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의 악령이 내 등에 올라와 있었고,

그가 나의 귀 속으로 지우개를

나의 뇌 속으로 지우개를 넣어 박박 지우고 있었지만.

 

(불과 하루 전에 수업을 들었던) 덕순이는 이렇게 말했다.

  

  

차라투스트라는 늘 격정적으로, 피를 토하듯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만, 저에게 그의 목소리는 오지에서 받는 전화마냥 뚝뚝 끊기기 일쑤입니다. 당연히 추측은 난무하고요. 최근 결석도 잦았기에 이번 후기가 어디로 뭉텅뭉텅 샐지 걱정입니다. 악령이 다 지워버리기 전에 부랴부랴 써보겠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그 이름도 어마무시대단한 영원회귀가 왔습니다! 니체 하면 처음 딱 떠오르는 건 신은 죽었다던 그 사람?”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이 영원회귀이지 않을까요? 그만큼 니체를 읽으면 꼭 짚고 생각해봐야하는 사상입니다. 이번 수업, 당연히 (저에게는 당연히)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묘하게도, 잘 모르겠음에도 불구하고, 재밌었습니다. 제가 특히 재밌었던 부분은 차이의 반복이었습니다.

 

차이의 차이의 차이

 

니체의 힘-의지는 생명 그 자체Leben Selbst이며 세계입니다. 다양한 투쟁자가 서로 동등하지 않게 성장하는 힘의 확립과정의 지속적인 형식입니다. 모든 충동은 각각의 힘-의지를 갖고 있고, 다른 충동들에게 규범으로 강요하려는 욕망 또한 갖고 있습니다. 힘 관계는 역동적이며, 상호 해석을 통해 우월한 힘에 의해 다른 세계가 재조직 됩니다. 예컨대 우리들의 신체도 다양하게 투쟁하는 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힘들은 절대 똑같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힘들이 맞붙었을 때 이 힘들 사이에서 바로 차이가 발생합니다.

차이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힘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서로 동등하지 않게 성장하고 충돌하면서 관계가 새롭게 재편됩니다. A라는 힘과 B라는 힘은 역동적으로 관계하면서 차이를 발생시킵니다. 더불어 다른 수많은 힘들과도 관계하면서 또 다른 차이를 발생시키고요. 발생되는 차이는 안에 또 다른 차이를 낳는 힘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차이에서 차이가 형성되고, 또 형성되고, 또 형성되고... 이렇게 끊임없이 차이를 낳습니다. 세상은 끊임없는 차이의 생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권력의지

 

왜 우리는 매번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통일성을 유지하는가?’의 근거를 신학자들은 신에서 찾았습니다. 클로소프스키는 신의 죽음으로 자아가 동일성과 관련하여 지니는 유일한 보증을, 다시 말해 통일을 이루는 자아의 실체적인 기반을 빼앗아버렸다고 말합니다. 동일성의 근거를 부수는 순간 여럿으로 갈라집니다. 신을 없애자 자아는 복수가 됩니다. 자아가 쓰고 있는 각각의 가면 뒤에 언제나 또 다른 가면이 존재합니다.

 

다시 말해 니체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무엇은 결코 하나의 의미만을 지니지 않습니다. 그 자신 속에서 작용하는 힘들과 힘들의 생성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의미들만 있습니다. ‘그 어떤 것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해석만이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해석하는 자가 어떤 힘의지를 갖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들뢰즈는 만약 이처럼 모든 것이 가면이라면, 그리고 모든 것이 해석이며 가치 평가라면, 더 이상 해석할 것도, 평가할 것도, 가면을 씌울 그 어떤 것도 없는 최후의 심급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가? 최후의 심급에는 그 자체가 돌변의 역능, 가면들의 모양을 결정하는 역능, 해석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역능인 권력의지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다.’ 라고 말합니다.

 

비로Birault에 따르면 권력의지는 생의지와 아무 관계가 없고, 지배의 욕구와도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권력의지는 아무 목적도 없습니다. 자신의 강렬한 형식 또는 집중된 형식 아래에서 가장 높은 정도에 이른 고상한 힘의지인 권력의지는 탐내는 것도, 취하는 것도 아닙니다. 권력의지는 주는 것이요, 매우 능동적인 차이의 생산인 창조하는 것입니다.

 

깊이와 높이는 통한다

 

표면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차이 자체도 소멸했다가 심연에서 다시 차이가 떠오릅니다. 표면의 시끌시끌한 세계와 깊은 심연의 적막한 세계가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니체가 영향을 받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에 따르면 세계는 다수적 대립자들의 투쟁의 산물입니다. 그러나 이는 다른 한편에서 통일성을 요청합니다. 제각기 다 다르기만 한 것들에서는 생성이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차이는 고정된 변별성이 아닙니다. 차이조차도 차이를 형성할 때만 영원한 생성이 가능해집니다.

 

불멸은 유한하며, 유한한 것은 불멸한다. 살아 있는 자는 타인의 죽음을 살며, 죽은 자는 타인의 삶을 죽는다.

- 헤라클레이토스

 

차이가 힘이라면, 다수의 힘들을 산출하는 과정을 가능케 하는 차이의 차이는 의지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끝없는 생성이 바로 영원회귀입니다.

     

영원회귀는 순환이면서 동시에 순간

 

뒤로 나 있는 이 긴 골목길. 그 길은 영원으로 통한다. 그리고 저쪽 밖으로 나 있는 저 긴 골목길. 거기에 또다른 영원이 있다.

이들 길은 예서 맞부딪치고 있다.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여기, 바로 이 성문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 위에 성문의 이름이 씌어 있구나. ‘순간이라는.

...

보라, 여기 순간이라는 것을!” 나는 말을 이어갔다. “여기 순간이라는 성문으로부터 길고 영원한 골목길 하나가 뒤로 내달리고 있다. 우리 뒤에 하나의 영원이 놓여 있는 것이다.”

...

<환영(곡두)와 수수께끼에 대하여>

    

 

영원회귀는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니체는 직접적으로 영원회귀는 이런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차라투스트라 네 권에 숨겨져 있는데, 그것도 차라투스트라 자신의 의한 것이 아니라, 난쟁이, 독수리, 뱀에 의해 설명됩니다.

위에 인용한 문장에서도 숨겨져 있습니다. 두 개의 긴 골목길, 즉 과거라는 시간과 미래라는 시간은 맞물려 있습니다. 순간이라는 이름의 성문에서.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은 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순간이라는 성문에서도 길고 영원한 골목길 하나가 이어져 있습니다.

즉 시간은 단선적이지 않습니다. 과거에서 쭉 이어져 현재에 닿아있고, 미래는 현재가 가야하는 목표고, 이런 것이 아닙니다. 차라투스트라의 말처럼 만물 가운데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이미 일어났고, 행해졌고, 지나가버렸을 것입니다. 결코 하나하나 끊어서 생각할 수 없는 과거, 현재, 미래는 공존하고 뒤섞여 있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이 세상 안에서 매번 다른 방식으로 반복될 뿐입니다.

 

니체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들뢰즈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분명히 영원회귀는 시간의 부정도 아니고, 시간의 제거도 아니고, 또 시간을 초월한 비시간적인 영원성도 아니다. (순환적인) 계속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순간적인) 되풀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들뢰즈는 이어서 질문을 하는데요, 이어지는 질문을 통해 오히려 영원회귀의 시간성에 대해 조금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1-1) 한편으로는 세계를 구성하는 [순환적인] 생성과정의 계속성

1-2) 한편으로는 바로 이러한 생성 또는 과정을 탈환하는 것, 또 그것에 대한 [순간적인] 번쩍임이자 신비스러운 관점

 

2-1) 한편으로는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 계속적으로 재시작하는 것

2-2) 한편으로는 일종의 강렬한 불씨에로의, 의지의 원점에로의 순간적인 회귀

 

3-1) 영원회귀 자체가 한편으로는 차라투스트라에게 커다란 불쾌감을 야기하는 가장 비탄적인 사유

3-2)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초인을 부르는 가장 위안적이며 가장 위대한 회복의 사유

 

어떻게 이 순환성순간성의 서로 대립적인 이미지를 넘어갈 수 있는가? 가 이 질문의 요점이고, 이는 영원회귀의 의미가 될 것 입니다.


그래서 이 질문의 답은???

 

 

...다음시간에 배우기로 했습니다. 다음시간에 빠지면 영원회귀는 제 시간에서 벗어나 다른 곳을 영원히 맴돌겠죠...영원회귀를 모르니 어디 가서 니체 읽었다고 할 수도 없겠죠...

 


TO BE CONTINUE...

 

 

 

  • 수경 2015.03.13 14:32

    ㅋㅋ 묘하게 리드미컬하네. ...표면과 심연이 둘이면서 하나라는 말을 내가 몸소 이해할 날은 언제 오려나; 킁

  • 윤차장 2015.03.13 15:37

    ㅋㅋㅋ 투비컨티뉴...왠지 혼란이 계속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 수영 2015.03.15 13:43
    멍- 해지면서도 뭔가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듯한 수업중인듯 혀요~,~ /수업때 요리조리 등장하는 언니 질문들은 또 어찌돼고있나,,, 궁금!! 아~~ 암튼 다시봐도 저 첫문장(후기 아포리즘??)은 짱임미다용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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