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31 11:02

1월 28일 수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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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1 28일의 토론 모임은 예찬과 불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읽었던 4장은 매력 폭발의 장이라고까지 불리면서 어느 때보다 멋진 아포리즘으로 가득했다는 찬사와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는 푸념들이 뒤섞였고…… 그 이후 답 없는 많은 질문들이 사이를 오갔습니다.

 

앞으로 수십 년 안으로 인간 대신 외국어를 완벽하게 번역해낼 것이라고 예측되는 인공지능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름을 억압하려 하는 인간중심적 사고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별들의 우정에 대한 얘기로 옮겨가면서 친구와 적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관계, 예를 들면 배트맨과 조커, 니체와 바그너, 셜록 홈즈와 모리아티 등을 떠올리다가 옆으로 살짝 새어 요즘 유행하는 브로맨스까지 나아갔지요^^ ‘사랑스런 우연(‘사랑스런이라는 강렬한 형용사에 대해서는 미처 얘기하지는 못했지만)’이 예술 창작에서 발생하는 케이스를 살짝 모호하게 언급한 후, 단기적 습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새로운 뉘앙스로 다시 태어난 언어들 덕분에 우리는 계속 멀미에 가까운 혼란에 시달리면서도, 니체가 말하는 단기적 습관은 수행(예를 들면 걸식?)같이 명료한 신체적 차원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경험일 거라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 와중에 스스로 안락교신자임을 커밍 아웃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모임은 중심 키워드라고 할만한 충동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돌발과 즉흥과는 다르며, 흔히 생각하듯 이성의 반대말이 아닌, 그러나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로 들릴 수밖에 없고, 만일 주변에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긍정적 반응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 예측된다는…..잡힐 듯 잡히지 않고, 정상인 듯 정상 아닌 충동의 의미. 우리는 의지에 의해 수많은 충동들 중에 특정한 충동을 선택할 수 있을까? 우리 각자의 공부 충동은 과연 어떻게 발생했을까? 만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충동으로 행동한다면 누가 누구에게 충동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그럴 경우 인간의 윤리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등등의 쏟아지기만 한 질문으로 토론을 마감했습니다.

 

강의

 

채운샘은 즐거운 학문을 읽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인식과 충동에 대한 집요한 질문 던지기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사유는 몸-충동에서 발생하고 인식은 두뇌에서 비롯됩니다. 니체는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면서 그것의 방해와 진행 속에서 몸으로 하는 사유를 경험했고 거기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그가 몸으로 겪어낸 사유는 두뇌에 의해 익숙한 방식으로 코드화된 언어로는 도저히 포착할 수 없는 영역, 인식의 경계에 있었지요. 그리하여 그는 인식을 넘어가는 언어를 스스로 창조할 수밖에 없었고, 클로소프스키는 그것을 착란의 사유라고 표현했습니다. 착란 혹은 광기를 내포한 언어는, 모순으로 들리기 쉽지만, 인식화된 언어를 초월하는 최고의 명석함과 통제력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착란의 언어는 제도 속에서 평이하게 일반화된 언어의 수준을 넘어가, 그런 언어로 잡을 수 없는 것을 언어로 표현하려는 치열한 투쟁 그 자체가 됩니다. 니체는 모든 개념어에 이런 착란의 터치를 첨가하기 때문에 그의 언어는 모호하면서도 강렬한 진동을 낳을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계속 멀미에 시달리게 될 겁니다……


아마도 속사정도 모르는 채 개인적인 충동에 이끌리고 있거나, 마성남 니체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진 상태가 아니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명일 겁니다. 정돈된 개념을 끊임없이 흔들어대는 니체의 언어는 안정지향적인 인식 신봉자에게는 불편하게 딴지 거는 말장난 정도로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도덕적이고 친숙한 상식만을 깔끔하게 담아둔 단단한 그릇 같은 상투적 언어 세계가 언제부터인지 짜증나고 갑갑해서 견디기 어렵다는 일말의 충동을 경험했다면, 우리는 이 장난 아닌 말장난의 세계에 이끌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 그릇을 놓지 못하고 걸쳐 있는 한, 니체 읽기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독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 저는 그런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미 나는 싸움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네요. 이유는 이 포기가 생성을 포기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예술에의 충동은 이 투쟁에서 발생하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몸과 삶을 형성하는 온갖 충동-힘들을 애써 다듬고자 하는 열망이라고 합니다. 마치 날카로운 검을 벼르고 휘두르듯(이 비유 멋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날뛰는 충동을 섬세하게 다듬는 일은 충동을 사유하는 일, 각자의 예술적 양식을 만드는 일, 예술적으로 삶을 조형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너는 이런 삶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숙제로서 각자에게 던져집니다. 저는 그러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훗날 악마가 나타나 또 다시 반복될 너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비아냥거릴 때, 기꺼이 그러겠다고 멋있게 말하고 싶어 지네요^^  


  • 수경 2015.01.31 15:02

    후기 데뷔, 멋지게 그리고 늦지 않게(!) 하셨네요. 토론 내용까지 정리해주신 센스도 빛납니다. 우리 토론 내용의 부실함은 별개로(니체 공부는 까딱하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새삼해봅니다)...ㅎㅎ

  • 채운 2015.02.01 10:11

    모범적인 후기로세! 게다가 토론시간에 삼천포로 여행을 가신다는 것도 친절히 알려주시고...ㅋㅋ(앞으로도 후기 남기시는 분들은 토론시간의 '쟁점(?)'을 꼭 요약해주시길!) 구이진샘, 우리 끝까지 같이 가봅시다!!^^

  • 윤차장 2015.02.01 20:11

    ㅋㅋㅋ 후기를 읽으니 벌써 아득하게 느껴지는 토론이 생각나네요. 아휴~~ 부끄부끄 ^^;;

  • 수엉 2015.02.03 10:20

    지난 시간에 샘 글 보면서, 예술가로 살겠다는 쌤의 결심때문이었는지 예술과 관련한 니체의 경구들이 뭔가 더 적극적인 걸로 오는 것 같아 신기했었다는 기억이 문득-ㅎㅎ 아무튼 '멀미나는 싸움'은 역시 모두 화이또입니당ㅎㅎ 내일 또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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