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0 21:42

0325 수업 공지

조회 수 330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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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참가자에게는 복음과도 같은 소식!!! rabbit%20(10).gif

----------> 담주에는 세미나 엄써요~ 공통과제도 엄써요~ 수업시간에 프린트랑 책만 잘 챙겨오세요~ 


  믿어지지 않지만 우리 <짜라>를 다 읽어버렸습니다. 물론 거의 무지한 상태인 게 아닐까, 스스로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는 없습니다만, 암튼 읽기는 읽었습니다. 담 시간에는 주제별로 읽느라 지난 4주간 채 정리하지 못한 부분들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읽으며 궁금했던 점, 생각하면 할수록 아리송한 점들 다 정리해서 그날 가져오세요.


  공지 쓰기 조금 전까지,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파도>를 읽었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여섯 명의 얼굴 없고 도 없는 화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요. 그런데 이 여섯 개의 목소리는 서로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지도, 배턴을 이어받듯 하나의 서사로 연결되는 것 같지도 않아요. 목소리 간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고요. 그래서 그들의 목소리는 실상 한 명의 화자를 관통하는 힘들의 상관물처럼 보이죠. 니체 식으로 말하면... 울프는 한 인간을 동일성을 지닌 자아로서가 아니라, 차이를 빚어내는 힘들의 유형으로서 접근해, 그 차이들에 목소리를 부여하고 있다는. 그래서 이 작품은 소설이기보다는 하나의 시처럼 느껴집니다. 아시다시피 시란... 어렵지요...;; ㅋ 암튼 아름답고 인상적인 대목이 아주 많은데, 이런 구절이 특히 눈여겨볼 만한 듯해요.


  "꽃잎은 울긋불긋한 옷차림을 한 익살꾼. 줄기는 지하의 움푹 팬 곳으로부터 솟아오른다. 꽃들은 빛으로 만들어진 물고기같이 검푸른 물결 위에서 헤엄을 치고 있어. 나는 손으로 줄기를 잡고 있어. 나는 줄기야. 나의 뿌리는 벽돌이 섞인 건조한 흙, 그리고 습한 흙, 납과 은의 광맥을 뚫고 이 세계의 깊숙한 곳까지 뻗어 내려간다. 나는 온통 섬유이다. 모든 미동은 나를 흔들어놓고, 흙의 무게가 내 갈비뼈를 짓누른다. 여기서 나의 눈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초록 잎이다. 지상에서의 나는 회색 플란넬 옷을 입고, 놋괴로 만든 뱀 모양 장식이 달린 허리띠를 매고 있는 소년이다. 하지만 저쪽에서는 나일 강가 사막에 서 있는 석상의 눈꺼풀 없는 눈이 나의 눈이다. 빨간 물통을 들고 강으로 가는 여인네들의 모습이 보인다. 흔들흔들 걸어가는 낙타의 모습, 머리에 터번을 쓰고 있는 남자도 보인다. 쿵쿵거리며 걷는 소리, 진동하는 소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린다." (솔 출판사. 19)



  "도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 이 문에 기대어 세터종의 개가 원을 그리면서 냄새를 맡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나는? 때때로 생각하지(나는 아직 스무 살도 안 되었어). 나는 여자가 아니라 이 문 위에, 이 지면 위에, 내리쪼이는 빛이 아닌가 하고. 나는 다양한 계절이라고 생각해, 일월, 오월, 아니면 십일월이라고, 진흙, 안개, 여명이라고." (142)



  "이미 나는 수천 개의 인생을 살았어. 날이면 날마다 무덤을 파내 - 파내는 거야. 나일 강가에서 노래를 듣고, 쇠사슬에 묶인 짐승이 발을 구르는 소리를 들었던 수천 년 전 여자들이 만들어놓은 모래 언덕 가운데서 나의 유해를 찾아낸다. 너희들 옆에 있는 이 남자는, 이 루이스는 한때 찬란했던 어떤 것의 타다 남은 재에 불과해. 나는 아라비아의 왕자였어. 내 활달한 몸놀림을 봐. 나는 엘리자베스조의 위대한 시인이었어. 루이 14세 때의 공작이었어." ( 186)


 

  아름답지 않아요? >.<  울프의 다른 소설 <올랜도>가 떠오르기도 하죠. 

  암튼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합니다. 파도. 인물이 겪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통상적 소설과 달리 울프는 개체의 동일성을 지우고 마치 바다 표면의 포말처럼 존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니체가 많이 연상되는 듯해요. 매순간 다르게 생성되는 존재. 

  지난 수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들뢰즈가 니체의 힘의지/영원회귀 개념을 '강도'의 문제로 다룬 대목이었어요. 그에 따르면 우리가 인식하는 존재/동일성/자아란 실상 부단한 차이들의 생성 과정 안에서 결과적으로 인식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고로 존재가 무언가로 변하고 무언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생성 가운데 그 결과물로 우리가 존재라 부르는 어떤 것이 생겨나고 또 사라진다고 합니다. 들뢰즈에 따르면 니체의 힘의지는 힘/권력에 대한 의지가 아니라 매순간 '최상의 형식'을 드러내는 것, 특정 조건들 속에서 순수 강도를 드러내는 것이래요. 예컨대 높이와 속도와 색채를 달리하면서 쉬지 않고 밀려왔다가 다시 밀려가는 파도는 매순간 최상의 형식으로 솟아나 반짝이다 다시 사라지는 거죠. 파도라는 존재가 있어서 그것이 이러저러하게 변화하는 게 아니라 매번의 다른 솟구침이 있고, 그것은 매순간 최상의 형식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이렇게 차이가 반복되는 것이 곧 니체의 영원회귀라는군요. 이렇게 보니 바다야말로 니체 개념을 이해하기 아주 좋은 예! 차이가 있고, 그 차이들의 반복(차이의 차이의 차이...를 형성한다는 의미에서)이 있는 이 세계.  매번 다르지만 리듬을 간직하고 있는 세계. 이 반복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동일성을 자각한다는 채운쌤 설명도 기억해둡시다.


  막판에 와서야 완전 절감한 게 하나 있어요. 니체의 모든 텍스트가 그렇지만 <짜라>는 읽고 있는 이쪽이 엄청나게 예민하길 요구하는구나. 세심한 눈과 귀가 없이는 어떤 말 하나도 안 남겠구나. 

시가 어려운 이유도 그렇죠. 단어 하나하나, 단어와 단어의 결합, 단어와 단어 사이의 거리, 말들의 생략, 이 모든 걸 신경써서 읽지 않고는 단 한 편도 읽었다 할 수 없는 글. <짜라>도 그런 글이라는 걸, 4주 수업이 모두 끝나고 알아버렸네요;; rabbit%20(17).gif에세이 전까지 어떻게든 해봐야 할 텐데.

모두들 에세이 준비 미리미리 잘 하시고요. 참고서 읽을 시간에 교과서를 한 번 더 집중해 읽읍시다.




다음 주에는 짜라 마지막날이니만큼 2시간 수업 후 뒷풀이 합니다. 덕순의 자부심 가득한 파전과 함께 온갖 술을 퍼마셔봅시다~


이번 주 후기는 제리언니.

다음 시간 간식은 은남쌤+지은쌤


다음 주에 만나요!

 

 

  • jerry 2015.03.21 02:39

    니체를 읽고 보니 정말 의미심장한 <파도>..  복음을 들었는데도 헉~소리 나네....에세이라니! 내가 뭘 읽은거지?  후기도 써야 하는데 ... 이사 나온 집에 다 두고 안 챙겨 왔나봐 

  • 수경 2015.03.21 11:58

    전적으로 기억에만 의존해 쓴 후기가 되겠군뇨! 뭔가 흥미진진한데...? ㅋㅋ

  • 윤차장 2015.03.21 20:49

    니체는 정말이지...뭘 읽었다고 에세이를 쓴단 말이냐!!! ㅠㅠ

  • 덕순?? 2015.03.23 16:34
    꺄핡핡학할하하하핡
  • 수경 2015.03.23 17:41
    미치진 말아;; 우린 니체랑 달라서 정신줄이라도 붙들고 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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