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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기의 역사’ 어려웠습니다. 일주일동안 열심히 읽고, 여럿이 모여서 토론도 하고, 수업까지 들었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수업 후에 다시 한 번 읽었는데 눈에 띄지 않던 몇몇 단어가 눈에 들어오고 구절 몇 개가 이해가 조금 된, 그 정도랄까요? 여전히 모호~합니다.

 지금 후기를 쓰는 시점에서 생각해보니 일단 ‘광기’라는 말이 참 낯설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광기가 뭐지? 미쳐 날뛰는 건가? 광인은 그렇게 미쳐서 날뛰는 사람이고? 실은 이런 질문도 없이 무턱대고 읽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니 이렇게 텍스트와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거겠죠. 푸코에게 너무 눌렸나 봐요.^^;;

  읽어보셔서 아시겠지만 이 책은 ‘광기’의 역사가 아닙니다. 푸코가 초판 서문에서도 이야기 했죠. “이 책은 이성적인 사람들 옆에, 또는 그들 앞에 있는 광인들의 역사도 아니고, 광기와 대립하는 이성의 역사도 아니다. 이것은 언제나 계속되는, 그러나 끊임없이 수정되는 분할의 역사다”라고요.

 이 책을 읽는 내내 놓치지 않고 생각해야 할 것이 이 ‘분할’입니다. 역사에서 무엇이 어떤 ‘사건’으로 ‘출현’한다는 것은 신체적 측면(비담론적 측면)과 언어적 측면(담론적 측면)이 서로 맞물리는 와중에서라고 합니다. ‘광기의 역사’를 예로 들면 ‘가둔다’는 신체적인 측면과 ‘저런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는 선고, 판단(언어적 측면)이 맞물려 ‘대상’ 즉 ‘광인’으로 ‘출현’한다는 것이죠. 시대를 관통하는 고정된 개념으로서의 ‘대상’, ‘광인’은 없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학을 혁신한 푸코’에서 폴 벤느는, 푸코는 상대주의자도 회의주의자도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상대주의자는 모든 세기를 걸쳐서 ‘동일한’ 대상에 대해 각 세기마다 다르게 생각했다고 말하는 자들입니다. ‘광기’라는 것이 있고 어느 시대에는 광기를 이렇게 생각했고, 어느 시대에는 광기를 저렇게 생각했다, 이렇게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어떤 (신체적, 언어적) ‘실천’이 먼저 있고나서 그 다음에 무엇이 ‘대상’으로 ‘출현’한다는 겁니다. ‘대상’이 먼저 있어서 그것을 지각하고 어떤 실천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우리가 ‘누군가’를 미친 사람으로 지각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상인 사람과 그 ‘누군가’를 분할하는 선이 그어져야 합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여기 ‘아버지를 죽인 아들’, 혹은 ‘인육을 먹은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우리는 이들을 보자마자 ‘미친놈들’이라고 말할 겁니다. 그리고 체포해서 감옥에 가두거나, 정신병원으로 보내겠죠. 우리가 그들을 저렇게 ‘미친 사람’이라고 인식하고(언어적 측면의 실천), 가두는 것(신체적 측면의 실천)은, 정상적인 사람들과 그들 사이에 분할선이 그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새 그 분할선은 잊혀져 마치 처음부터 그 사람들이 ‘미친 사람’이었던 것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죠. 하지만 그들은 이 분할선에 의해 비로소 인식되고 신체적 실천으로 우리 시대에 ‘미친 사람’으로 ‘출현’한 것입니다. 하지만 전 인류의 역사를 통해 ‘아버지를 죽인 아들’, ‘인육을 먹는 사람’이 ‘미친 사람’으로 고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제가 적당한 예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요. ^^;;)

 그러면 ‘광기’는 없다는 소리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겠죠. 그래서 푸코보고 회의주의자라고요. 모든 것을 부정하고 의심한다고 말이죠. 그런데 푸코가 저기 저렇게 뭔가 이상하고 알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련의 사람들이 있었고 어느 시대에 어떤 식으로 인식되고 다뤄졌다는 겁니다. 그건 엄연한 사실이죠. 다만 푸코는 시대를 관통하는 고정된 개념으로서의 ‘대상’, ‘광기’가 없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정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들을 다시 생각해 봐야겠죠. 누구를 ‘미친놈’으로 규정하고 있는지를요. 핵심은 이거랍니다. ‘누가’ 그런 사람들에게 ‘선고’를 내리고, 어떤 신체적 ‘실천’을 가하고, 그래서 어떤 ‘효과’를 얻는가!! 푸코를 읽는 내내 잊지 말아야겠죠.


 ‘광기’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갑자기 ‘이질적인 것’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기’는 아무튼 뭔가 우리와는 다른 ‘이질적인 것’의 극단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얼굴도 몸도 성격도 다 다릅니다. 그 정도는 ‘나랑 좀 다르네’하고 넘어갈 정도의 이질성입니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존재를 뛰어넘는 이질성에 대해서는 ‘좀 다르네’하고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본능적으로 두려움이나 혐오감을 느낄 겁니다. ‘광인’이라는 존재가 그런 것 같습니다. 알 수없는 말을 계속 중얼거리고, 옷을 벗고 돌아다닌다던가, (소위 악령이 씌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 같은) 기괴한 행동을 한다던가. 사람인데 사람인 아닌 것 같은 저들은 뭘까?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혹은 할 수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저들은 뭘까? 아마 그런 사람들이 없다면, 소위 ‘광인’이라는 사람들이 없다면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사유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또 우리도 모르게 불쑥 솟아오르는 도저히 평상시라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광폭함 같은 광기 역시도 우리를 그런 사유로 유도합니다. 중학교 땐가 어느 한 친구가 자기 부모를 죽여 버리고 싶다는 비밀스런 고백을 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그 아이는 몹시 괴로워하면서 털어놨었는데요. 어린 마음에 그런 마음이 든 자신에 대해 얼마나 죄책감이 들었겠으며 놀랐겠습니까. 듣는 저도 너무 놀랐는데요, 뭐.

 광기는 이렇게 인간 안의 비인간성, 자기 안의 타자 같은 거라고 합니다. 우리가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순간은 바로 인간에게서 인간이 아닌 낯선 비인간(타자성)을 볼 때라는군요. 바로 광기죠. 극단의 이질성이 ‘인간’을 사유하게 합니다.

 요즘 시대의 비인간성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도덕적인 차원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아들’, ‘사람을 먹는 사람’이 비인간(광인)으로 여겨지는 것이 그런 예겠죠. 이것이 르네상스 후반, 16세기에 징후를 보이면서 시작되어 고전주의 시대로 이어지는 광기의 비판적 경험입니다. 저건 사람이 아니야, 사람이라면 저럴 수 없지. 그런 비도덕적인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비로소 ‘인간’을 사유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인간의 이질성으로서의 광기를 비판적인 차원(도덕적 차원)에서 경험한다고 하는 것이 이런 겁니다.

 그런데 르네상스의 광기는 비판적 경험의 차원보다는 비극적 경험의 차원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이것이 재밌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이야기하면, 인간은 인간 안에서 비인간성을 발견할 때 ‘인간’을 사유하게 됩니다. 비판적 경험으로 광기를 체험한다는 것은 우리가 인간을 사유할 수 있는 계기로서의 비인간성(광기)이 도덕적 차원이라는 소립니다.

 그런데 우리가 너무나 인간과 이질적인 저 광인을 보고 그 광기를 접했을 때 (인간이라는 이 존재에) 생기는 파열이 도덕적 차원(인간의 차원)이 아니라 우주적 차원이라면? 광인을 통해, 어떤 광기를 통해 신(神)을, 죽음을, 이 세계 이면(裏面)을 느낀다면?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사유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하게 확장될 겁니다. 죽음과 마주하는 인간, 이 질서정연한 세계 이면의 어두운 심연과 마주하는 인간이라니요! 르네상스 시대의 사람들은 이렇게 광기를 비극적 차원에서 경험했습니다. 그러니 광인이란 도덕적 잣대로 들이댈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고, 이 세계 사람이면서 이 세계 사람이 아닌, 두렵지만 거부할 수 없는 존재들인 겁니다. 두렵기 때문에, 혹은 이 세계에서 저 밖 세계로 보내는 의식처럼 그렇게 '광인들의 배'에 태워 보내고, 또 저 다른 세계에서 배를 타고 온 이들을 맞아들여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들은 뭔가를 알고 있는 메신저 같습니다. 인간이기에 모르는 것을 그들은 광인이기에 알고 있습니다.

 근대의 인물인 아르토(1896~1948)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16세기의 르네상스는 어쩌면 초인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러나 자연스러운 법칙을 갖는 실체와 단절되었다.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의 인본주의는 인간의 확대가 아니라 인간의 축소였다.”

 인간의 비극적 경험으로서의 광기가 은폐되고 비판적 경험으로서의 광기만을 가지게 된 비통한 상황을 말하는 것이겠죠.

 죽음의 차원에서 인간을 사유한다는 건 뭘까 하는 생각이 또 갑자기 드네요. 인간의 질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 그리고 인간 존재 자체를 근원적으로 흔드는 불안을 예민하게 느낀다는 것이 뭘까요? 흠...

 

 이제 푸코의 첫 한 주가 흘렀고, 또 한주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든 한 주였는데요, 또 이번 주는 어떨까 모르겠네요.^^ 푸코는 무슨 이야기를 해 줄 것이며, 그의 이야기 속에서 전 뭘 건져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첫 토론 시간, 충분할 것 같았던 시간이 의외로 너무 부족해서 저희 푸코조는 이런저런 궁리중입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각자가 써온 과제를 좀 더 꼼꼼히 보면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3시간은 너무 짧네요. 충분히 얘기하지 못하고 넘어간 주제들도 많았고, 정리도 잘 못했고, 그나마 돌아가면서 개념정리를 말해보긴 했는데 그것도 충분하지가 않았습니다. 시간 안배가 관건인데 일단 좀 해보고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듯.

 저만 아니라 저희 조원들 모두가 느낀 건데,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주제로 썼는데 어떻게 글이 그렇게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이해도도 너무 다르고요.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오독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이해가 있어서 놀랐고, 전혀 중요시 하지 않았던 부분을 누군가가 잘 집어줘서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고, 각자 지금까지 공부해온 분야, 혹은 관심 분야가 달라서 그런지 전혀 이해 못한 부분을 이해할 수도 있었습니다. 뭐, 그런 게 같이 공부한다는 것이겠죠. 저희는 무지 헤맸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첫 토론이었어요. 좀 더 시간 안배를 잘 하고 효율적인 토론이 되도록 조율을 좀 해야겠지만 차차 요령이 생기겠죠, 뭐. 앞으로 저희 푸코조, 잘 지켜봐주세요~~^^              

  • 채운 2013.08.30 22:32

    푸코조, 멋지당! 지난 번에 엿들으니(?) 토론이 매우 열띠더라능^^ 시간은...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일단 하다 보면 무슨 수가 생기겠지! 푸코조&조장 화이팅!!

  • 추극 2013.08.31 01:07

    오~~~~ 윤차장님의 멋진 후기~ 감동 받았슴당!!

    차장님의 강렬도가 저를 반성하게 한다는^^;;

    담주 토론은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올지 기대됩니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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