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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학문의 즐거운 후기 >

 

 

니체오빠는 매력이 있습니다.

 

일단 똑똑한데다 차도남이지만, 그가 쓴 글은 얼마나 뜨겁습니까?

자신만만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검토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성실남이지요.

세상만사 모두까기 인형 같은 이 오빠, 가끔은 츤데레같은 모습도 보여줍니다.

세상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아니다!' 라고 말하는 배짱까지 있습니다.

무엇보다 규문에선 채운샘을 잠 못 이루게 하는 남자로 알려져 있죠.

 

이러한 마성남 니체오빠의 즐거운 학문 세 번째 시간,

이번 수업은 푸코, 마슈레, 들뢰즈, 클로소프스키 등의 서브 텍스트와 병행해서 진행되었습니다.

 

\ 존재와 언어

 

고전시대에 언어는 사고의 표상이었습니다. '사유=언어'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던 것이지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쭉 지속되다가, 바로 이 니체라는 산에 턱 막혀버립니다. 푸코는 그의 저서 <말과 사물>에서 19세기 말 니체 이후 '언어는 사유의 영역으로 직접 되돌아갔다.'고 말합니다. 언어는 더 이상 세계와 투명한 관계를 맺지 않게 된 것입니다.

 

니체는 철학에 이러한 물음을 제기합니다. "누가 말하는가?"

 

여기서의 '누가'는 그 대상이나 주체를 묻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의지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푸코는 '모든 가능한 담론을 말의 취약한 밀도 속으로, 종이 위에 잉크로 그은 가느다랗고 검은 물질적인 선 안으로 집어넣으려는 말라르메의 기획이 니체의 질문에 대한 대답에 해당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니체의 물음과 말라르메의 대답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격 - 언어가 가지는 표현불가능성이라는 한계 - 때문에 오늘날 철학에서 언어는 중요한 질문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언어가 가지는 한계는 무엇일까요? 마슈레는 무언가를 얘기할 때는 동시에 무언가를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말에 가장 핵심적인 것은 침묵, 말이 말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의미는 '말해진 것과 말해지지 않은 것'의 관계 안에서 존재하게 됩니다.

 

\ 충동과 의식

 

클로소프스키는 <니체와 악순환>에서 '신체는 충동들 전체가 만나는 장소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인식이 나의 신체라는 윤곽을 만들어내고, 두뇌가 나의 신체를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신체에는 충동들과 그 힘만 있는데 이 '전도' 때문에 인격으로 일관성을 띠는 것입니다. 클로소프스키는 '나는 나에게 속하지 않는 신체 안에서 병들어있다. 나의 고통은 기능들의 투쟁, 신체에 예속되어 서로 적대적이 된 충동들의 투쟁에 대한 해석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신체는 한 상태가 다른 상태를 낳는 식으로 여러 신체가 경유하는 것인데, 자아가 그걸 코드화 시켜 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신체의 일관성은 자아의 일관성입니다. 신체 자체는 죽음과 재생에 의해 여러 번 죽고 되살아나지만, 자아는 일관성의 환상에 빠져 죽음과 재생의 과정을 관통하여 살아남은 것처럼 행세하는 것입니다.

 

 

\ 진리와 인식

 

니체 이전의 기존 철학은 '사람은 진리를 원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진리의 개념은 어떤 세계를 참된 것으로 규정합니다. 이 참된 세계는 또 참된 인간을 전제합니다. 우리는 참된 것을 인식해야 하고 참된 인간이 되어야 하는데, 인간의 충동과 감정이 이를 방해한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그러므로 인식주의는 필연적으로 도덕주의일 수밖에 없습니다.

 

니체는 진리에 대한 허위의 열망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 자체, 즉 이상으로서의 진리 자체를 비판합니다. 우리 안에서 무엇이 도대체 진리를 향해의욕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진리를 원한다고 가정했는데, 왜 차라리 진리가 아닌 것을 원하지 않는가? 왜 불확실성을 원하지 않는가? 심지어 왜 무지를 원하지는 않는가? <선악의 피안1>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니체가 진리가 아닌 오류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리가 또 다른 진리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니고요. 들뢰즈는 우리가 다른 자리에서 다른 이상을, 다른 인식 방식을, 다른 진리 개념을, 다시 말하자면 진리의지 속에 전제되어 있지 않지만 완전히 다른 의지를 가정하고 있는 어떤 진리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진리냐, 오류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입니다.

 

인식은 삶에 대립하고, 삶을 가늠하고 심판합니다. 인식이 삶에 대립하는 이유는 인식 자체 속에서 그것의 유형을 보전하고 승리하게 만들 수단을 발견하는 반응적 삶, 삶에 반대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또 니체는 인식이 사유를 삶에 봉사하는 단순한 수단으로 만드는 점을 비난합니다. 인식의 충동은 사유지만, 모든 충동들을 다 독점하고 코드로 환원해버리는 사유입니다.

 

들뢰즈는 사유하는 것이 삶의 새로운 가능성들을 발견하는 것,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사유는 깨달음에 가깝습니다. 삶은 인식이 그것에게 규정한 한계들을 넘어서지만, 사유는 삶이 그것에게 규정한 한계들을 넘어섭니다. 즉 사유는 인식이 와해되는 순간입니다. 그렇기에 삶을 긍정적인 어떤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사유입니다. 그리고 니체는 이런 삶과 사유가 바로 예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

 

니체는 예술을 권력의지의 자극제’, ‘의욕의 흥분제로 보며 거짓의 가장 고귀한 힘이라고도 합니다. 들뢰즈는 이런 거짓의 힘은 속이는 어떤 의지에까지 도달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그 의지는 금욕적 이상과 경쟁하고 그 이상과 성공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예술가의 의지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예술은 진리의지가 아니라 오히려 거짓의지에 가깝습니다.

 

거짓의 힘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선택되거나 중복되거나 반복되어야만 합니다. 그 안에서 끊임없이 차이도 만들어내야 하고요. 이런 차이와 반복은 니체의 밀물과 썰물 이미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즉 예술가에게 있어서 외관은 선택, 수정, 증가, 긍정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들뢰즈는 이때 진리가 아마도 새로운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합니다.

 

들뢰즈는 말합니다. ‘진리는 외관이다. 진리는 힘의 실현, 가장 고귀한 힘으로의 상승을 의미한다. 니체의 저작 속에서 우리는, 우리 예술가들=우리 인식이나 진리의 추구자들=우리 삶의 새로운 가능성들을 고안해내는 자들이라는 등식을 발견한다.’



 

니체는 최고의 도덕주의자가 가장 병든자 라고 말합니다. 내 안의 충동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지요. 아침놀과 즐거운 학문을 읽으면서 늘 나란 사람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도덕주의’, ‘인식주의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내 안의 통념부수기, 토대 뒤엎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할 정도입니다. 일단 곰곰이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읽는 것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채운 2015.01.26 09:37

    푸하하, 정말 즐거운 후기로다! 니체를 읽는 덕순이의 '즐거운 고통'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퐈이아!!

  • 윤차장 2015.01.26 12:13

    ㅋㅋㅋ 마성남 니체!! 나두 체오빠가 좋아. 너무 뜨거워서 감당이 안 되지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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