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12 16:47

1월 7일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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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두 달 전쯤인가, 목디스크 때문에 침을 맞으러 다니는 곳에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 마음이 매 순간 요동치듯 우리 몸 역시 그러하다고. 아프기 시작한 이후로 열심히 관리한 덕에 몸이 점점 좋아지고 있던 차제에 안 좋은 표징이 나타나자 제가 걱정할까봐 그런 말을 한 것이죠. 지금은 다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땐, 몸이 대체 왜 이러는 거지? 뭐가 문제지? 하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답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것. 원래 몸이란 그런 것이어서 아무리 잘 관리해도 여러 요인에 의해 왔다갔다 한다는 겁니다.

  

  몸도 마음도 매 순간 움직인다. 이 세상이 그러하듯 내 존재 자체가 생성중에 있다는 사실을 저는 정말 매 순간 까먹는 것 같습니다. 생성중이라는 말은 계속해서 차이가 발생하여 움직인다는 말입니다. 이 흔들림을 붓다는 고(苦)라고 얘기했고, 니체가 말하는 고통 역시도 엄청난 육체적, 심적 괴로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삶 자체, 존재 자체의 본질이라는 것이죠. 인간의 삶에서 그와 같은 균열을 결코 제거할 수 없음에도 인간이 안전한 대지에 발을 딛고 살고 싶어한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즉, 고통을 제거하고자 욕망하는 순간,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현 존재,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이 현실의 삶은 부정되는 것이죠. 에잇, 이 따위 삶! 이 따위 세상! 염세주의는 정말 엄청난 고통을 겪어서가 아니라 고통에 대한 표상때문에 생긴다고 니체는 말했죠. 삶에서 추방해야 할 것, 가능하면 겪지 말아야 할 것. 우리에게 고통은 겨우 이런 것일 뿐입니다. 하여 우리는 외칩니다. 나를 흔드는 모든 것은 사라져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건강이란 바로 고통이 제거된 상태, 병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흔들리는 배가 아니라 안전한 육지. 모험이 아니라 정착. 가벼운 부유가 아니라 묵직한 안정. 폭풍우가 아니라 쾌청한 날씨같은 것. 그런데 니체가 말하는 건강은 다른 것 같습니다. 그가 고통을 존재와 삶의 본질이라고 규정했던 것처럼 건강에도 전혀 다른 얼굴을 부여했죠. 니체의 건강이란 우리가 제거하고 싶어하는 바로 그 고통을 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고통을 산다는 것은 흔들림을 받아들인다는 말이고 생성으로 산다는 말이죠. 어렵습니다. ㅠㅠ 어떻게 균열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니체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늘 똑같은 반응의 패턴을 찢어라! 자신의 언어적 습習과 싸워라! 즉, 사유하라! 이것이 가능할 때, 다시 말해 자신을 한없이 아래로 아래로 잡아끄는 중력(습관적 사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과정 속에서 니체가 말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즐거움, 명랑, 쾌활, 웃음. 이번 학기 우리가 두고두고 생각할 화두입니다. 왜 니체는 사유에 '즐거운'이라는 형용사를 끌어온 것일까요?

  

   암튼, 니체가 평생 했던 일도 사유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철학자가 아닙니다. 그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쓰는 언어에 다른 뉘양스를 부여했을 뿐이죠. 건강으로서의 철학, 탐험가, 의사로서의 철학자, 삶의 본질로서의 고통, 고통을 살아내는 건강, 이성 뿐 아니라 감정과 욕망으로 추동되는 인간. 그는 그의 철학하기를 통해 생각의 균열을 만들어냈고 생성을 경험했던 것입니다. 그야말로 생성을 살았던 것이죠. 하여 우리에게도 말하는 것입니다.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 마라, 내 중심 사상을 찾으려고 애쓰지 마라,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너와 만나라, 너의 사고와 만나서 그것을 뚫고 가라, 그런 게 건강이고 철학하기다, 라구요.

  

   자기 관성적 생각과 싸우기. 왜 공부를 하는가에 대한 저의 대답은 하나입니다. 나를 좀 알고 싶어서, 하여 다르게 살고 싶어서. 다르게 살려면 '나'와 싸워야 합니다. '내 생각'과 싸워야 합니다. 공자가 말한, 공부하는 자의 용기란 바로 이런 것일 터이죠. 자기 자신과 대적하는 일! 반성은 이제 그만하고 싶네요. 그게 어디 쉽나~ 이런 변명도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스스로에게 외쳐봅니다. 용감해지자! 저는 천박하고 싶지 않거든요. 상투어가 나를 꽁꽁 감싸안고 있는 그런 상태에 있고 싶지 않거든요. 앞으로 니체를 공부하면서 니체의 기를 듬뿍 받아 좀 움쩍달싹하고 싶습니다. 모두 힘냅시다요!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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