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08 12:35

9월 4일 후기

조회 수 3764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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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가 늦어져 죄송해요! 


 푸코를 만난 지 어느 새 2주차! 푸코를 읽으며 드는 생각은 우리가 근대의 ‘이성’이니 ‘주체’라고 쉽게 말했던 것들이 대체 뭐였던가, 하는 것이다.


 감은 잘 오지 않지만 르네상스 시대까지 사람들은 광기를 통해 사회 내부의 코드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을 감지했던 것 같다. 또 광인들은 끊임없이 배를 타고 유랑하며 어느 사회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들로 이미지화되었다. 실제로 광인들의 배가 있었다고도 하고.

 그런데 이번 주 살펴본 고전주의 시대에 이르면, 광인이라는 존재는 수용시설에서 발견된다. 헌데 수용소 안엔 성병환자, 방탕자, 자유사상가, 동성연애자 그리고 광인(마냥 읽다보면 이게 얼마나 이질적인 조합의 집단인지 감을 잃게 되지만!)이 함께 섞여있었다. 당시 파리 시민 1/100이 감금되었다고.

이 대대적인 감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감금의 논리는 무엇이고 감금이 어떤 효과를 가져 오는가? <광기의 역사>에 인용된 들라마르의 <통치론>의 구절.

“국민을 이러한 타락에서 구해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구제책이 필요했으며, 형무소에 그들을 가두어놓고 거기에서 성별, 나이, 과오에 걸맞은 규율 아래 살아가도록 하는 것보다 더 낫고 더 신속하며 더 확실한 해결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까지 공존해왔던 많은 삶의 양식들이 부르주아 윤리, 국가 질서로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사회는 이 타락에 개입하고자 하며, 그 실천은 그들을 시설에 격리하는 것이었다. 기준에 맞지 않는 삶을 가둔다는, 가둔 뒤 기준에 맞게 교정하겠다는 발상이 무섭다. 지금 우리가 그렇게 살고 있지만. 데카르트가 사유하는 주체에게서 광기를 배제한 것(사유하는 자는 미칠 수 없다.)과 동시에, 당시 유럽 사람들의 삶의 공간에서도 어떤 배제, 분할선이 그어진다.

 푸코는 이 분할선의 한쪽을 고전주의적 ‘비이성’의 영역이라 부른다. 물론 다른 쪽에는 이성이. “고전주의 시대에 이성은 윤리의 공간에서 탄생한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코기토를 떠올리면 ‘이성’이 윤리적 맥락은 쏙 빼고 인식의 문제로만 생각된다. 그런데 고전주의 시대의 비이성/이성의 분할은 “부르주아 가족의 조직화에 대한 성의 관계, 성스러운 것 및 종교의례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세속화의 관계, 또는 ‘무신앙’, 다시 말해서 방종과 정념 체계 사이에서 정립되는 중인 새로운 관계”등의 사회적 맥락을 바탕으로 한다.

 동성연애자, 자살시도자, 주술사 등은 이전까지는 신성모독을 이유로 사회에 위협적이고 튀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들에게 도덕적 타락이라는 동일한 근거로, 수용이란 획일적인 조치를 취할 때, 각자의 파괴적 속성이 가졌던 맥락들이 모두 힘을 잃는다. 그건 광인 역시 마찬가지.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이 참 밋밋해져버린 느낌이랄까.

 대감금의 기록과 수용시설이 급증했다는 사실자료를 보며 이렇게 추상화(?)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누군가를 감금함으로써, 비이성적 존재로 ‘할당’함으로써 동시에 구성되는 것이 이성적 주체라니. “우리 문화에서 비이성이 사전에 파문 대상임에 따라서만 인식대상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푸코의 이 질문을 계속 생각해보고 싶다. 

  • jerry 2013.09.08 13:58

    계속 생각하면서 열씨미 따라가 봅세! 

  • 동허 2013.09.08 15:07

    이성과 비이성의 분리.. 인식의 변화.. 당연한 것이 없어지고, 없던 것이 당연해지고..

    의심치 않았던 여러 현상을 이렇듯 치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니.. 확장된 사유의 힘. 읽는내내 놀랍습니다.

    후기 고마워요~~덕분에 열씨미 따라갑니다!!

  • 윤차장 2013.09.08 16:29

    애썼쓰~ '광기의 역사'가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네그랴~

  • 2013.09.08 18:43

    금욜날 끝낸다던게 결국은 일요일이 되어버렸네요. 다음엔 속도를 내어..!

    미영쌤 담주엔 꼭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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