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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는 니체가 독자들에게 하는 당부의 메시지를 읽으면서 시작되었다. 차분히, 읽는 데 서두르지 말고 자신의 ‘교양’을 개입 시키지 말 것. ‘경험의 계곡에서 진정한 문제의 고도에까지 오르고, ‘그곳에서 다시 내려가면서 메마른 규칙과 아기자기한 도표의 골짜기에 이르는 길을 전부 샅샅이 측량하’듯이 읽으라는 당부. 문제의식을 고도까지 끌어 올렸다가 내려가면서 그 문제가 자리잡고 있는 토대를 샅샅이 직시하라? 아.. 니체의 책이 참 깜깜...한 나에겐 이런 당부의 말이 뭔진 몰라도 그나마 힘이 된다......차분히, 서두르지 않고...

멋있었던 건 니체의 이 말. ‘우리는 침묵해서는 안 될 경우에만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극복해낸 것에 대해서만 말해야 한다.’ 이 반시대적 고찰1은 학창시절 니체 자신이 겪었던 것 대한 고백이었다. 슈트라우스에 대한 비판이었지만 결국 자기 이유로 움직인 자신에 대한 능동적인 탐구였던 것. 이것을 극복할 때까지 자신을 밀고 나가는 삶의 강한 의지가 참.....멋졌다.

 

1. 다비드 슈트라우스와 약함의 낙관주의

<반시대적 고찰>1에는 신학자 다비드 슈트라우스가 등장한다. 니체의 책에서 그는 참으로 혹독하게 다루어졌는데, 의외로 신학계에선 매우 저명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예수의 생애를 합리적 이성을 기준으로 다시 해석한 사람이었다. 예수의 부활을 세계사적 사기로, 예수를 ‘우리 시대 에 정신병원을 피할 수 없는 몽상가’로 규정하면서 기독교와 성경의 비합리적 부분을 신화라 주장하였다. 그는 종교와 신학계에서 추방당했고, 말년에는 전통적 기독교와 결별하고 범신론적 입장을 취했다.

그의 이성주의적 견해는 이 세계를 지배하는 건 더 이상 기독교적 원리가 아니라, 이성임을 주장한다. 그는 이성을 원리로 하는 학문인 공리주의와 과학을 지배적인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여긴다. 특히 과학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다윈의 진화론으로 인간을 해석함으로써 세계와 인간에 대한 진리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세계가 필연에 의해 질서정연하게 존재할 것이라는 이성주의적 믿음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니체가 ‘질서의 형이상학적 기계의 톱니바퀴로 비유한 것이다.) 또한 과학은 발전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인류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도 믿는다. 이로써 구원은 내세에 있지 않게 된다. 이성에 의해 지어질 미래라는 천국에 있다. 인류의 희망과 역사의 진보라는 구호가 출현하고, 역사의 진보를 얘기하는 헤겔의 이성변증법이 인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방법론으로 제시되는 시점이다.

  니체는, 이러한 낙천주의를 새로운 이성종교라 규정한다. 그리고 지상위에 또 다른 초월성을 구축하는, 전통적 기독교와 별 다를 바 없는 짓이라 비난한다. 초월성이란, 이 지상의 조건을 배제한 다른 어떤 것을 뜻한다. 결국 이러한 낙천주의는 이 지상의 조건, 인류의 실존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인류의 실존을 디오니소스적인 것, 즉 존재의 찢김이라 말했다. 온갖 비보편적인 것들, 비필연적인 것들, 몰락과 고통, 악, 소멸들, 즉 인류의 희망이 원하지 않을 온갖 고통들. 이 고통들을 더 나아질 것이라고 하는 대책 없는 낙관으로 외면해버리는 것은 니체가 보기에 전통 기독교가 내세의 구원으로 실존을 외면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실존의 고통을 직시하지 못하는 이 같은 낙관주의는 니체가 말하는 ‘약함의 낙관주의’이다.

니체는 ‘강함의 염세주의’를 얘기한다. 우연과 불확실한 것, 급작스러운 것에서 느끼는 쾌감이 기분 좋은 자극으로서 발현될 때..... 가장 수준 높은 문화의 이와 같은 징후에 잠시 머물러 보자- 나는 이것을 강함의 염세주의라고 부른다.(유고, 1885-7) 실존의 고통을, 즉 질서를 교란시키는 비질서적인 모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아들이는 것, 더 나아가 그것을 추구하기 까지 하는 것. 거대한 적을 원하는 욕구... 실존을 아주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태도다. 삶에서, 나에게로 불쑥 튀어나올 것들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맞이하기란... 그때마다 니체를 떠올리면 힘든 게 조금 덜할까...ㅋ

 

2. 문화와 문명

  반시대적 고찰1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가 바로 문화다. 문화라는 단어는 라틴어 colere, ‘경작하다, 양육하다‘라는 단어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일정한 대상을 고귀하게 만드는 것. 니체에게 문화란 ‘어떤 민족의 삶의 모든 표현에서 나타나는 예술적 양식의 통일”, 풀면 ‘삶의 충동들의 현상형식’이라는 뜻이다.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문화와 대립되는 단어인 문명을 니체가 어떻게 말하고 있는 지를 보면 된다.

  문명은 ‘줄지어 경작’한다는 단어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파생된 단어에서부터 벌써 감이 오듯이, 법과 도덕이라는 우월적인 것 아래 모든 삶의 충동들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를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예술 행위가 사회 질서를 해친다는 이유로 금지되듯이 말이다. 문화는 삶의 충동들이, 법과 도덕에 의해 침해받지 않는 상태이다. 문화는 그로써 철학자와 예술가, 성자의 탄생을 촉진하고, 자연의 완성을 도모해야 한다. 자연이란 그 자체로서 실존의 근원인 모든 생명의 충동들이 이루어내는 것들, 우주 안에서 생멸하는 모든 것들을 의미한다. 자연의 완성이라는 건 이런 생명들이 이루어내는 무한 다양성의 상태가 아닐까 하는데... 어쨌든, 문화는 그럼으로써 인간의 삶을 고양시켜야 한다.

  이런 점에서, 니체는 학자들이 문화를 이끌어나가서는 안된다고 비판한다. 학자들이 외치는 ‘가치중립성’은 삶의 충동들이 드러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삶의 충동 자체가 편향된 것이다. 학자들은 그들의 충동과 욕망을 뒤로 하고 그들이 가치중립적이라 여기는 것을 보편적 진리로 내세워 그 충동들을 막는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교육은 그것이 가진 최고의 독단적 요구들을 포기하고, 다른 생활형식, 즉 국가의 생활형식에 유익하게 복종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우리 교육기관의 미래에 대하여>, 1872)


3. 반시대성Unzeit

니체의 알쏭달쏭한 마지막 구문에 나오는 반시대적이라는 단어. 반시대성을 뜻하는 독일어 Unseit는 ‘아직 때가 아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반反시대라는 말에서 오해할 수 있는데, 시대를 거스른다는 것이 아니다. 역사라고 부르는 것에서 모호한, 포착되지 않는 힘. 평가하기 어려운 것. 시대와 불화하는 것들...이다. 샘이 설명해주신 것을 주욱 나열해보았다. 감이 잘 오지는 않는다.. 포착되지 않는다는 건 뭘까? ‘역사의식’이란 새로 나타난 것을 이전의 것과 연속선 상 위에 놓음으로써 제거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인류 역사의 어떤 주류적 흐름을 규정해놓고, 그 흐름에 맞지 않는 힘이 출현한 것? 그래서 주류적 척도로는 평가할 수 없는 힘?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고 싶다.

  • 채운 2014.10.19 18:27

    음, 문정이스럽게 침착한 후기로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가지만. 문명civilzation이라는 말이 '줄지어 경작'하다에서 파생된 게 아니고, 그 단어 자체가 자연이나 사회를 길들이고 조직화/중심화한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다는 점에서, '줄지어 경작한다'(즉, 위계화하고 질서화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얘기.  반시대성은 더 곰곰이 생각해서 에세이에 녹여내길 바라~

  • 윤차장 2014.10.19 21:25

    오오~문정~잘 썼는데~ 낮에 열심히 쓰더니. ^^ 힘들 때 니체가 떠오르면 좋으련만.. 그럼 진짜 공부가 된 걸 텐데. 

  • 김덕순 2014.10.26 21:51
    호오...고맙습니다!
  • 수경 2014.10.27 09:41
    이거 즉각적이고 솔직한 심정일 텐데, 뭔가 몹시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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