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올 출석의 감동이 무색하게도 두번째 시간에는 결석자 속출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요즘 감기 독하다며 결석자들이 문자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난 14일에는 예술과 인식을 중심으로 1, 2부 함께 살펴봤어요. 이에 대한 내용은 조만간 올라올 후기에서 확인하시고요(이번 주에는 제가 후기 담당. 곧 올리겠슴다), 일단 여기서는 니체 철학은 우리에게 왜 이토록 (난생 처음 보는 개념어라든지 따라가기 버거운 뻑뻑한 논증이 없음에도)어렵고 낯설고 황당한가...에 대한 채운 쌤의 설명을 함 복기해볼까요.
니체가 예술에 대해 논할 때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은, "그래서 예술이 좋다는 거야 안 좋다는 거야?" 이렇게 하찮은 질문을 하게 되는 이유는, 채운 쌤에 따르면 우리가 다양한 언어의 뉘앙스를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니체가 사용하는 단어에서 함 골라볼까요, 처음 보는 개념어가 철학적 용어들을. 없어요. 없는데도 이해가 안 되는 겁니다. 왜 안 되나. 아포리즘 안에서 매번 다르게 옷을 갈아입고 등장하는 언어를, 독자인 우리가 단편적이고 일률적인 용법으로 읽음으로써 무자비하게 압사시켜버리기 때문이래요. 니체가 '양심'이라고 할 때, 혹은 '희생' '도덕' '여자'라고 할 때 그것은 우리가 표상하는 그것도 아니거니와 니체 텍스트 안에서도 서로 등질적인 것이 아니란 걸 우리도 직접 확인했죠. 이 사람 지금 여자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거지, 라고 묻는 순간 얼마나 난감했던가요. 사유가 요구되는 지점에서 그저 정리와 요약에의 욕구가 치솟는 우리로서는 니체는, 인식 대신 도취를 권장하며, 과학이 아니라 예술을 옹호하고, 모든 도덕을 부정한다, 고 해버리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니체를 읽는 게 아니라 우리가 기존에 해오던 사유 습관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것밖에 안 된답니다. 그러니 언어의 다채로운 뉘앙스를 감지할 것, 스스로 언어를 다양한 용법으로 창조(=파괴)하려 할 것. 요거이 이번 시즌 절차탁마에서 우리가 시도해야 할 실험이 되겠죠. 니체 읽기를 하나의 사유 훈련으로 삼아야 한다는 채운 쌤 말씀은 앞으로도 몇 번이나 더 되풀이될지도 힘들 때마다 우리 이 말을 상기합시다. 학문의 기쁨을 원한다면 고통을 견뎌야 한다... 낯선 존재를 잉태해 10개월을 분투하는 저 여자들처럼, 배우려는 모든 자는 낯선 것을 오랜 기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하늘에까지 이르는 환호를 배우려 하는 사람은 죽음에까지 이르는 비애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묘하고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쾌락과 기쁨을 마음껏 증대시키기 위해 같은 양의 불쾌를 대가로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3부 읽어오시면 되고요, 수업은 "인식과 지각"을 주제로 진행됩니다. 아울러 지난 시간에 미처 다 못 다룬 예술에 대한 이야기도 2부의 몇 개 아포리즘을 마저 읽으며 함께.
후기는 조만간 수경.
담주 간식은 현옥쌤+미영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