폴로가 조형하고 현상하는 작업을 하면, 그걸 막 이케 이케 무너뜨리는 이미지라고나 할까요ㅋㅋ 좀 더 고급지게 표현하자면, 아폴로가 '개체들의 현상형식'으로서 존재한다면, 디오니소스는 이러한 현상형식을 파괴하는 힘, 개체화 원리를 파괴하는 작용으로서 존재하게 된다는. 

  

  그런데 디오니소스에서 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가 말 그대로 '찢겨진 신'이라는 점(이건 신화 참고하세요). 이걸 문학시간에 메타포 풀이하듯 생각해보자구요. 디오니소스는 (아폴로적)개체화 이전의 존재로서, 즉 '근원적 일자'를 표현합니다. 그런데 이 근원적 일자가, 하나로 거대하게 뭉쳐 있는 게 아니라 애초 찢겨진 채 존재한다는 거예요. '생의지'로 요약되는 쇼펜하우어 철학은 '일자'(근원)와 '개체'(삶)의 이분화에서 시작되는데, 디오니소스와 아폴로의 관계를 끌어오는 순간 그 철학은 완전 무너지겠죠. 대립하는 일자와 개체도 없고, 개체가 돌아가야 할 머나먼 일자도 없습니다. 일자가 이미 찢겨진 개체였으니까요. 우리들의 삶(실존)을 넘어서는 것, 외부의 초월적인 어떤 것으로서 존재하는 근원... 이런 게 다 사라집니다. 걍 우리 실존이 곧 근원인 거죠. 


  자, 인간은 태어난 이상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고 앞에서 이야기했죠. 고대 그리스인들도 이에 대해 완전 수긍합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이상하게 명랑한 거죠. 이제 그 명랑성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산다는 것, 그리스인들에게 그것은 다른 세계(그걸 근원이라 부르든 피안이라 부르든 천국이라 부르든)를 목표로 해 견뎌야 할 과정이 아니라, 근원 그 자체입니다. 근원으로 돌아가기, 이건 결국 지금 살아내기에 다름 아닙니다. 지금의 고통을 겪는 것, 피하지 않고 그것을 겪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기 실존의 정당화가 되는 것이지요. 


  이걸 완전 잘 보여주는 게 오이디푸스죠. (이와 달리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니체가 보는 것은 아폴로적인 것의 소박한 예술. 이건 아직까지는 인간의 실존 문제까지 내려가지 않은 단계) 당시의 그리스인들은 새까만 밤에 원형극장에 모여 코러스가 내뿜는 힘의 자장 안에서 오이디푸스의 고통을 함께 겪으면서 오이디푸스가 어떻게 그 고통을 받아들여 자기 실존을 정당화해내는지를 보며 강렬한 도취를 느꼈답니다. 하지만 그 도취란 술에 취한 상태의 몽롱함이 아니라 "힘의 상승과 충만의 느낌"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채운쌤 말씀. 그 이야기 전까지 전 주신축제 속의 그 취함인 줄 알았죠, 술에 취해 자신을 잊는다... 뭐 이런 식. 


  아무튼 이런 연유로 하여 니체는 자신의 첫 번째 책을 그리스 비극에 관한 것에 바쳤습니다. 비극, 그것은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로적인 것의 결합. 삶을 사랑하길 원하는 '건강한 자'만이 견지한 '강함의 비관주의'의 예술적 형상화. (예술과 실존, 예술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도 강의중 있었습니다만... 이건 실제 예술작업에 매진하는 효진씨에게로 넘길게요^^)



암튼... 지난 시간 수업 내용 중 제가 볼 때 중요하다 싶은 건 대략 이와 같습니다. 이렇게 '반시대적'으로 '삐딱하게' 자기 시대와 학문을 성찰하기 시작한 니체는 이어 아예 <반시대적 고찰>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버리지요. 우린 다음 주에 그 책의 첫번째 장을 읽습니다. 한 번 읽어서 이해 절대 안 된다는 거 여실히 느끼셨을 테니, 최대한 많이 읽어오세요^^ 세미나 참가자들은 공통과제 잊지 마시고.

간식은 제리, 병선 두 분이 준비해주십니다.

효진, 부디 알흠다운 후기를.. 


자 모두들 다음 주에 만나요.

 

       

  • 채운 2014.10.11 01:59

    한 가지. 아폴로가 조형이고 디오니소스가 그걸 무너뜨린다고 보면 둘은 대립적으로 오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폴로가 개체화 원리와 조형력이라면, 디오니소스는 그 근저를 이루는 바탕, 개체화 이전의 차원(삶 자체)이라고 이해해야. 고로, 아폴로와 디오니소스는 일원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죠. 음... 모든 게 그러하듯, '논리'만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니체에겐 많습니다) 논리로 이해 안 되는 건? 온몸으로 뚫어야죠! 효진이는 어떻게 정리할지, 어디 기다려 봅시다.ㅋㅋ 

  • 공가 2014.10.11 11:57
    친절하고 깔끔한 정리에다 노파심어린 보충설명까지~~ 정말 감사요!!! 게다가 효진씨의 후기까지 올라온다니~ 결석, 그거 할만 한거네요~~ㅋ
  • 효진 2014.10.12 00:52
    짐 올리려구 준비중TT 알흠다운 후기는 기대 마시고.... 생각만큼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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