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힘 의지, 순간, 차이, 생성, 동일성, 영원회귀 등 그야말로 난해한 개념들이 총출동해 우리를 혼비백산케 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차이의 차이...와 영원회귀... @.@
영원회귀 개념은 아마도 다음 수업까지 마치고 나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듯하고요, 여기서는 그야말로 간략하게(자세하게 정리할 능력이 없다능ㅜ) 몇몇 개념만 환기해보도록 하죠.
니체 왈, 인간 및 세계는 개별적이고 고정적인 존재들이 아니라 서로 차이 나는 힘들이 부닥치고 관계를 맺으며 생성되고 파괴되는 장소이자 곧 생성물이다... 이건 전부터 들어온 이야기죠. 하이데거는 이를 곧 차라투스트라의 선언, ‘신의 죽음’과 연관 지었다고 했고요. 대지의 생성과 변화를 견디지 못하는 인간은 다급하게 신 혹은 본질, 이 땅 너머의 영원을 찾아 헤매지만, 니체의 철학에서 현존재의 긍정이라 함은 그 어떤 외재적인 것도 끌어들이지 않은 채 생/생명을 긍정하는 것이랍니다. 대체... 어떻게?
여기서 이해해야 할 게 니체의 시간관. <환영과 수수께끼에 대하여> 속의 ‘순간’이라는 성문과 두 개의 맞물린 길에 대한 채운 쌤의 설명을 떠올립시다. 우리가 ‘현재’라 간주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가 맞물려 있는 것, 고로 과거-현재-미래라는 구분은 무의미해진답니다. 예컨대 지금 내가 나라고 믿는 이 존재란, 사후적으로 나라고 자각하기 전에(내가 도저히 기억할 수도 없이) 내 신체를 관통하는 힘들이 지나간 수많은 나‘들’과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또 내가 나도 모르게 지나갈 수많은 나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거.(자기가 예수라고, 디오니소스라고 니체가 말한 것도 이와 관계있을 수도. 그리고 울프의 ‘올랜도’가 다수의 삶을 횡단하며 존재한 것도요) 혹은, 지금 이 순간 백사장으로 밀려드는 파도가 이전의 수많은 높이의 밀물, 수많은 높이의 썰물과 아무 연관 없이 뚝 떨어져 생겨난 게 아니라는 거. 이렇듯 오직 이 ‘순간’들만이 있다는 것, 끝없이 새로 만들어지지만 다른 것과 무관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단 하나도 없는 그 순간들이, 모든 시간과 사건(=인연조건)들과 맞물려 만들어진 이 순간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를 수업 시간에 잠깐 살핀 헤라클레이토스의 철학과 연관 지어 이해하면 좋겠지요. 실은 이 철학도 여간 난해한 게 아니어서 자신 없습니다만; 아무튼 제게 인상적이었던 건 그의 철학은 “존재의 복수성”을 설명하며, 그것이 ‘차이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생각했다는 점. 이거랑 저거랑 달라, 그걸로는 아무 것도 새로 생성되지 않지요. 나무는 나무인 채 저 바위와 다르게 존재하는 것만으로, 고정된 나무와 고정된 바위만이 존재하는 대지에서는 그 어떤 것도 새로 생성되지 못한다는. 그러니까 신체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힘들이 부딪혀 차이, 차이의 차이, 차이의 차이의 차이...를 거듭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매순간 존재는 새로 시작된다고 그는 말했다네요.
그런데 이렇듯 생성을 보장하는 것으로서 ‘동일성의 지평’까지 함께 사유해야 한다는 게 채운 쌤 설명인데, 이것도 진~짜 모르겠습니다; 기억에 의하면 채운쌤 설명은 대략 이랬죠. 순간순간의 생멸이 있다, 그것만으로는 아무 설명도 안 된다. 그건 철학을 하지 않고도 조금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이전에 내가 느낀 것과 지금 내가 느낀 것이 다르다, 그저 이런 말일 뿐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를 나라고 느끼지 않나. 변하고 사라지고 새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동시에 하나의 통일성이 요청된다.... 끙;
3부 첫 번째 글 <방랑자> 에피소드에서 설명된 표면과 심연 이미지를 떠올려볼까요. 매순간 거품으로 가득한 바다 표면이 우리가 느끼는 현상세계입니다. 생성되는 차이들로 인해 매순간 모습을 달리는 세계죠. 그런데 이 같은 차이들이 발생하는 지평이 저 아래 깊숙이 존재합니다. 표면과 다른 곳은 아니지만, 순간순간 표변하는 해수면과 달리 아득하고 깊어 고요한 심해...
...여기서 제 문제는, 차이들이 생성되는 몸체?장소?로서의 이 심해를 우리가 흔히 표상하는 ‘본질’과 자꾸 혼동하게 된다는 거. 변하지 않는 고요한 장소, 매순간 창조되는 위와 다르게 내가 나임을 보장해주는 그 어떤 본질... 뭐 이런 식으로;; 누가 좀 설명해줘요~
스스로도 퐝당하지만 더는 진척이 안 돼 여기서 수업 내용 정리는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영원회귀에 대해 더 정리가 되면 이것도 정리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스스로를 다독입니다만, 이번 주처럼 어렸웠던 적이 없어서 기분 참...
아무튼 다음 주에는 4부 읽어오심 되고요, 공통과제 쓰시는 분들은 '영원회귀와 초인'을 주제로 작성하셔요.
나눠드린 복사물 챙겨오시고요.
후기는 덕순(지금쯤 얼마나 고생하고 있을까;;)
간식은 미영쌤+덕순
다음 주에 만나요. 흑흑.
니체님아~~~~ㅠㅠ 덕순이 후기의 악령을 잘 이겨내길 바랄 뿐. 용기를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