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28 02:18

9.25 푸코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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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사례들이 나온 건 좋은데 정작 그래서 이것들이 다 뭔지 앞내용이랑 통 연결이 안 되는 2부의 3,4장이었습니다. 광기의 형상들과 광기를 “치료” 한다는 돌팔이들의 기상천외한 방법들. 이상한 사람이라고 데려다 놓으면 그 사람을 가만두지 않았죠. 물에 담그고, 불에 지지고, 이상한 연극도 하고 쇳가루도 먹이고!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던 시대, 이런 시도들은 질병을 일종의 소우주로 보고, 자연의 대우주와 대응관계에 있다는 생각의 기반 위에서 행해졌습니다. 즉 ‘자연’이 기준이었고, 자연에서 찾은 이미지를 따라 치료 방법도 고안되었던 것입니다. 물에 담그고, 운동하고, 연극이나 노동을 방법으로 내세우는 것은 질병의 원인을 제거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교정의 목적이 있었습니다. 질서에서 벗어난 비이성, 반자연을 다시 자연이라는 기준, 질서로 돌려놓겠다는 목적. 고전주의 시대는 이성이 지배하던 시대였으므로, 이성 아닌 것들은 모두 배제되고 교정되어야 할 존재였습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이런 '치료'에 준하는 시도들이 었었다고 한들, 고전주의 시대 광기에 대한 유일한 제도적 실천은 수용뿐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대에는 인간의 ‘심리’가 인간 행동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기에 인간의 심층을 파고드는 ‘대화의 기술’이 떠올랐습니다.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내면을 관찰하는 시대가 바로 근대입니다. 하지만 고전주의 시대에는 어느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관찰의 시선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의학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광인과 광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1:1로 연결시키지 못했으니까요. 광인은 광기와 연결되어 있지도 않았습니다. 광기 이전에 정신착란의 원인은 도처에 있었습니다. 달이 기울어져도, 유모가 고약해도 인간은 미쳤습니다. 어떤 사람에게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어도 그 가시적인 모습만 포착했을 뿐 내면에서 원인을 찾지 않던 시대. 즉 내면이 없던 시대. 고전주의 시대에 광인을 보는 시선은 치료 받아야 할 자들에 대한 시선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광기의 형상들은 광기를 질병으로 보지 않았다는 시선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어떤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만, 그 원인은 광기가 아니었습니다. 정신장애는 이성의 장애였고 질서 일체가 변질된 모습이었습니다. 조광증과 우울증의 원인은 광기가 아니라 물질적인 것 이었습니다. 정기의 움직임이 그 대표적인 원인. ‘정기’라는, 인간의 내면이 아니라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에서 원인을 찾았습니다. 그러므로 환자를 잘 관찰하기 보단 육체를 자연적 차원에서 고치는 작업, 진실을 복원하기 위한 작업이 중요했습니다. 관찰이 아니라 이미지의 차원. 환자 개인이 보다는 자연의 이미지를 유형화 하고, 분류화 하는 작업이 더 중요했습니다. 개별적 의학의 시선이 형성되기에 심층(내면)이 없던 시대. 오로지 가시성만 존재하던 시대였습니다.


히스테리와 심기증의 경우는 그나마 심리적인 측면이 강화된 시선 아래 있었습니다. 정신의 눈으로 꿰뚫어 보려 한 “내부의 육체”라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내부의 육체”란 독립적이지는 않지만 완전히 육체적 이미지는 아닌 것입니다. 히스테리는 신체적인 질병으로 이해되었던 것이 심리적인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길목의 질병입니다. 이후 근대로 가면 신체와 정신은 양분되어 정신의 문제만을 다루는 정신분석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고전주의 시대 광기는 빈틈없는 이성의 지배 아래 무, 비존재로서 있었습니다. 즉 비이성입니다. 광기는 이성의 언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으며 이성을 더 확실히 보여주는 부정성으로서만 존재했습니다. 그러므로 고전주의 시대의 광기는 자기 목소리가 없었습니다. 오로지 이성의 언어로만 말해졌으며, 광기의 형상들은 오로지 ‘형상들’, 이미지와 행동, 가시성에만 의존하여 드러났습니다. 그러므로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심리’라는 주체의 내면이 없었습니다. 그랬던 광기가 심리적으로 다루어지면서 개인의 내면 문제, 개인이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모호함을 문제삼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근대 심리학입니다. 광기는 이제 비이성의 영역에서 나와 표류하게 됩니다. 무시해도 좋았던 것이 알 수 없는 것이 되며, 누구도 알 수 없는 말 때문에 인간의 심층을 보여준다는 긍정성을 갖게 됩니다.


이런 게 ‘심리’가 원래 있었는데 고전주의 시대까지는 발견되지 못했다가 근대에 드디어 발견하게 되었다는 ‘광기의 역사’ 일까요? 이런 태도는 전형적인 진화론적 태도라고 합니다. 원래 있었던 게 아니라, 명명하는 순간 존재하게 되는 것이라고. 담론적 실천 이전에 대상은 출현하지 않습니다. 신체와 정신을 분리하여 보는 순간, 순전히 몸을 괴롭히며 제거하려던 질병이 인간 내면 깊숙한 곳과 연관된 정신의 문제로 나타나게 됩니다. 




늦었습니다ㅠㅠ고전주의 시대에 광기가 광인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건 여전히 어색하네요. 자기도 모르게 이 시대의 광기는 당연히 광인에게서 나타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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