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06 19:34

0904 수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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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 광기의 출현을 위해서는 어떤 담론적, 제도적 실천이 필요했는가?

이 책을 관통하는 푸코의 질문은 요거라고 ‘친절한 채운 씨’가 지난 시간 말씀해주셨지요.

우리 시대의 광기가 어떻게 규정되고 있는지, 이것이 말해주는(적극적으로 귀 기울이지 않으면 물론 들리지 않겠지만) 우리 시대의 상이 어떤지 말하기 전에 푸코가 우선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이동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광기의 역사> 1부 1, 2장에서는 일단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광기를 고찰하지요.

광인들의 배를 눈으로 좇으며 푸코가 본 것은 인간의 한계로서 광인을 바라보던 그 시대의 감수성이었습니다.

보슈와 브뤼겔 등의 그림에서 그가 본 것은 악몽과 비밀한 우주의 이미지로, 그가 고전주의 시대의 ‘비판적 경험’과 구별해 ‘비극적 경험’이라 부르는 것이죠.

하지만 고전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광인들의 배는 정박하고, 이제 광인들은 감금소로 추방되기에 이릅니다.

이건 배를 타고 떠돌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인데, 이것이 그 시대의 어떤 특유한 광기 경험을 말하는가 — 바로 이것이 1부의 3, 4, 5장에 걸쳐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결론부터 말해볼까요.

중세의 신성모독자는 고전주의 시대에 이르러 도덕적 과오를 저지른 자로서 처리됩니다.

여기서 도덕적 과오란 곧 사회 무질서의 조장에 대한 명명이 되며, 이를 조장하는 주체 전체에게 붙는 꼬리표가 곧 ‘비이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의 코기토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사유(회의)하는 이성적 주체의 완벽한 바깥에 비이성이 존재하기 시작하는 순간, 즉 이성과 비이성의 통일성이 깨지고 그 사이에 간극이 도입되어 점차 그것이 넓혀지면서, 비이성은 이성의 부정성으로서 중세 나환자들로부터 이어받은 타자의 족쇄를 몸에 걸게 됩니다.

바야흐로 대감금의 시대가 열리는 거죠.

하여 푸코는 17세기를 아예 수용의 시대라고도 부릅니다.

그에 따르면 수용이란 이성과 비이성의 분리를 제도적으로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니라는군요.

 

아무튼, 신성모독자에서 질서 문란의 주범이 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변화입니다.

광인은 지난 세기의 신성성을 완전히 잃고 대상화되고 추방된 존재로서, 도덕적으로 이성적으로 결함 있는 인간으로서 처리될 뿐이죠.

하여 이제부터 방탕자와 성병환자, 늙은 여자, 경범죄자와 광인이 한데 모여 구빈원에서 처벌인지 치료인지 우리가 보기에는 알 수 없는 조치 하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다 더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될까요?

푸코가 조금씩 깔아둔 밑밥이 있죠.

비이성을 이유로 섞여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기이하게 동물성을 드러내는 존재들이 부각되고, 이어 루이예-콜라르의 어느 편지 그리고 피넬 등이 선보인 18세기 정신의학 덕분에 따로 추출된 이들이 실증적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로 분류된다지요.

바야흐로 실증적 의학의 대상(=과학/앎의 대상)이 된 광인들!

이러한 변화의 이유를 학문의 발달이나 인류애의 힘 따위에서 찾지 말라고 푸코는 말합니다.

고전주의 시대에는 그 시대의 고유한 분할선과 실천들이 있고, 이것이 광기의 경험을 만든 것뿐이라고요.

진보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향해 푸코는 이렇듯 가볍게 잽을 날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150년에서 길게는 200년가량 더 흘렀을 때의 이야기고요, 고전주의 시대 안에서 광인은 당시의 고유한, 그리고 몇 가지 중첩된 추방 경험 — 물리적 추방 행위로서 대감금과 더불어 비이성이라는 일반적 범주화 작업, 도덕적 비난, 그리고 행정적 통제 등에 의해 어디까지나 비이성적 존재로서 사회 무질서를 조장하는 죄인으로 출현하게 됩니다.

 

친절한 채운 씨는 말합니다.

푸코는 고전주의 시대 이후 등장한 사드나 니체, 아르또 등으로부터 광기의 폭발적 출현을 목격했으며, 이는 이전 시대와 또 다른 광기의 경험으로서 ‘창조적 에너지’에 다름 아니라고.

그들은 정말 미치긴 미쳤을 겁니다.

감옥 안에서 사드는 매질로 인한 상처와 배설물에 뒤덮인 채 작은 두루마리에 글자를 새겨 넣느라 온 하루를 보내고, 니체는 거리에서 매 맞는 말을 껴안고 대성통곡을 하고 난 뒤 다시는 침대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지요.

그런 그들의 광증은 우리를 향해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시대마다 다른 광기의 경험 방식을 푸코가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상 한 시대에 하나의 경험만이 있는 것은 아닐 터.

우리 시대의 광기가 말하는 것, 그로부터 드러날 수 있는 것, 그리고 드러날 수 있었으나 아직 들춰지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보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광기에 대해, 그리고 광인에 대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니체라는 이름의 호명으로 끝을 맺는 이 책을 다 읽을 즈음이면 이런 생각에 가닥이 좀 잡힐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은근 바라고 있는 중입니다.

  • 친절한 채운 2013.09.07 00:49

    발빠른 후기 조아조아! 후코 조, 잘하고 있어요~ 

  • 윤차장 2013.09.07 06:20

    난 푸코도 푸코지만 우리가 또 서로 각자 얼마나 엉뚱한 지점에서 헤맬지 그게 더 궁금할세. ㅋㅋ 

  • 수경 2013.09.08 12:46

    오직 위대한 책만이 읽는 이를 혼란과 경악에 빠뜨리죠ㅋㅋ 윤차장님, 난 우리 탓은 아니라고 생각할래. 다음 시간에도 대혼란의 토론 시간을 즐겨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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