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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만에 돌아온 이주의 침술, 다시 시작합니다. 그래도 괜찮겠죠?


 장자에서 처음으로 우주宇宙라는 말이 나왔다는 기억이 납니다. 宇는 무한한 공간을, 宙는 무한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인간이란 우주, 그러니까 시간과 공간의 어느 한 부분을 점하고 있는 존재로 어느 공간에서 살고 있나, 어느 시간에 생활하느냐에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몸 상태도 기분도 달라지죠. 그래서 고대로부터 사람들은 시공간과 인간 자신의 관계를 열심히 탐구했습니다. 예를 들어 풍수지리에서 어디에 자리를 잡느냐에 그 사람의 길흉이 달려있다고 말하는 것처럼요. 동양의학에서도 시공간과 인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지난번에 사계절과 인간 몸 속 장부의 관계를 살펴보았었죠. 이번 주에는 시간 흐름에 따라서 어느 장부의 경락(우리 몸에는 변하지 않는經 오목한 곳血, 우리가 침뜸을 놓는 360개가량의 경혈이 있습니다. 혈들은 12개의 장부(폐, 위, 심장, 소장, 비위, 대장, 신장, 방광, 간, 담 +심포, 삼초)가 기능하는데 관련되어 있고, 예를 들어 신장과 관련된 혈들을 연결시켜 신장경락經絡이라고 합니다.)이 중심이 되어 기가 흐르고 있는지를 알아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시간은 현대인들의 시간처럼 숫자로 추상화한 시간이 아니라, 해가 뜨고 지는 걸 따라 파악한 자연의 시간, 경험적인 시간입니다.


 기는 경락을 타고 2시간 동안 우리 몸을 4바퀴 돕니다. 몸이 건강한 상태라면 정상적으로 2시간에 4바퀴를 순환하겠지만, 몸이 좋지 않으면 어느 경락을 흐를 때는 기운이 너무 빨리 들어와서는 늦게 나간다거나(실증) 혹은 그 반대의 경우(허증)가 생겨서 4바퀴를 채 못 돌거나 더 돌거나 합니다. 오늘 알아볼 것은 2시간(간지의 한 시간) 마다 어떤 장부의 경락이 활발하게 움직이는지, 그 때 몸에 신경 쓸 일들입니다.


 먼저 인寅시. 새벽3~5시입니다. 이때는 기氣가 생生하는 시간, 산 밑에 깔려있던 공기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고 저수지의 물은 위아래가 바뀌는 등 기운이 바뀌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잠자는 동안 안으로 들어와 있던 양陽의 기운과 몸의 바깥부분으로 나와 있던 음陰의 기운이 바뀌기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음은 다시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양은 피부 쪽을 향해 나가려하죠. 이때는 가 활발해질 때입니다. 아직 양의 기운이 돌지 않았는데 일어나자마자 몸을 쓰면 추운 기운도 더운 기운도 모두 몸에 사기邪氣로 작동한다고 해요. 일어났어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몸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물론 이러다 잠드시면 안 됩니다..ㅋㅋ) 위아래이빨을 딱딱 소리가 나게 부딪히는 고치를 하면 맑은 침이 나오는데 이걸 삼켜주면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묘卯시. 5~7시입니다. 슬슬 몸에 양기가 돌기 시작하죠. 이때 활발해지는 건 대장입니다. 이 시간에 화장실을 가서 시원하게 볼 일을 보신다면 건강하다는 증거! 안에 있던 양의 기운이 밖으로 잘 빠져나오는 거죠. 변비는 바로 이 작용이 원활하지 못한 거래요. 또 땀을 흘리지 않을 정도(땀 흘리면 양기가 도로 빠져나가는 격이래요)의 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기 전에 먼저 기지개 한번 쫙! 펴주는 게 온몸을 순환시키는데 진짜 좋대요.


 다음은 진辰시. 7~9시입니다. 일어난 지 4시간이 지나서야 아침을 먹습니다. 이 시간에 소화를 담당하는 가 활발하게 운동하기 시작하거든요. 아침은 양을 보해주는 걸 먹는 게 좋다는데 더 자세한 건 다음에.


 사巳시는 9~11시입니다. 이때 해당하는 건 비장입니다. 이 시간에 졸리다고 눈 비비는 구혜원! 어쩌면 너는 비장 기능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ㅋㅋ 자, 먼저 비장이란 지라(서양의학에선 이것만 비장이라 부릅니다) + 이자(췌장)를 말하는데 비장은 혈액을 관장하고, 운화運化라는 기능을 합니다. 쉽게 말하면 혈액(혈은 혈관 안을 흐르는 피, 액은 혈관 외부를 흐르는 체액)을 순환시키는 일을 맡아 혈액이 각 장부에 잘 흡수되고 배출되도록 합니다. 이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체액이 흐르지 못하고 몸의 어느 부위에 고이게 됩니다. 그걸 '담음痰飮'이라고 하는데 이게 동양의학에서 보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순환이 안 되는 부위는 피부가 검어지거나, 뾰루지가 나거나, 털이 나거나, 혈관이 많아지거나, 붓는 등의 부종이 생깁니다.


앞의 네 시간대 동안 내 몸 상태가 좋질 않다면, 인체의 전면부에 문제가 있으신 거니 잘 떠올리며 자가진단 해보세요.


 다음은 오午시입니다. 11시~13시에 해당합니다. 이론상으로는 이때가 양의 기운이 제일 많고 남중고도가 제일 높을 때입니다. 활발해지는 장부경락은 심장입니다. 참, 동양의학에서는 기본 2끼를 먹으라고 하고 점심은 간식 느낌으로 먹거나 따로 챙겨먹지 않아요.


 그런데 사실 지표면이 가장 뜨거운 것은 미未시, 13~15시입니다. 해당하는 장기는 소장입니다. 이 시간에는 나른해지기도 하고 여유를 즐기는 게 필요한 시간이랍니다. 

 오시와 미시는 계절로 보자면 삼복더위 때래요. 심장과 소장이라는 두 장부는 화火기운에 해당하고요. 이 시간, 혹은 이 계절에 몸이 좋지 않은 건 심혈이 많아 화火기가 금金기운을 쳐서(火克金), 금기운인 폐가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름엔 폐를 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겨울에는 신장을!)


다음은 신申시, 15~17시입니다. 양기는 오시와 미시에서 절정을 찍고 서서히 음기가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해당하는 장부경락은 방광입니다. 방광은 모든 장부와 연결되어 있으니 여기가 좋아지면 다 좋아진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기다리던 저녁시간! 이때는 아침과는 반대로 음을 보해주는 음식을 먹을 것, 그게 뭔지 자세한 건 또 나중에..^^


 유酉시는 17~19시입니다. 해당하는 장기는 신장입니다.


여기까지 네 시간대에 몸이 안 좋다는 건, 몸의 후면부에 문제가 있는 거니 체크해보시길! 


동양의 선인들이 오랜 시간의 관찰을 통해서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자연의 타임테이블에 맞춘 인간의 타임테이블. 여기에 따르면 병 없이 살다 즐겁게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스님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3시에 일어나고 5시에 저녁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만..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조금씩 해보아요. 일어나서 4시간 후 먹고, 자기 4시간 전에 먹지 않고. 그것만으로도 큰일인 것 같아요. 


술戌시부터는 다음 주에 계속 이어서 하겠습니다.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 윤차장 2014.04.18 12:48

    오오~다시 올라오는군. 나 은근 기다렸다네~ ^^

    근데 난 3시에 일어나면 배고파서 뭔가 먹는디, 자기 전에도 배고프면 먹고 자고. 그러면 안 되는 거? 너무 막 먹고 막 사나?? ^^;;

  • 2014.04.19 01:07
    9시에 자고 3시에 일어난다는 게 좋다고 하는데.. 언니 생각이 났어요ㅋㅋ 근데 막 먹는 건 몸에 별로래요. 그것까지 지키면 언니는 퍼펙트..? ㅋㅋ
  • 태람 2014.04.18 15:59

    음. 우린 막 먹고 사는 게 맞는 듯. ㅋㅋㅋ

  • 2014.04.19 01:13
    수업 중에 선생님이 근데 글쓰는 사람들은 이렇게 살기 힘들다고.. 약간 우스갯소리지만 글쓰는 사람 중에 도인처럼 사는 사람없고 도인 중에 글쓰는 사람없잖냐는 얘기도 해주셨어요. 글쓰며 사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건강을 내놓고 살 수 밖에 없는지도요..ㅎ 그래도 다들 건강 챙기면서 하세요!
  • 어머나 2014.04.18 20:02

    오, 반가운 글! 료가 정리해준 거 읽으니까 다시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아. 앞으로도 잘 부탁해^^

  • 2014.04.19 01:14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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